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동호인으로 첫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수장이 된 김택규 제31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상 첫 경선이었기에 우려와 기대 속에 김택규 호가 출항을 시작했다. 2월 중순 충남 서산시에 있는 김택규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 집무실에서 경선에 뛰어든 이야기와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들어봤다.

첫 경선 후유증 털고 화합으로 하나 되겠다는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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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택규 제31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세 개의 산맥으로 갈라진 배드민턴 하나의 원으로

무슨 일이든 최고의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는데도 도취 된 구성원들이 인지하지 못하다 어느 순간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드민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불리며 국위를 선양했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게 벌써 13년 전이다. 빠르게 양적으로 팽창하던 생활체육도 정체기를 맞아 그야말로 뭔가 기폭제가 필요한 시기에 첫 경선을 통해 김택규 회장이 생활체육 동호인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배드민턴 수장으로 선출됐다. 

생활체육 출신이지만 충남배드민턴협회장으로 전문체육인들과 연을 맺어 오랫동안 양쪽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건 배드민턴으로는 천운(天運)이 따랐다고 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불만이 쌓여 곪아가는데도 그걸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결국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김택규 회장이 등장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모두에 기폭제가 될 기회를 마련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천운이 아니겠는가?

선거를 치르게 되면 후유증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선거는 끝났고 남은 건 얼마나 빨리 후유증을 치유하고 하나로 봉합하느냐다. 그건 어디까지나 승자의 몫이자 책임이다. 김택규 회장은 경선했다는 자체가 단단하게 유지돼 오던 조직이 와해 됐음을 의미한다며 가장 빠르게 하나로 봉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통합 이후 침체 된 생활체육 쪽의 불만, 수면에 잠겨있지만 언제든지 불거져 나올 계파 간의 갈등, 여기에 당선 직전에 터진 국가대표 선발전 논란 등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난제를 만났다.

김택규 회장은 김학석 전 실업연맹 회장을 대신해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고 숨김없이 툭툭 털어놓을 정도로 솔직했다. 이 솔직함이 김 회장의 장점이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위해서라면 도움이 필요할 땐 비록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도움을 청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건 나를 믿고 도와준 사람의 반대에도 밀고 나가는 중이다. 어쩌면 생활체육 출신이라 특별히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4년 동안 소외됐던 생활체육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전문체육인들과 수년 동안 어울리며 그들의 조직문화를 깊숙이 들여다본 김택규 회장의 청사진을 지금부터 함께 펼쳐보자.

사진 김택규 제31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Q. 당선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뭐였나요?
“대한민국 배드민턴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경선을 밟게 됐다. 솔직히 경선 자체가 대선배들이 이뤄놓은 걸 역행했다고 본다. 분리됐으니 경선이 된 거라 당선이 된다면 화합과 통합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파벌이 알게 모르게 있는데 그걸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하겠다 결심한 이유는 뭔가요?
“생활체육인 출신인데 전문체육을 접한 계기가 우리나라 배드민턴의 산증인인 김학석 전 실업연맹 회장님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떤 분인지 잘 몰랐는데 조금씩 지나다 보니 내가 본받을 점이 많더라. 그분이 이끌었던 조직 체계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렵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됐다. 김 전 회장님이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건강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시는 바람에 내가 대신 나오게 됐다. 그분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다.”

