남자복식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이라고 하지만 올림픽만 놓고 보면 옛말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17년 전의 일이고 동메달을 따낸 것도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도 2016 리우 올림픽에도 세계랭킹 1위로 출전했기에 늘 금메달 후보였지만,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게 전부다. 너무 주목을 받다보니 부담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남자복식이다.
서승재(삼성생명)-최솔규(요넥스) 조는 세계랭킹 8위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만큼 금메달 보다는 "메달이라도 하나 따주면 고맙고" 정도의 반응이다. 그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단 서승재-최솔규 조는 예선 D그룹에서 살아남는 게 관건이다. 2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하는데 랭킹 2위인 모하마드 아산-헨드라 세티아완(인도네시아) 조와 랭킹 9위인 아론치아-소우이익(말레이시아) 조, 랭킹 32위인 제이슨 안소니 오수에-닐 야쿠라(캐나다) 조가 속했다.
서승재-최솔규 조가 모하마드 아산-헨드라 세티아완 조에 3승 1패로 앞서지만, 아론치아-소우이익 조에는 2승 2패로 팽팽해 쉽사리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월에 열린 2020 월드투어 파이널에서도 이 세 팀이 한 조에 속해 물고 물리는 상황을 연출했었다.
서승재-최솔규 조는 메달을 노리는 상위권 팀하고 큰 격차를 보이지는 않는다. 랭킹 1위인 마커스 페르날디 기데온-케빈 산자야 수카몰조(인도네시아) 조와는 1승 1패, 랭킹 3위인 리양-왕치린(대만) 조와는 3승 2패, 랭킹 4위인 히로유키 엔도-유타 와타나베(일본) 조에는 1승 1패, 랭킹 5위인 타케시 카무라-케이고 소노다(일본) 조에는 2승 4패, 랭킹 6위인 리준후이-리우유첸(중국) 조에는 1패를 기록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팀도, 그렇다고 압도하는 팀도 없는 상황이라 예선만 통과한다면 메달권 진입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컨디션에 따라서는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승재-최솔규 조는 세계랭킹 8위, 올림픽 예선 랭킹 8위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성적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에서 막강했던 예전 선배들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2017년까지 최솔규는 김덕영(충주시청), 김재환(국군체육부대)과 출전하며 파트너를 찾는 중이었지만 시원치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최강을 자랑하던 최솔규였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서승재는 김원호(삼성생명)랑 호흡을 맞춰 2017 코리아마스터즈에서 남복과 혼복에서 2관왕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마카오오픈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서승재-김원호 조는 세계랭킹 20위까지 올랐지만, 2018년 초반에 독일오픈 8강에 이어 전영오픈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연거푸 1회전에서 탈락하며 회의감을 안겼다.
2018년 8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서승재-최솔규 조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5월 호주오픈에서 첫 모습을 보인 서승재-최솔규 조는 8강에 오르며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서승재-최솔규 조가 강력한 인상을 남긴 건 국내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에서 4강에 오르면서다. 기대를 모았던 선배들인 이용대(요넥스)-김기정(당진시청), 고성현(김천시청)-신백철(인천국제공항) 조가 탈락한 가운데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고 첫 메달권 진입이었기에 코리아오픈 4강은 의미 있었다. 이후 서승재-최솔규 조는 비록 레벨은 낮지만 노르웨이 인터네셔날과 아일랜드오픈, 코리아마스터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5월에 220위였던 랭킹을 52위까지 끌어올렸다.
잠시 갈라졌던 두 선수는 2019년 호주오픈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며 4강에 올라 올림픽 예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 서승재-최솔규 조는 대만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베트남오픈에서 우승을 맛봤다. 베트남오픈이 비록 레벨은 낮지만 두 선수에게 우승을 맛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회였다.
내친김에 코리아오픈에서 또다시 4강에 오른 서승재-최솔규 조는 어느새 세계랭킹 14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하지만 이후에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 중국오픈에서 연달아 1회전 탈락하며 슬럼프가 찾아오는 듯했다. 홍콩오픈 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서승재-최솔규 조는 단숨에 세계랭킹 7위까지 치고 올라섰고, 코리아마스터즈와 셰디모디 인도오픈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하며 2019년을 마무리했다.
2020년 초 서승재의 이중계약 파문으로 두 선수는 흔들렸고, 인도네시아마스터즈와 태국마스터즈, 전영오픈에서 내리 1회전 탈락하며 세계랭킹 8위, 올림픽 예선 랭킹 8위를 찍으며 코로나 19로 잠정휴업에 들어간다. 2021년 1월에 올림픽 예선 레이스를 재개하기 위한 세 개의 대회가 이벤트 형식으로 연달아 열려 서승재-최솔규 조는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랭킹 1위와 중국, 일본 등 상위 랭커들이 대부분 빠졌음에도 결승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줄줄이 올림픽 예선 레이스가 취소되면서 결국 올림픽 자동 출전의 마지노선인 8위로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