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신화' 이어 세대교체 주도하며 한국 여자축구 선도
'특급이적·해외전훈' 모기업 '통 큰 지원'에 亞 정상 조준

[더페어 프리즘] '든든한 후원자' 현대제철, 韓 넘어 글로벌 경쟁력 갖춘 여자축구 빅클럽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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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페어 DB / 현대제철 여자축구단
사진=더페어 DB / 현대제철 여자축구단

[더페어] 노만영 기자=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배출과 선수 육성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로 한국 여자축구 발전을 이끌고 있는 현대제철, 이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아시아 리딩클럽을 위한 여정을 조명해 봤다.

국내 최강 철강기업 현대제철이 1993년 창단한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여자 실업축구리그(WK리그) 역대 최다 우승팀으로 2013년 이후 11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른 전통의 명가다.

사진제공=현대제철 / 2020년 신축된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클럽하우스. 국내 여자축구 구단 클럽하우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환경을 자랑한다.
사진제공=현대제철 / 2020년 신축된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클럽하우스. 국내 여자축구 구단 클럽하우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환경을 자랑한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국가대표급 자원을 대거 보유해 온 현대제철은 최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유망주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10여년 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지난해 주전 공격수 최유리가 여름 휴식기 이후 잉글랜드 버밍엄 시티 WFC에 진출하며 시즌 막바지 화천 KSPO, 수원FC 위민에 추격을 허용했으나 최종라운드에서 극적으로 1위를 탈환하며 정규리그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수원FC 위민에 1차전(1대 3)을 내줬으나, 2차전 대승(6대 2)으로 11년 연속 리그 제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 세계 무대로 진출한 현대제철 선수들
장기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정체가 아닌 끊임없는 리빌딩을 통해 리그의 질적 향상과 한국 여자축구의 대승적  발전을 도모해온 현대제철. 최근까지도 주축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며, 여자축구 빅리거들의 관문 역할을 자처해왔다.

덕분에 전가을(35), 조소현(35, 이상 2011년 입단), 이민아(32, 2012년 입단), 이영주(31), 장슬기(29, 이상 2016년 입단), 최유리(29, 2021년 입단) 등이 현대제철을 거쳐 유럽리그로 진출할 수 있었다. 특히 국가대표 미드필더 삼인방 전가을, 조소현, 이민아는 2010년대 현대제철의 전성기를 열었던 주역들로 초창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전원이 유럽리그 입성에 성공하게 된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2015년 국가대표팀에 동시 소집된 조소현(좌), 전가을 선수(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2015년 국가대표팀에 동시 소집된 조소현(좌), 전가을 선수(우)

2016시즌 WK리그 3연패를 합작한 전가을과 조소현은 현대제철 소속으로 각각 미국 웨스턴뉴욕플래시와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임대생활을 거쳐, 전가을은 호주 멜버른 빅토리 FC(2017~2018), 조소현은 노르웨이 아발스네스 IL(2018)에 차례로 입단한다. 

이민아 역시 2017년 현대제철의 5연패와 대한축구연맹(K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2018년 고베 아이낙에 입성하며 일본 축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빅리거의 꿈을 이룬 이는 조소현이다. 지난 2019년 웨스트햄 WFC(2019~2021)에 입단하며, 지소연(32) 이후 한국 여자축구 2호 프리미어리거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토트넘 핫스퍼 위민(2021~2023)을 거쳐 현재 버밍엄시티 WFC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국가대표팀 훈련 중인 조소현 선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국가대표팀 훈련 중인 조소현 선수

호주 무대 진출 이후 국내로 잠시 복귀했던 전가을 역시 2020년 브리스톨 WFC를 거쳐 레딩(2020~2021)에서 자리를 잡는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이민아는 일본 진출 후 부상으로 부침을 겪다 결국 2020년 현대제철로 복귀한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재도약을 다짐한 이민아는 2022 시즌 챔피언 결정전 결승골로 완벽한 부활을 알린다.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파포스트를 노린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이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빗나갈 듯 멀어져 간 빅리거의 꿈도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2022시즌 챔피언 결정전 2차전 당시 결승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이민아 선수(23번).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2022시즌 챔피언 결정전 2차전 당시 결승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이민아 선수(23번).

이민아는 다가오는 2024 시즌 스페인 레알 베티스 페미나스에 입단하며 데뷔 12년만에 유럽 무대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장슬기(마드리드 CFF, 2020), 이영주(마드리드 CFF, 2022~)에 이어 한국 여자축구 역대 3번째 라리거 배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여자축구 세대교체의 중심, 현대제철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증대와 현대제철의 적극적인 투자가 맞물리면서 스타플레이어들이 점차 늘어났고, 이를 보고 자란 세대들은 자연히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 여자축구 발전의 토대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대학무대는 물론 중고리그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 속에 현대제철은 신인 자원들을 적극 수혈하며 팀의 리빌딩, 나아가 한국 여자축구의 세대교체를 주도해오고 있다.