Q.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생각인가요?
“내가 경선에 나오기 전부터 이미 갈라진 상황이어서 뒤늦게 뛰어든 나는 좀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배드민턴의 역사는 전문체육 하신 분들이 만들어 놓은 거고 정책적으로 생활체육이랑 통합이 되면서 생활체육인들이 협회로 통합됐다. 그래서인지 통합이 됐는데 생활체육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생활체육은 취미로 즐기는 거고 전문체육은 업으로 삼는 거니까 좀 가볍게 여기는 거 같았다. 그러다 조직이 수도권과 충청, 호남, 영남 이렇게 세 개 산맥으로 형성이 되면서 예상치 못한 경선을 치르게 됐다. 그분들이 잘 이끌어 왔다면 경선은 없었을 것이고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지 모른다. 선거하면서 느낀 거는 그분들이 통합을 원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임원 구성부터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치우쳤다고 할 수 있지만, 통합 위주로 잘 꾸렸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선거에서 영향을 끼친 분들이 근처에 많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사진 김택규 제31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Q. 4년 전에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통합했지만, 시너지 효과가 없는데
“통합 이전에도 충청남도협회장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 대의원 총회에 참석했었는데 뭘 어필해도 안 되더라. 그들만의 틀이 짜여있었다. 통합 후에도 달라진 건 없더라. 생활체육은 비중을 20% 정도밖에 안 두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임원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여러 시도 회장이 내 생각에 공감하더라. 이번 선거에서 내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생활체육을 너무 몰라서 그런 거 같은데 양쪽 모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취임 전부터 국가대표 선발전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 국가대표 선발전 시스템은 잘 몰랐다. 선발전에 문제가 많다, 누가 심사위원이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건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공약에 넣었다. 문제가 돼서 좀 더 파악해 보니 이건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겠더라. 앞으로는 경기력을 우선 보게 하고 심사위원들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복식은 참가 선수 모두가 한 번씩은 파트너를 할 수 있게 하고 매 경기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경기를 통틀어 점수를 매기더라. 그리고 출전 선수가 있는 팀의 지도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 못 하게 할 것이다.”

Q. 선수위원회에 대한 공약도 있던데
“선수위원회는 원래 있었는데 위원들 분포가 미흡하더라. 선수가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현역 선수들이 위원으로 있어야 그들의 의견을 취합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현역 선수의 비중을 높일 생각이다. 또 선후배 관계라 회의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못 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Q. 공헌이 있는 선수들은 은퇴를 챙겨주면 좋겠다
“좋은 의견이다. 그동안 협회에서 은퇴 선수들을 그냥 내보냈다면 앞으로는 공헌도를 따져 코리아오픈이나 코리아마스터즈 대회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공로패를 전달하든, 은퇴식을 하든 하겠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위해 헌신했으니 많은 사람 앞에서 그간의 공로에 대해 치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같은 맥락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 시상식도 총회 전에 서둘러 나눠주는 식인데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
“2018년에 열린 배드민턴인의 밤에 나도 참여한 거 같은데 이게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대의원총회 장소를 넓은 곳에서 하거나, 배드민턴인의 밤 행사를 부활하거나 논의해 보겠다. 이것도 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홍보에도 중점을 두시는 거 같은데
“타 종목은 방송 채널도 있고 그런데 우리만 없다. 채널구축을 최대한 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건 시간이 걸리는 장기적인 계획이고 그거보다는 홍보에 우선 치중해야 한다고 본다. 잡지나 인터넷 뉴스, 중앙지 등 언론사하고 밀접하게 의논해서 항상 대회 홍보가 우선 적으로 될 수 있게 하겠다. 대회를 개최하는 지역 신문에만 나오고 중앙에는 결과나 좀 나오고 마는데 스포츠 뉴스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살리면서 다음에 채널구축을 할 계획이다.”

Q. 북한과의 체육 교류도 추진하신다고 했는데
“해외 및 북한 교류전을 위한 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북한 대표들이 우리 생활체육 수준밖에 안 된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능하면 북한과 체육 교류도 해볼 예정이다.”

Q. 배드민턴 박물관이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수원에 협회 땅이 있다. 관리를 안 하고 일부 임대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축하거나 중축해서 회의실 등 협회에서 활용할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박물관도 괜찮은 거 같다. 배드민턴 1세대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자료를 모으는 것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검토해서 그런 걸 만들어 배드민턴 하는 분들이 한 번씩 가보고 그러면 좋겠다.”

사진 김택규 제31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생활체육 위상 높이고 활성화에 총력 기울인다

김택규 회장은 2002년 서산클럽에서 배드민턴에 입문했다. 할머니들과의 게임에서 1점도 못 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성격이 급해 뒤에서 주저하는 걸 싫어하다 보니 주위의 요청을 이기지 못해 서산시연합회장과 충청남도배드민턴협회장을 역임했다.
생활체육은 경쟁이면서도 교류와 화합의 장인데 통합 후에는 경쟁만 남으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다시 교류와 화합의 장을 부활 시켜 생활체육은 물론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전체적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생활체육 국가대표를 신설하고, 생활체육인과 전문체육인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등 생활체육인들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게 김택규 회장의 전략이다.

