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추진 꺼려해
아직 국민 불안 잠재울 구체적인 방안이나 규제방침 밝히지 않은 상태
"소비자·종사자·입점 중소기업·벤처기업 미칠 악영향 어젠다 산적해"

[더페어 프리즘] "총선 앞두고 수천만 피해주는 규제"...공정위 선 긋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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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세종시 청사 전경 이미지 / 사진=더페어 DB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이하 플랫폼법)이 사실상 좌초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은 세종시 청사 전경 이미지 / 사진=더페어 DB

[더페어] 이용훈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이하 플랫폼법)이 사실상 좌초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오는 4월 전까지 21대 국회 내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지만, 소비자단체와 벤처·중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규제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 집단이 수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표심이 우선인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추진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규제완화를 위한 여야 국회의원 모임인 ‘유니콘팜’도 오는 25일 플랫폼 규제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플랫폼법이 사실상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플랫폼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지난 한달간 반대여론을 잠재우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플랫폼법은 매출과 시장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최혜대우·끼워팔기·자사우대 등을 규제하는 법안인데, 아직 국민 불안을 잠재울 구체적인 방안이나 규제방침이 밝히지 않은 상태다.

불확실성 속에 반대 여론만 커졌다. 회원사 4만곳을 둔 벤처기업협회는 이날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혁신을 위축시키는 중복규제로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나섰다.

앞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디지털경제연합, 1천500곳의 영세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도 반대 목소리를 개진했고, 소비자 정책 감시단체인 ‘컨슈머 워치’도 수천명에 이르는 소비자 반대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여론이 커지자 공정위는 이날 “플랫폼법 제정이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입법 의지를 내비쳤지만, 반대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규제 이해당사자인 플랫폼 기업들과 공정위 간 만남도 무산됐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일러스트 이미지 / 사진=더페어
정치권에서도 플랫폼법안 거리를 두며, 법안이 사실상 좌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일러스트 이미지 / 사진=더페어

문제는 공정위가 법안을 추진하려면 여당의 적극적인 찬성과 의원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부터 공정위에 “총선을 앞두고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민생 법안의 처리를 위해 가동한 2+2협의체도 운영도 최근 중단됐다. 여야는 각 당이 우선하는 여러 법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플랫폼법을 제안한 것은 국민의 힘이 아닌 민주당이었다.

여야의 법안 처리 협의체가 종료되면서 플랫폼법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1월 임시국회는 2월 8일까지로, 회기가 끝나면 총선이 불과 한달 남짓 남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플랫폼법을 손절했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대표적으로 오는 25일엔 스타트업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결성한 ‘국회 유니콘팜’이 플랫폼 규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 유니콘팜은 민주당과 국민의 힘 의원들로 구성된 초당파 모임으로, 타다금지법, 리걸테크 플랫폼 로톡의 대한변협 징계 등에 반대 입장을 내온만큼 플랫폼법 폐해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을 주저하는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이득보다는 손해가 크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반칙하는 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규제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규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유권자들의 반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 쇼핑이나 멤버십, 카카오, 쿠팡은 물론 무신사·야놀자·직방 등 수많은 플랫폼 앱들은 수천만명의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에 입점한 중소 판매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55만개(2022년 말), 쿠팡 입점 소상공인(21만명) 등 100만명이 넘는다는 관측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플랫폼으로 배달·가사돌봄·배송 등에 종사하는 인원만 292만명(2022년 말 기준)에 달한다.

벤처업계에선 정부가 특정 매출이나 이용자 수로 ‘성장 캡’(cap)을 정해놓으면, 더 이상 추가 투자 유치나 성장이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는 1729개사로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75%에 이른다.

학계에서는 플랫폼법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무거운 규제로 단기간에 처리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과 관련해 자국기업만 규제하는 움직임, 소비자·종사자·입점 중소기업·벤처기업에 미칠 악영향 등 해결해야 하는 어젠다가 산적해 있다는 비판을 펴고 있다.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과 관련해 자국기업만 규제하는 움직임, 소비자·종사자·입점 중소기업·벤처기업에 미칠 악영향 등 해결해야 하는 어젠다가 산적해 있다는 비판을 펴고 있다.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플랫폼법은 혁신과 성장을 막는 장애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소비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미국에 밀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정말 기업과 국가를 위한 것인지 의문"(유병준 서울대 교수) 등 반대가 큰 상황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나 구글 같은 해외 기업은 규제하지 않는 역차별 논란, 미국 구글· 애플을 규제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달리 자국기업만 규제하는 움직임, 소비자·종사자·입점 중소기업·벤처기업에 미칠 악영향 등 해결해야 하는 어젠다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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