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의 모든 것①] 5.5g의 기적을 부르는 셔틀콕
[셔틀콕의 모든 것③] 인조셔틀콕의 도전과 셔틀콕의 미래

[셔틀콕의 모든 것②] 라켓과 플레이스타일을 바꿔놓은 셔틀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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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틀콕
사진 셔틀콕

플레이 스타일까지 바꿔놓은 셔틀콕의 변화

요즘은 동호인도 거위나 오리털 셔틀콕을 사용한다. 대부분 1통에 1만 5천 원에서 2만 원대 셔틀콕을 사용하는 데 매일 몇 개씩 사용하는 소모품이다 보니 셔틀콕 품질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보통 셔틀콕은 1만 원대부터 3만 원대까지 가격 차이가 나는데 이는 곧 셔틀콕의 품질 차이이기도 하다.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대회를 치르면 보통 3만 원대 이상의 셔틀콕을 사용한다.

셔틀콕은 조류의 깃털을 사용하면서 외형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는 비슷한 모양 같지만 꾸준히 변해왔다. 조류의 깃털을 사용한다는 제약 때문에 최고의 깃털을 찾는 것이 셔틀콕의 주된 변화였다.

처음에는 닭털, 양모, 털실 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셔틀콕이 있었다. 배드민턴 규칙이 체계화되고 제1회 전영오픈 이후 배드민턴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유럽의 제조회사들이 수요를 맞추는데 힘겨울 정도였다. 

이때부터 셔틀콕의 내구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 닭털을 사용했는데 표면에 막이 없어 비행할 때 회전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공기의 통과율이 높아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게 되어 셔틀콕이 스매시 한 두 방에 끝나 버리기도 했다. 

50년대 후반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셔틀콕이 등장했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깃털보다 타구감이 떨어져 선수들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등장한 거위와 오리털 셔틀콕은 일대 혁명이었다. 거위털은 깃털의 축이 강해 쉽게 부러지지 않고, 적당한 공기 저항과 회전력도 좋다. 무엇보다도 동일한 크기의 깃털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거위의 털이 흰색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1960년대부터 거위털 셔틀콕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유럽에 있던 셔틀콕 제조공장들은 문을 닫았고 아시아로 기계를 팔아넘기게 됐다. 

사진 셔틀콕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국 배드민턴박물관에 전시된 셔틀콕, 영국 배드민턴박물관
사진 셔틀콕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국 배드민턴박물관에 전시된 셔틀콕, 영국 배드민턴박물관

셔틀콕은 조류의 깃털이기 때문에 잘 부러진다는 단점을 극복하는 게 일차적인 관건이었다. 최상위 제품을 쓰는 요즘 선수들의 경우에도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남자는 단식 한 경기에 12개, 복식 한 경기에 20개 정도의 셔틀콕을 사용한다고 하니 웬만한 내구성을 갖추지 않고서는 버텨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요즘에도 이 정도인데 예전에는 오죽했겠는가. 1984년에 요넥스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드민턴대회인 전영오픈을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게 셔틀콕이다. 이전까지 전영오픈에서는 2000타의 셔틀콕이 사용됐다고 한다. 요넥스가 후원하고는 300타로 줄었다고 하니 얼마나 혁신적인 일이었겠나.

셔틀콕의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배드민턴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이전까지는 한번 스매시하면 셔틀콕이 찌그러져 사용할 수 없었기에 여기에 맞춘 플레이를 했다. 한마디로 길게 랠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셔틀콕이 내구성을 갖추자 랠리가 길어지면서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었다. 2구, 3구 앞을 내다보고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배드민턴의 역사를 바꾸고 경기를 스릴 있게 만든 일등 공신이 바로 셔틀콕의 변화다.

트라이온의 유영건 대표는 닭털 셔틀콕에서 거위와 오리털 셔틀콕으로 바뀌었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닭털 셔틀콕이 한창 인기 있을 때 오리털과 거위털 셔틀콕이 들어왔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몇 번 쳐봤는데 빵빵 그 타구 음이 굉장히 좋고 손맛이 달랐다. 닭털로 10가지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면 거위털과 오리털은 30가지를 구연하게 됐다. 셔틀콕을 깎아 친다거나 이런 기술들이 가능해지니까 가격이 비싸도 오리털과 거위털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라켓도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가벼워지기 시작했고, 어쨌든 셔틀콕이 변하면서 배드민턴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진 셔틀콕
사진 셔틀콕

살아있는 거위와 오리털 사용의 한계

거위털과 오리털 셔틀콕이 나오면서 셔틀콕의 품질은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거위털과 오리털 셔틀콕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살아있는 거위와 오리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죽은 거위털을 사용하면 밀도가 떨어지고 뻣뻣해 셔틀콕이 부드럽게 공기를 타지 못해 스피드와 회전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살아있는 거위에서 털을 채취한다.

또 셔틀콕 하나에 16개의 깃털이 사용되는데 거위 한 마리에서 14개의 깃털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왼쪽 깃털과 오른쪽 깃털은 휘어지는 방향이 정반대여서 회전 방향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쪽 깃털만 사용해야 한다. 한쪽에 7개의 깃털이 나오니 셔틀콕 하나 만드는데 3마리의 거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깃털은, 길이와 굵기, 골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최고급 셔틀콕 같은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깃털이 한 마리에서 2개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이럴 경우 8마리의 거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서 대부분의 동호인도 최고급 거위털은 아니더라도 거위와 오리털 깃털을 사용하면서 그 수요가 어마어마해졌다. 그만큼 많은 오리와 거위에서 깃털을 채취하다 보니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잔인한 제조법 때문에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손맛에 익숙해져 버린 거위털과 오리털 셔틀콕을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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