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10년 대계(大計)를 준비하자
배드민턴 10년 대계(大計)를 준비하자
  • 김용필 기자
  • 승인 2018.08.09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이제 곧 아시안게임이 다가온다. 그런데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솔직히 좀 어둡다.

이미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노메달은 물론이고, 16강에서 전원 탈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 종목에 다섯 명의 선수가 출전할 때부터 불안하긴 했는데, 막상 이런 결과를 받고는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스스로도 망연자실했을 법하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 2018 아시안게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명단도 확정됐다. 그런데 이번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명단과 세계랭킹을 보니 이게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명단인가 싶을 정도다.
 

불과 4년 전인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배드민턴은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 여자단체전이 은메달을 따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개인전인 남자복식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여자단식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선전했다.

물론 국내에서 열린 이유도 약간은 작용했겠지만, 당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디에서 열렸더라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된다. 그동안 탄탄히 버티고 있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남자복식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1년 6개월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렇다 할 만큼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이미 다른 나라는 세대교체를 이뤄 안정권에 접어들었는데 우리나라만 여전히 세대교체 중이다. 단식은 물론이고 복식에서도 작년 1년 동안 그리고 올해 6개월 동안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에이스 발굴에 주력했지만 이렇다 할 조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남자복식의 강민혁·김원호(삼성전기) 조, 여자복식의 백하나(청송여고)·이유림(장곡고) 조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성장세가 둔하다. 결국 강민혁과 김원호는 갈라져 다른 짝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여중생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유명세를 탄 안세영은 성인무대에서 아직 이렇다 할 기록이 없는 만큼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선수들 명단을 보면 하다하다 안되니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부상 선수가 있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어쨌든 아시안게임에 출전할만한 랭킹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해 왔던 게 이번 사태를 초래한건 아닐까? 멀리 도쿄올림픽을 보거나 아니면 좀 더 멀리 10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최근 우리나라의 하락과 대비되는 게 일본의 상승세다. 일본은 각종 대회에서 배드민턴 왕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전력이 급상승했다. 일본의 전력 상승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가 배출한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이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봉 감독은 2004년부터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았는데, 14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된 상태다.

일본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 13명이 출전해 12명이 1회전에서 탈락하자 박주봉 감독을 영입했다. 그리고 2008년에 올림픽에서 4강에 오르며 아쉬움을 남기더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에서 대망의 은메달을 획득한다. 2014년에는 세계남녀단체전에서 남자팀이 1위, 여자팀이 2위를 차지했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2016 전영오픈에서는 39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더니, 2016 리우올림픽에서 마침내 일본 배드민턴 역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박주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했는데 4년 앞서 목표를 이뤘다고 밝힌바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바로 앞에 닥친 대회만 내다보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은 꾸준히 대를 잇는 선수들이 나와 주었기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그 대가 끊기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감독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하는 암묵적인 전통이 있다. 그러니 10년을 내다보고 선수를 키울 여유가 없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성장해온 일본의 비결이 바로 10년 이후를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당장 어떤 대회 혹은 1년 후가 아니라 10년 대계(大計)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네이버카페 네이버밴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