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춘천, 추억을 되짚으며 새로운 추억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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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책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창밖 가을 하늘을 보면 집에만 있기 아까워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물의 도시 호반의 도시라 부르는 춘천이다. 어둠이 가시지 않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선다.

서울에서 청춘열차를 타면 1시간 13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버스나 전철도 있어 접근이 편하다. 춘천은 물의 도시답게 일교차가 심한 가을엔 안개가 깊다. 아련한 추억 속을 걷듯 안개에 잠겨 늦게 깨어나는 도시도 장관이다. 아직 여름 힘이 덜 빠져 이제 물드는 나무들과 비교하면 춘천은 벌써 가을빛이 풀어지고 있다. 

길가의 느티나무들은 시샘이라도 하듯 물든 모습이 다른 색이다. 일찍 떠났으니 금강산도 식후경! 오래된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또 다른 먹거리가 유혹하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대원당을 찾았다. 오래된 것은 따듯하고 정겹다. 이곳의 유명한 빵인 곰보빵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가지 빵과 커피 한 잔으로 기다림을 때운다. 

갓 구운 빵 냄새가 방금 아침을 먹은 걸 완전히 삭제되었는지 다들 먹는 모습에서 달달한 행복이 읽힌다. 빵집을 연 것이 1968년이니 거의 반세기 동안 이 자리를 버티고 있다. 한쪽 벽면은 춘천의 역사와 함께 이곳 빵집의 역사도 걸려있다.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작품 속에 배경이 된 실레마을 전체가 김유정 문학촌이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붙여진 실레는 소설의 작품 무대로서 지금도 실레 이야기 길로 문학 기행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문학촌에서 멀리 바라본 산의 등성이가 주름치마 같다고 금병산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김유정 생가는 ㅁ자의 주택 구조를 하고 있었다. 문학촌을 찾은 사람들은 마루에 빙 둘러앉아 김유정의 짧은 생애와 문학을 들었다. 실레마을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모하기는 했지만 정감 있는 전원풍경이 잘 남아 있어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난 순박한 시골 사람의 정취를 잘 느낄 수 있다.

책과 인쇄 박물관
김유정 문학촌에서 10분 정도 길을 따라 오르면 책과 인쇄 박물관이 찾았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화 시대 아날로그적 감성이 온전히 남아 있는 곳이다. 낸 몸 같은 스마트폰 밀려 나무 그늘에 느긋하게 앉아 책장을 넘기는 큰 이벤트일 정도로 책과 멀리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내 대형 서점 귀퉁이에 앉아 보고 싶은 책을 빼 들고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읽을 때가 좋았다. 눈만 뜨면 현관문 밖에 배달된 신문의 잉크 냄새가 좋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었던 시절도 있었다. 소슬바람이 불고 하늘이 높아가고 녹음이 빛을 잃어가는 가을이 되니 가방 속에 시집 한 권을 넣고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멋져 보인다. 9할의 사람들이 손바닥 안 스마트폰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대신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가 보는 책들 한 권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만든 인쇄공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꿈꿔왔던 사람들의 영혼이...“  이곳 전용태 관장님의 글귀가 1층 박물관입구에 적혀있어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한 권의 책에서 저자를 먼저 생각하고 책 내용과 내가 느끼는 감정만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영혼이 혼재되어 한 권의 책으로 빛난다는 알게 되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면의 많은 노력을 잊고 살았다. 인쇄소 재현한 공간 벽면 가득 채운 활자들, 인쇄과정이 전시된 것을 보니 우리나라 금속활자의 우수성이 생각났다.(4-1 활자사진) 활판과 인쇄 역사를 둘러보고 2.3층은 고서들과 손때 묻은 개인의 역사도 둘러 보았다. 2층 체험과 교육관에서 나만의 엽서 만들기 원하는 글귀를 생각해놓고 수많은 활자 중에 글자를 찾아 나무판에 담고 한 글자가 인쇄되기까지의 수고로움을 체험해본다. <4책과 인쇄박물관 http://www.mobapkorea.com> 

춘천시 명동 거리
춘천에는 실재 명동이라는 지명이 없지만, 서울의 명동 거리를 축소해 놓은 듯 번화하다고 해서 춘천시 조양동 골목을 춘천 명동거리라 부른다. 춘천의 명동거리는 쇼핑 및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춘천의 대표 음식인 닭갈비 골목이 있고, 브라운 5번가, M 백화점 등 대형쇼핑몰이 있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하여 국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명동거리에는 겨울 연가 촬영지였다는 듯이 배용준과 최지우의 사진이 걸려 있다. 춘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동거리에서는 겨울연가의 기억을 떠오듯이 평일이나, 주말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거리를 구경하고,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를 먹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춘천 명동에서는 춘천의 자랑거리인 마임 축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막 뽑아서 먹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막국수를 먹고 애니메이션 박물관으로 향한다.

추억의 공존 : 애니메이션 박물관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애니메이션에 관한 자료를 발굴, 수집 전시 연구함으로써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소중함을 일깨워 국민 정신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만들고자 2003년 10월 개관하였으며, 창작 예술품이자, 표현 매체로서 자리 잡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의 근간을 마련하고 우리 애니메이션의 위상과 역사를 조명하기 위하여 건립되었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앞에서 동심의 세계로 빠져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손에 이끌러 온 가족이 대부분이다. 박물관 앞의 공원에는 만화 속의 캐릭터들이 군데군데 서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물관 입구의 매표소에는 연두색과 빨간빛 매표를 할 수 있는데 연두색은 애니메이션 박물관 옆 로봇박물관까지 관람할 수 있고. 빨간빛은 애니메이션 박물관만 관람 할 수 있다. 손목에 빨간빛 띠를 팔찌처럼 두르고 입장을 했다. 구름빵 캐릭터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부모랑 같이 온 애들은 만져보고 둘러보며 직접 해보며 신기한지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더 반짝인다. 개인적으로 만화방이 마음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다닐 때 만화에 빠져 밤늦도록 만화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화를 보던 기억이 났다. 한여름 몹시 더울 때 만화방의 문 앞자리는 명당자리였다. 