지난 2021년 홍혜지(27)와 손화연(26)의 영입은 본격적인 리빌딩의 신호탄이 됐다. 두 선수는 대학리그 최강 고려대를 중퇴한 뒤 신생팀 우선지명에 따라 창녕 WFC에 입단하며 비교적 빠른 나이에 프로생활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지난 2020년 국가대표팀 유니폼 신규 디자인 공개 당시 모델로 발탁됐던 홍혜지 선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지난 2020년 국가대표팀 유니폼 신규 디자인 공개 당시 모델로 발탁됐던 홍혜지 선수

수비수 홍혜지는 제공권과 힘, 볼 키핑을 두루 갖춘 재목으로 고려대 입학 첫 해인 2015년 KFA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WK리그에 앞서 고베 아이낙에서 1년간 몸담는 등 일찍이 해외리그에서도 짧게나마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현대제철의 주전 센터백으로 꾸준히 활약 중이다.

공격수 손화연은 스피드를 활용한 후방 침투가 장기인 선수로, 한 경기에서 소나기 골을 몰아치는 장점이 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몰디브전 4골,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필리핀전 3골, 2023년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3골 등 파괴력을 가진 차세대 공격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공격수로 부상한 손화연 선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국가대표팀의 차세대 공격수로 부상한 손화연 선수

정상급 기량을 가진 젊은 선수들의 영입과 함께 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왼발 골잡이' 확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대제철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세은(34)은 지난 2009년 입단 이후 특유의 왼발을 활용한 원더골들로 팬들에게 '왼발의 마법사'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이에 현대제철은 이세은의 뒤를 이을 새로운 왼발 슈터로 국가대표 미드필더 장창(27)을 낙점, 2022년 장창 영입을 추진했다. 지난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대경대 출신 왼발잡이 공격수 박아현을 지명하며 '제2의 이세은' 육성에 나섰다. 신예 박아현(20)은 2023 추계연맹전 예선에서 고려대를 상대로 왼발 프리킥 골을 터트리며 준수한 킥력을 보여줬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왼발의 마법사' 이세은(좌)과 차세대 왼발슈터 장창(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왼발의 마법사' 이세은(좌)과 차세대 왼발슈터 장창(우)

구단은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과 동시에 김정미(39, 2004년 입단), 임선주(33, 2011년 입단), 김혜리(33, 2014년 입단) 등 역대 주장 출신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잔류시키며, 이들의 풍부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의 빠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모기업 현대제철 '통 큰 지원'에 아시아 리딩클럽 발돋움
올 시즌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리그 일정 외에도 5월에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은 조별리그에서 호주의 시드니FC 위민 등을 제압하며 3전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2022년 AFC 주관 국가대항전인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중국에 3-2로 패하며 아쉽게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한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현대제철의 클럽챔피언십 우승 도전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마침 결승 상대는 22-23시즌 WE리그(일본 여자 프로축구) 우승팀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 레이디스.

숙명의 한일전 클럽 맞대결을 앞두고 모기업 현대제철은 최정상급 자원들의 영입을 발표하며 WK리그를 넘어 아시아 대표 리딩클럽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구단 공식 보도에 앞서 이례적으로 현대제철 자체 보도를 통해 박예은(28)과 추효주(24) 영입을 공식화 한 것.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고려대 재학 시절 박예은 선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고려대 재학 시절 박예은 선수

잉글랜드 브라이튼 WFC에서 활약했던 박예은은 지난 2016년 고려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단일 시즌 20골을 기록, 그해 KFA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다. 이후 WK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경주 한수원에 입단했으며, 프로 진출 이후에는 미드필더 롤을 수행하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추효주 역시 2019년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울산과학대 소속으로 7골을 터트리며 대학부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로, 빠른 발과 드리블을 활용한 기술적인 돌파가 뛰어나 대표팀 측면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2022 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 당시 추효주 선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2022 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 당시 추효주 선수

박예은, 추효주와 함께 공격수 서지연(29, 경주한수원), 최지나(26, 화천 KSPO), 수비수 임희은(28, 창녕WFC) 등 리그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온 선수들을 영입하며 뎁스를 강화했다.

뉴페이스들이 많아진 만큼 원팀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발빠르게 이루어졌다. 매 시즌 해외 전지훈련을 지원해 온 현대제철은 올해도 동계시즌 선수단 경기력 유지를 위해 지난 16일 베트남으로의 전지훈련을 추진했다. 현대제철이 공개한 전지훈련 사진에는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패스 훈련을 주고 받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진제공=현대제철 / 베트남 전지훈련에 참가한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선수들. 현대제철 원클럽맨(2011~) 임선주 선수, 2019 시즌부터 팀의 주장을 맡아온 김혜리 선수를 비롯해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추효주 선수 등이 패스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제철 / 베트남 전지훈련에 참가한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선수들. 현대제철 원클럽맨(2011~) 임선주 선수, 2019 시즌부터 팀의 주장을 맡아온 김혜리 선수를 비롯해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추효주 선수 등이 패스 훈련을 하고 있다.

더욱 강화된 전력과 한발 앞서 시작된 훈련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저력을 보여줄 현대제철. '한국여자 축구의 역사가 곧 현대제철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단은 물론 리그 공식 스폰서 투자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현대제철이 2024 시즌 아시아 최강클럽으로서 세계축구계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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