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어] 이용훈 기자=이달 초 종근당은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사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만 달러(한화 약 1조7천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종근당 82년 역사상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제약사에서도 손꼽히는 역대급 규모다. 계약금으로만 8천만 달러 우리 돈 1천61억 원을 수령하고, 향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받게 돼 종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번 기술 수출 대상인 신약 후보물질 CKD-510은 희귀병인 샤르코마리투스와 심장질환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돼 정상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질환이다. 현재까지는 이렇다할 치료제가 없어 CKD-510 개발이 완료되면 해당 질환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CKD-510은 심장 리듬 조절과 심박수 조절 등 심장 질환의 근본 원인을 개선해 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2020년 3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노바티스는 CKD-510을 도입해 글로벌 무대에서 임상 2상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같은 종근당의 쾌거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종근당은 1972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원료 및 완제품의 연구 개발, 우수인력 양성 등 투자를 지속해왔다.
2011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첨단 연구시설 '효종연구소'로 규모를 키웠다. 종근당은 효종연구소 출범 이듬해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을 최소11%이상, 최대 15%까지 늘려 왔다. 2018년 12%, 2019년 12.7%, 2020년 11.4%, 2021년 12.1%, 2022년 12.1% 등 12%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R&D에 투입된 금액은 1천763억 원에 달했다.
실제 종근당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까지 않으며 실적 또한 이에 비례해 우상향하고 있는 것이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종근당은 2019년 국내 10대 제약사 중 매출기준 5위에서 2020년 3위로 뛰어 올랐고 지금까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종근당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1천6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성장한 반면, 앞서 있는 GC녹십자의 누적 매출은 1조2천2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6% 감소했다. 여기에 이번 기술수출 계약료 1천61억 원이 반영될 경우, 올 4분기에는 2위인 GC녹십자까지 추월하며 TOP 2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끈기 있는 투자가 종근당이 최근 거두고 있는 성과의 밑거름이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 제약사의 이미지는 '리베이트'와 '복제약(이미 출시된 약의 성분을 토대로 그대로 만들어낸 의약품)'으로 대변되기도 했다. 별 다른 기술 없이 병원과 개별 의사, 약사들에게 리베이트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긴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번 종근당의 빅딜은 그간의 선입견을 깨고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을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효종연구소로 상징되는 종근당의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이 K-제약산업을 세계시장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