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럼피스킨 국내 첫 발병
11월 10일 국내 소 400여 만 마리 백신 접종 완료
8일째 추가 발병 없어… 민·관·농협 협력 방역 우수 사례
농협, 방역 위한 물품 및 금융지원·방역 캠페인 병행

[더페어 프리즘] 정부와 농협, 긴밀한 공조 통해 '럼피스킨' 40여 일 만에 안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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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 백신 접종 모습 / 사진=연합뉴스
럼피스킨 백신 접종 모습 / 사진=연합뉴스

[더페어] 이용훈 기자=지난달 20일 이름조차 생소한 '럼피스킨(Lumpy Skin Disease, LSD)'이 국내서 첫 발병했다.

럼피스킨은  소와 물소에 나타나는 병으로, 41.5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피부 림프절이 커지는 증상이 관찰된다. 감염된 소는 피부에 혹이 발생하는 증상 외에도 눈물과 콧물, 침흘림과 함께 식욕부진으로 우유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불임이나 유산 증상도 동반된다. 다만 코로나19와는 달리 사람에게 전파되지는 않는다.

럼피스킨 감염 초기 증상 / 사진출처=농림축산식품부
럼피스킨 감염 초기 증상 / 사진출처=농림축산식품부

1929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은 모기나 진드기 등 흡혈 곤충이나 오염된 주사기, 급수통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됐던 질병이 60여 년 만인1989년 이스라엘로 전파됐고 이후 2013년 튀르키예, 2015년 그리스와 러시아를 거쳐 2019년부터는 중국 등 동아시아로까지 전파됐다.

2020년 대만에서도 발병 사례가 발견된 후 우리 정부는  당시 축산 농가에 위험성를 알리고 진단체계 구축과 함께 럼피스킨 백신 54만 마리 분을 비축하는 등 국내 유입을 선제적으로 대비해왔다.

럼피스킨 발생 농가에 대한 방역 작업 모습 / 사진=연합뉴스
럼피스킨 발생 농가에 대한 방역 작업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20일 서산에서 국내 첫 럼피스킨이 확인되자 농림축산식품부 등 방역당국은 즉시 정황근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를 꾸려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먼저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초동방역과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 통제, 살처분 등을 실시했다. 동시에 비축해둔 백신 접종을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실시하고, 추가 백신을 긴급 공수해 첫 발생 3주만인 지난 10일 전국 사육소 407만여 마리에 대한 접종을 모두 완료했다.

신속한 대응과 백신 접종의 효과로 현재까지 국내 럼피스킨 발생은 107건, 살처분 6천400여 두에 그쳤고 28일 기준 8일째 추가 발병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수본은 상황을 고려해 지난 27일부터 전국 소 농장 반출입 제한을 해제했다.

아직 럼피스킨 종식을 선언하기는 이르지만 어느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먼저 럼피스킨이 돌았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빠른 감소세는 분명하다. 

대륙별 럼피스킨 주요 발생국 / 사진출처=농림축산식품부
대륙별 럼피스킨 주요 발생국 / 사진출처=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11월, 인도는 럼피스킨의 급속한 확산으로 소 200만 마리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 15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천 명이 정부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접국인 중국과 대만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첫 발병이 나타난 중국과 대만은 현재까지도 럼피스킨병 추가 발병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성과는 방역당국의 대처는 물론,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농협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럼피스킨 방역 대응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 사진제공=농협
럼피스킨 방역 대응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 사진제공=농협

농협은 럼피스킨 발병 즉시 중앙본부에서 지역본부, 축협으로 이어지는 '전국 24시간 비상방역대책 상황실'을 꾸리고 현재까지 방역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회 차원에서는 네 차례에 걸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주재로 '범농협 긴급방역 대책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인적·물적, 금융, 교육 및 캠페인 등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농협은 방역에 필요한 석회, 소독약, 방역복 등 약 1억 원 상당의 물품을 발생지역에 지원하는 한편, 방역 차량과 연무·연막소독기 총 302대를 공수해 공동방제단이 전국 발생지역과 인접지역에 대한 소독을 실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방역인력과 공동방제단을 대상으로 '럼피스킨 확산 대응 요령' 교육을 실시하고, 축산농가를 대상으로는 '깨끗한 축산농장 가꾸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매일 축사 및 주변 청소·청결 유지 ▲축사·대인·차량 소독 철저 ▲퇴비장 소독 및 매개 해충 방제 등 농협은 3대 중점 추진 과제를 선정해 농가 스스로가 이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총 115만 건의 SMS 문제메시지를 각 축산농가에 발송해 일일 발생 현황과 방역 내용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최문섭 농협손해보험 최문섭 대표(오른쪽)와 안병우 나눔축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비상방역실에서 열린 럼피스킨 조기 종식을 위한 방역지원금 전달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제공=농협중앙회
최문섭 농협손해보험 최문섭 대표(오른쪽)와 안병우 나눔축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비상방역실에서 열린 럼피스킨 조기 종식을 위한 방역지원금 전달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협은 실질적 지원 및 캠페인과 함께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금융지원도 병행한다. 방역 지원 및 축산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무이자 재해자금 500억 원과 방역예산 20억 원을 편성해 발생지역 농·축협을 통해 농가를 지원하고 럼피스킨 확산 방지·차단 등에 집중 사용한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축산 농가의 협조, 또 농민을 위해 최전선에서 총력을 기울인 농협의 지원까지 더해 이번 럼피스킨은 민·관·기업이 함께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방역 우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비전처럼 농협이 앞으로도 농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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