Q. 배드민턴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2002년 서산클럽에서 라켓을 잡기 시작했다. 선배가 좋은 운동이라고 권하더라. 배드민턴이 무슨 운동 되냐고 나는 싫다 그랬더니 한 번만 가보자고 그러더라. 그냥 갈 수 없어 풀 세트로 샀는데 80만 원 정도 들었다. 배드민턴 라켓이 그렇게 비싼지 몰랐다. 그러고 갔는데 사람들이 쳐다도 안 보더라. 그래서 선배하고 한 달간 난타만 쳤다. 그러다 안 한다고 하니 그때부터 게임을 시켜주는데 할머니들하고 해서 저녁마다 15대 0으로 졌다. 콕 한 타 가지고 가면 7개를 잃고 그래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살도 뺄 겸 해서 하다 보니 깊이 빠져들어 한 달에 28일은 체육관에 나갔다. 배드민턴 안 하면 일이 안 될 정도였다. 그 뒤로 배드민턴 때문에 전국 안 다녀본 곳이 없다. 재미있고 좋은 운동이다.” 

Q. 통합하고 생활체육이 많이 위축됐는데 생활체육도 연맹으로 독립성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활체육 범위가 너무 넓어서 별도의 연맹은 어렵다. 현재는 전문체육이 성적을 못 내니 생활체육도 같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생활체육 전체적인 부분과 여성부를 활성화하려 한다. 생활체육 위원회도 시도 협회에서 한 명씩 위원으로 두고 위원장도 교체해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여성부도 위원장이 임원이 아니라서 의사 발언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우선은 이렇게 생활체육 활성화를 꾀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때는 생활체육 연맹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Q. 생활체육 국가대표를 신설하신다고 했는데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나라하고 교류전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는 똑같은 생활체육인이 오고, 어느 나라는 국가대표급이 오기도 하더라. 그러다 보니 게임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생활체육 국가대표를 둬서 이런 교류전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시도 대표로 나오니까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선정하고 1년에 2~3회 교류전에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따로 국가대표를 모집하는 건 반대한다. 좋은 자리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협회 대회에 참가하면서 성적을 낸 사람들은 공헌한 것이니 그들 중에 선발할 것이다.”

사진 김택규 제31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Q. 동호인 등록 때문에 시도 협회와 시군구협회 간 마찰이 생기기도 했는데 
“등록비 때문으로 안다. 시도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등록비를 낼 정도의 여력이 되는 곳이 많지 않다고 본다. 또 등록 인원이 많은 시도와 적은 시도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아마 등록비가 1만 원이라고 해도 안 낼 것이다. 등록비는 받아서는 안 되고 오히려 등록을 많이 한 곳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Q. 생활체육대회 1000개 중 사조직 대회가 많은데
“사조직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도 협회에서 예산 세우고, 생활체육 위원회 쪽에서 예산 세워 제대로 할 계획이다. 예전에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시도 협회에 대회 유치비를 받아 그걸로 운영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치비는 대회를 개최하는 시도 협회에 줘서 운영할 수 있도록 전권을 줄 계획이다. 이렇게 해 생활체육대회 활성화를 이끈다면 사조직 대회에 관한 관심도 줄어들 거로 생각한다.”

Q. 엘리트와 생활체육 만남이 필요한데
“이 부분도 생각을 많이 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소멸하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텐데 선수들이 생활체육대회에 와서 시범경기를 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본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빨리 게임 하고 끝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엘리트 팀 구성을 별도로 해서 생활체육대회에 그들만의 이벤트 대회를 하는 것이다. 생활체육 위원회랑 의논을 해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Q. 2021년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 안 되는 거다. 모든 사람이 2기가 출발하는데 전례 없는 경선이 됐기 때문에 많이 치우쳐 편파적으로 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다. 임원 구성하고 발표가 된다면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겠지만, 이건 출발하는 현상이고 차츰 진행하고 결산이 될 때까지 지켜보면 그래도 좀 해볼 만한 놈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세 개의 산맥이 하나의 원을 그릴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누가 보기에도 좀 돌아가는 거 같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 프로필 >

한빛엔지니어링(주) 소장

2013 서산시배드민턴협회 회장
2015 충청남도배드민턴협회 회장
2017 서산시체육회 부회장
2017 충청남도배드민턴협회 회장(통합)
2021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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