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중령과 모의해 경쟁사 도면 등 국가기밀 26건 불법촬영
석종건 방사청장, "법·규정·절차 따라 심의"... 차기 구축함 사업 배제되나?

[더페어 프리즘] '도면 탈취' HD현대중공업, 최악의 기밀유출 스캔들...방사청 심의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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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페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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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어] 노만영 기자=방위사업청이 오는 27일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를 탈취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를 진행한다.

KDDX사업은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만을 적용한 차기 구축함 건조 프로젝트로 해군과 방사청은 오는 2030년까지 총 사업비 7조8천억 원을 투입해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최종사업자 낙찰에 앞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의 세 단계의 수주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의 개념설계도를 탈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초 해당 사업은 지난 2012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 수주를 따내며 계약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2020년 기본설계 심사에서 HD현대중공업이 근소한 차이로 수주를 가져가며 팽팽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듯 했다.

그러나 앞서 2018년 국군방첩사령부(구 기무사령부)가 진행한 불시점검에서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은 급격한 반전을 맞이했다.

당시 기무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해군중령을 통해 KDDX 개념설계도 등 총 26건의 군사기밀을 불법촬영한 뒤 자사 서버에 무단으로 올렸다.

사진제공=서일준 의원실 / 대우조선해양이 KDDX 개념설계 결과물을 활용해 2013년 처음 제작한 모형(위쪽)과 2019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현대중공업이 전시한 모형(아래쪽) 비교.
사진제공=서일준 의원실 / 대우조선해양이 KDDX 개념설계 결과물을 활용해 2013년 처음 제작한 모형(위쪽)과 2019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현대중공업이 전시한 모형(아래쪽) 비교.

HD현중  직원들이 빼돌린 자료에는 2013년 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자료는 선체 내외부 구조도부터 전투체계, 동력체계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3급 군사기밀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장보고-III 개념설계 관련 비밀, 다목적 훈련 지원정과 훈련함 비밀 등이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었다.

기무사는 해군중령과 HD현대중공업 직원 등 역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례 중 최다 인원인 25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고, 울산지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핵심 관계자 9명을 기소했다.

2022년 11월 열린 1심 최종 공판에서 HD현중 직원 9명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 중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1명에 대해서도 검찰이 항소를 신청해 2023년 11월 전원에 대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 11월까지 정부 발주 사업 입찰 시 보안분야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방위사업청 / 사진=연합뉴스
방위사업청 /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방사청은 부정행위를 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참가 자격을 아예 박탈하는 조치까지도 염두해뒀으나 HD현중이 판결문에 대한 제3자 열람금지 신청을 하면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판결문을 입수하게 되면서 심의일정이 오는 27일로 확정됐다. 만약 HD현중이 부정당업체로 지정되면 하반기에 예정된 KDDX 상세설계 수주를 비롯해 정부 발주 사업에 입찰참가가 불가능해진다.  

한편 방사청 심의를 앞두고 최근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경남 거제, 국토교토위)이 HD현대중공업의 부정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일준 의원은 지난 21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군사 기밀 절도 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대한민국 방위사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0.056점 차이로 후발 업체가 선도 업체로부터 KDDX 설계 사업을 가로채 갔다"고 역설했다.

서 의원은 앞서 2019년 국제해양방위산업전 이후에도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전시 모형 간 유사성을 지적한 바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 사진=연합뉴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 사진=연합뉴스

심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여론의 관심은 석종건 방사청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석 청장은 용산 국방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심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악의 국가기밀 유출 스캔들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에 큰 오점을 남긴 HD현대중공업. 부디 방사청은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 엄정한 결정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제대로 다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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