구슬발로 늘어뜨린 입구에 코를 박고 만화방이 문을 닫을 때까지 봤는데 요즘 애들은 알기나 할까? 또 영화 간판을 그리던 사람이 있었는데 화가라기보다는 간판장이라 불렀던 사람들인데 이제는 추억 속의 인물이다. 만화 주인공들과 눈길 주고받는 사이 다 자라 결혼을 한 아이들의 추억을 공유하고 되짚어보며 동심에 빠져보는 것도 하루 치의 힐링은 될 거 같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스카이워크란 높은 지대나 물 위에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된 구조물을 설치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시설을 일컫는다.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춘천의 랜드마크인 소양 2교와 소양강 처녀상 옆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길이 174m, 그중 바닥이 투명 유리로 된 구간이 156m에 이르는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 시설이다. 바닥은 특수 강화유리 3장을 겹쳐 깔아 안전성을 더하고 있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원형광장이 조성되어있고, 원형광장 중앙은 바닥이 투명유리로 되어있다. 광장 양쪽으로는 전망대가 있고, 광장 끝 중앙에 서면 쏘가리 상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일몰 후에는 오색 조명등이 켜져 또 다른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청평사
춘천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하는데 배 대신 차로 이동했다. 구불구불한 오음리 고갯길을 한참 걸려 청평사 입구에 도착했다. 청평사는 섬 속의 절이다. 소양호가 생기면서 더 유명해진 사찰이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사철 입구는 어느 곳이든 비슷하다. 음식점을 지나 청평사를 오르는 길 아래로 보니 계곡은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라 있다. 반대편 소양호 쪽으로 보니 선착장이 보인다. 청평사까지 1km란 푯말이 보인다. 아직 잘 익은 가을은 아니지만, 단풍이 물들이 시작했다. 

가을 단풍은 10월 말쯤 절정일 거 같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 계곡엔 곱게 물든 단풍이 계곡물에 잠겨있다. 상사 뱀을 감은 공주 상을 지나며 짝사랑의 슬픈 전설을 읽는다. 소나무가 아홉 그루가 있다는 구송 폭포를 지나 거북바위에서 기도하며 계곡을 따라 오른다. 계곡 주변의 돌멩이로 만든 작은 돌탑들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빛난다. 

오봉산이 물에 잠긴다는 작은 영지를 지나니 청평사 앞을 수문장처럼 지키는 은행나무가 반긴다. 돌계단 입구에 약수는 오봉산 등산이나 청평사를 걸어 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목을 축일 수 있게 하는 배려다. 청평사에는 다른 사찰처럼 일주문이 보이지 않는 대신 회전문이 있다. 회전문(回轉門 )은 조선 시대의 문으로 보물 제164호이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대인 973년에 백암선원(白岩禪院 )창건되고 조선 명종 때 보우대사가 중창하였다. 사찰에는 보통 상징적으로 3 개의 문이 있는데 절 입구의 일주문(一柱門 )과 중심부에 사천왕상을 모신 천왕문(天王門 ), 그리고 뒷면에 해탈문(解脫門 )이 있다. 이 회전문은 사찰의 중문으로 사천왕문에 해당한다. 맞배지붕 아래 홍살문처럼 살대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문이 없는 회전문은 윤회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회전문을 지나면 이 층으로 된 경운루 양옆으로 회랑이 배치되어 있다. 화랑은 궁중에서 보이는 건축양식인데 왕실의 지원했다는 증거이다. 특이하게 남아있는 축대와 축대에 둘린 하수구 옛날 그대로 남아 있다.

경운루와 회랑 내부는 연등이 걸려있다. 경운루를 지나면 대웅전 양옆으로 나한전 범종루가 있고 앞에 관음전이 배치되어 있다. 뒤편으로 극락보전과 삼성각이 있다. 극락보전 입구에 수령 830년이 된 보호수 주목이 있다. 청평사 뒤편 오봉산을 산행하고 내려오면 잠깐 들린 게 전부다. 20대에 청평사를 왔을 때는 가람 배치가 별 기억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2시간 이내 거리이므로 여행을 끝나고 돌아와도 부담 없는 거리이고 춘천시내에서 하룻밤 묵고 이른 아침 소양강의 물안개를 보는 맛도 좋다. 

여행 메모
교통편 서울 용산 ITX 첫차 오전 6 시부터 1시간 혹은 30분 간격으로 있음. 센트럴시티에서 고속버스 50분 간격으로 있음 동서울터미널은 20분 간격으로 6 시부터 있음. 춘천역이나 남춘천역에 하차 12-1 버스 소양강댐에 하차 (30-40) 소요 서울교통카드 사용. 소양강 선착장까지 10분 걸어 도보 이용 10-15분 청평사 선착장 하차 뱃삯 왕복 6000원임. 해장국이나 메밀막국수 닭갈비로 식사 해결

오행순   사진 오행순·춘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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