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의 모든 것②] 라켓과 플레이스타일을 바꿔놓은 셔틀콕의 변화
[셔틀콕의 모든 것③] 인조셔틀콕의 도전과 셔틀콕의 미래

[셔틀콕의 모든 것①] 5.5g의 기적을 부르는 셔틀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셔틀콕
사진 셔틀콕

모양부터 재료까지 독보적인 셔틀콕

셔틀콕은 왕복이란 뜻의 ‘shuttle’과 닭을 의미하는 ‘cock’이 합쳐진 이름이다. 인도에 코르크로 만든 볼에 새의 깃털을 꽂아 손바닥이나 빨래방망이로 쳐서 넘기던 ‘푸나’라는 게임이 있다. 이것을 본 영국 장교가 본국으로 돌아가 샴페인 병의 코르크 마개에 날개를 붙여 테니스 라켓으로 쳐본 게 셔틀콕의 유래이다.

배드민턴이 다른 구기 종목과 가장 다른 점을 꼽는다면 단연 셔틀콕을 꼽을 수 있다. 라켓을 가지고 하는 종목도 있고, 네트를 쳐놓고 하는 종목도 있지만, 셔틀콕처럼 독특한 공을 사용하는 종목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기 종목이 동그란 공을 사용한다면 셔틀콕은 원뿔형에 가깝다.

그렇다면 과연 배드민턴에서 라켓이 중요할까 셔틀콕이 중요할까? 어차피 셔틀콕은 양쪽이 같이 사용하는 것이니 개인 소지품인 라켓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라켓은 제품 규격에 대한 규정은 있어도 품질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비해 셔틀콕은 규격과 품질에 대한 규정에 의해 공인구가 있다는 점에서 셔틀콕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진 셔틀콕 크기 및 무게

어쨌든 셔틀콕은 미세한 공기의 흐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다.  국제대회에서는 백바운더리 라인상에서 셔틀콕을 언더 핸드의 풀 스트로크로 쳐서 반대편의 백바운더리 라인으로부터 530mm와 990mm 사이에 떨어져야 공인구로 사용한다.

그리고 깃털 수는 16개로 이루어져 있고, 둥근 코르크에 꽂아 사용한다. 셔틀콕의 무게는 4.75~5.50g이고, 콕의 지름은 25~28mm, 선단에서 콕까지의 길이는 62~70mm, 날개의 지름은 58~68mm이다. 무게가 약 5.5g으로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스매시 최고 시속이 330km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코트에서 넘어오는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배드민턴 게임 내내 집중하느라 다른 건 모두 잊어버린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기의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셔틀콕

셔틀콕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공기의 저항에 민감하다. 그 때문에 공기의 흐름과 온도가 셔틀콕 속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우리나라 남자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냈을 때 상대인 중국 선수들이 한국 측이 에어컨 바람을 조종해 패했다고 항변할 정도였다. 멀리 있는 에어컨을 이용해 우리 선수들만, 아니면 중국 선수들 셔틀콕만 어떻게 공략했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만큼 공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깃털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코르크의 무게에 맞춰, 총중량을 조절해서 원하는 비거리의 셔틀콕을 만든다. 셔틀콕은 따뜻한 곳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져 속도가 빨라지는데 1도 상승에 2~3cm 비거리가 변한다. 그래서 셔틀콕은 18도 정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셔틀콕에 수분을 공급해 줘야 잘 부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셔틀콕에 직접 물을 닿게 하는 건 좋지 않다.

셔틀콕을 살 때 마개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면 번호(3 또는 77)가 적혀있다. 이 번호는 셔틀콕의 품질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온도)에 따른 셔틀콕의 스피드를 표시한 것이다. 온도의 변화에 따라 번호로 셔틀콕을 구분한 것이다.

사진 셔틀콕에 표시된 번호의 의미

75, 76번의 셔틀콕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한다면 비거리가 짧아 셔틀이 안 나가는 느낌을 받고, 반대로 80번 이상의 셔틀을 사용하면 비거리가 길어 살짝만 쳐도 아웃이 된다는 얘기다.

국내외 선수들 대회에서는 경기장의 온도 및 습도를 항시 체크한다. 체육관의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 셔틀콕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경기 시작 전까지만 켤 수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체육관 온도와 습도는 변할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에서의 실내 온도는 18도에서 30도 사이여야 한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강한 스매시 공격보다 수비나 드라이브 싸움이 많은 것도 셔틀콕과 무관하지 않다. 손완호(인천국제공항) 선수의 말에 따르면 세계배드민턴연맹이 긴 랠리 싸움을 유도하기 위해 잘 나가지 않는 셔틀콕을 선호하면서 선수들이 스매시 싸움보다 수비에 치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셔틀콕은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들의 패턴을 바꿔놓을 정도로 중요한 용품이다. 그 때문에 셔틀콕이 변할 때마다 배드민턴의 흐름도 변해왔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더페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