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어] 노만영 기자=기획재정부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는 노조 조합원의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유관부처 의견조회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법제처 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를 완료했다고 유관부처에 내려보내, 부처 이견제출 자체를 차단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기재부, 법제처,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 두 차례 유관부처에 의견조회를 했는데, 지난 8월 31일 두 번째 의견조회 당시에 ‘법제처 심사를 마침’이라는 문구가 명시된 공문을 시행했다. 또한 해당 공문에는 시행령안이 ‘고용노동부 등과 합의되었음’이라는 문구도 명시했다.
그러나 이 의원실이 법제처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재부 공문 시행일까지 법제처는 심사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르면 입법예고 이후 법제처 심사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입법예고 이전에 행해지는 유관부처에 대한 의견조회보다 법제처 심사가 앞설 수 없다. ‘고용노동부 등과 합의되었음’이란 문구도 거짓으로 확인되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15일에 이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별도의 의견이 없을 뿐이지 사전 합의를 거쳤다는 내용은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서 고용노동부조차 법률자문을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노조 회계공시 의무 관련 법률 해석에 상당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법률자문 없이 고용노동부가 선택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전부였던 점이 확인된 것이다.
법제처의 법령심사제도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가 운영의 기틀이 되는 법률이나 하위법령의 공포 및 시행 전 헌법과 상위규범에 위반되거나 부적정한 내용의 규범이 되지 않도록 사전 심사,조정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러한 법제처 심사가 마치 완료되었고, 노조 회계 관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도 사전 협의가 된 것으로 공문에 명기해서 이견조회를 받은 것이다. 유관부처의 이견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의원은 “기재부 의도가 매우 노골적이고 고의적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헌법에서 정한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난 해당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이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