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직장 상사와 친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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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과 성실을 다하라. *만나게 되면 정중하게 인사하라.*관심사를 알아두라.*역지사지를 생각해라.*잘못했다면 시인하라.*장점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시도하라.*너무 공적으로 대하지 말고 사람과 사람으로 관계를 맺으라. 이상 이 일곱 가지 명시는 취업•경력관리 포털 사이트 'C'사에서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통해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한 적절한 대처 방안에 대한 결과다. 

독자들은 신입사원이나 사원들이 왜?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하는지가 궁금할 지도 모르겠지만, 소개할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악마 같은 직장 상사로부터 말도 안되는 지시로 험난한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로렌 와이스버거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옮긴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감독 데이비드 프랭글, 개봉 10월 25일)는 저널리스트가 꿈인 앤드리아(앤 헤서웨이 분)가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번번히 고배를 마시다가 세계 패션계를 좌지우지 하는 유명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의 비서로 입사하면서 녹녹치 않은 직장 생활을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 세계 명품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패션에 '패'자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진정한 커리어 우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관객의 서비스를 위해 세계 유명 패션 명품의 컬렉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샤넬'•'발렌티노'•'베르사체'•'에르메스'•'돌체'•'디 오르' 등 스크린을 통해 확실한 아이 쇼핑을 제공하기에 여성 독자라면 한시도 영화 속 소품에 눈을 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앤드리아처럼 사회 초년생이나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비서로 근무하게 되면서 매일 아침 크림을 뺀 라테 한잔과 1cm 덜 채운 블랙커피 세잔은 기본이요, 미란다는 단 한번의 지시만 내리기에 한번에 정확히 받아적어 업무를 봐야 하고, 미란다의 업무 뿐만 아니라 그와 관계된 모든 잡일(아이들을 비롯한 가족일 심지어 애완견 돌보기까지)을 처리하며,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폭우속에서도 그가 말한 시간내에 비행기를 띄워야할 정도로 고난이도 직장생활을 한다. 그야말로 군대 용어를 빌리자면 완전히 '5분 전투 대기조'(오대기)다. 

사회분야 기사를 보면 입사 선배나 상사들이 신입사원이나 후배 사원들이 옛날 같지 않아 함부로 일을 시킬 수 가 없다는 식의 내용이 간혹 다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직장내 생활을 들여다 보면 미란다 같은 상사는 찾기 힘들지만 적어도 비슷한 선배나 상사를 만날 수는 있다는 것을 간과(看過)해서는 안된다.  

악마같은 상사는 아니지만, 부하 직원의 직언(直言)을 듣지도 않아 업무 책임을 전가시키는 상사를 곧잘 직장인들은 만난다. 대표적으로 2003년 7월에 개봉해 전국 관객 230여 만명의 흥행 기록을 세운 '싱글즈'(감독 권칠인)의 주인공 '나난'(장진영 분)란 캐릭터다. 나난는 패션디자이너로 신상품 회의때 상품(의류)를 내놓는 시기가 이르다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천 과장(조희봉 분)은 이를 묵살시키고 신상품을 내놓는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회의때 부장이 "시기가 너무 빨랐어"라고 직원들을 질책하자 천 과장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나난을 쳐다본다. 이 모습에 나난은 황당하면서도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 또 이 문제의 책임이 전적으로 나난에게 있다는 듯 그를 외식사업부로 발령낸다. 

사내에서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원들은 "내 참 더러워서 사표를 내던지 해야지…"라며 푸념섞인 마음을 품지만, 실질적으로 사표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정을 가진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요즘 간혹 경제부 기사들 중에 신입 사원들의 회사 근무 연수가 1~3년이란 통계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통계란 사실이다. 어렵사리 입사한 회사를 불이익을 당했다고 당장 사직서를 제출하는 직장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사직서를 내기 전에 자신이 옮길 회사를 알아본 다음 입사가 결정되면 보란듯이 사표를 내고 새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는 있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직장 상사의 말도 안되는 요구는 현실에서도 분명 존재한다. 학교란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란 울타리에 들어섰을 때 사회 초년생들은 부푼 꿈을 안고 매일 지옥철이나 만원 버스로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으나 절대 칼 같이 퇴근을 할 수 없어 늘 야근에 시달리며, 상사나 거래처의 불합리한 요구를 감내하면서 스스로를 직장 생활에 적응시킨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개개인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유와 만족감에 대한 답은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 초년생과 간부 급이 아닌 사원들은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일에 임하는 성실성을 보여주어야 하며, 원만한 인간관계(직장 동료는 물론 상사와의 관계 등)를 위해서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마음을 담아 정중하면서도 밝은 표정의 인사는 기본이다. 그렇다고 유치원 시절 배웠던 '배꼽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상사의 관심사(취미 등)를 알아두어 함께 공유하게 되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이 나중에 관리자로 성장했을 때를 생각하면 상사의 고충이나 무엇이 필요한지를 어렴풋이 알게되므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더욱 잘 알게 된다. 특히 상사를 업무적으로 너무 대하지 말고 회식 자리나 워크 숍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애로사항을 이야기 하거나 상사의 고충을 들어준다면 서로의 유대관계가 쌓이면서 뜻하지 않은 해결책이 생긴다. 

최근 직장인들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꼴불견 상사'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무조건 우기는 상사'•'업무를 떠맡기고 자신은 노는 상사'•'안 되는 일도 하라고 강요하는 상사'•'부하 육성에 전혀 의지가 없는 상사' 등이 꼽혔다. 반대로 '꼴불견 부하'로는 '핑계를 자주 대는 부하'•'업무를 차일피일 미루는 부하'•'개인 생활만 열심히 챙기는 이기적인 부하' 등으로 나타났다. 

학창시절을 지나 사회로 나왔을 때 직장 생활이던 개인 사업을 하던 간에 우리네는 간혹 '자기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나는 이런데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못할 까'란 생각을 가지곤 한다. 때문에 과연 나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익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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