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 철수하며 담당 직원들에 다시 채용 지원 요구
기존 업무·직급과 맞지 않는 분야 면접… 떨어지면 대기발령
정리해고 아닌 직원이 그만두게하는 '꼼수 해고' 의혹

[단독] 무신사, 무자비하고 신박한 사실상 해고? 종료된 사업 직원에 "다시 채용지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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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철수 사업 직원 대기발령 논란 일러스트 / 사진=더페어
무신사 철수 사업 직원 대기발령 논란 일러스트 / 사진=더페어

[더페어] 이용훈 기자=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한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일부 사업을 철수하면서 해당 직원들에 대해 부서 이동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신사는 지난달 중순께 3040 여성들을 타겟으로 운영해오던 '레이지나잇'이라는 사업을 철수하고 기존 서비스인 29CM로 통합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더페어>가 언론사 통합 제보 채널 '제보팀장'에 게재된 내용을 취재한 결과 레이지나잇 사업을 담당하던 무신사 직원 70~80여 명은 갑작스럽게 마련된 미팅에서 사측으로부터 일방적인 사업 종료를 통보받았다. 미팅 전 사업 종료에 대한 사전 공지나 담당 직원들과의 소통의 자리는 물론 없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다음달 2일까지로 예정된 사업종료일까지 내부 인력의 부서 이동 등을 최대한 돕겠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채용공고에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실제 무신사 인사팀은 부서 이동이 아닌 오픈 채용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에게 서류심사 과정을 생략하고 그 다음 전형인 면접부터 볼 수 있게 해줬다는 것.

해당 사실을 제보한 A씨에 따르면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에게 1차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건 사실상 혜택이 아니다. 인사팀이 면접을 보라고 안내해 준 부서도 기존에 하던 업무와 직급이 아예 달라 면접을 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며, "채용 규모 자체가 기존 사업을 맡았던 직원들을 모두 커버할 수 없는 규모였다"고 전했다.

결국 레이지나잇 서비스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일반 지원자들과 다시 채용 경쟁을 벌여야 했고,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기약 없는 대기발령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대기발령을 받을 경우 기존 급여에서 30%가 삭감된 금액을 지급받게 된다.

이들은 계열사나 자회사 또는 특정 프로젝트를 맡은 프리랜서가 아니라 입사 당시 무신사 본사와 근로 계약을 맺은 정규직 직원들이란 점에서 무신사의 이같은 조치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회사가 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담당하던 직원에게 전가하고, 정리해고·구조조정 등 정당한 해고절차 없이 직원들을 해고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무신사 창업자 조만호 이사회 의장 / 사진=더페어 DB
무신사 창업자 조만호 이사회 의장 / 사진=더페어 DB

이에 대해 무신사 관계자는 "오픈 채용 외에도 사내 추천 등을 통해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찾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채용 절차에 지원한다 해도 기존 직원이 다 채용이 되지는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기 발령으로 이어지기 이전에 최대한 적절한 포지션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전배하거나 수요가 없는 부서에 강제적으로 전배할 경우 임직원이 적응하는데 더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공고가 올라온 부서에 새로 지원하는 방식 외 사측이 부서 이동 발령을 내지는 않겠다는 것.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발령 직원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답변 외 이렇다할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무신사는 지난해 9월 한 임원의 비윤리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무신사는 직원 수가 1천500명에 달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었으나 설치 공간이 부족 등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한 임원이 온라인 회의를 통해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라며 "벌금이 훨씬 싸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는 비회원이 주문 결제 후 배송지를 변경하면 다른 회원의 배송지 정보가 열람되는 문제로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2003년 설립한 무신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최근 몇 년 급격한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성장세에 걸맞는 임원 윤리의식과 내부 시스템 마련이 더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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