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명의 원자력안전기술원, 컴퓨터는 1,743대
427명의 원자력안전기술원, 컴퓨터는 1,743대
  • 한민섭
  • 승인 2013.11.2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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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원짜리 이어폰, 24만원짜리 헤드셋....눈먼 돈 펑펑....
- 데스크탑 PC 902대, 노트북 554대, 태블릿 327대
- 기본 제공 마우스 외에 고가의 무선 마우스 600여 개 별도 구입
- 240만원에 구입한 노트북과 같은 기종을 석달 후 440만원에 구입
-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주소 둔 세 업체가 2009년 이후 번갈아가며 90억 전산용품 납품
 
▲  자료=노웅래 의원실 제공

2012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에 대한 결산심사 당시 대전 지역 세 업체가 번갈아가며 수십억 전산용품 납품을 독식하며, 200만원짜리 노트북을 300만원에 납품하는 등 담합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KINS 직원들이 15만원짜리 이어폰, 24만원짜리 헤드셋 등 예산을 무분별하게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 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노웅래 의원이 KINS의 예산 낭비 사례를 추가로 26일 밝혀냈다.
 
먼저 직원 수가 427명인 KINS의 주요 전산용품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데스크탑 PC 902대, 노트북 554대, 태블릿 PC 327대 등 총 1,743대를 보유 중이다. 이는 직원 수의 4배가 넘는 양이다.
 
KINS 측은 노웅래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내용연수가 지난 PC를 신규제품으로 교체한 후 반납(자재팀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재물조사(진행중) 후 일괄 불용 처분할 예정”이라고 답변했으나, 수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노웅래 의원의 문제 제기 후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KINS는 또 노트북 구입시 무선 마우스가 함께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로지텍’ 사의 무선 마우스를 확인된 것만 600개 가량 추가로 구매해 예산을 낭비했다.
같은 기종의 데스크탑 PC, 노트북 구매 가격도 천차 만별이다. 

똑같은 기종의 컴퓨터를 215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업체가 있었음에도 주 거래업체에서 30% 이상 비싼 285만원에 구입한다. 노트북 역시 240여 만원에 구입한 불과 석 달 후 같은 기종을 440여 만원에 구입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같은 제품을 한 번은 80여 만원에, 또 한 번은 220만원에 구입했다.
 
노웅래의원실이 2013년 구매 내역 중 일부를 다른 업체에 관공서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견적을 의뢰한 결과 KINS 구입가는 품목별로 20~50% 가량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결산 심사 당시 KINS 측은 컴퓨터 기종의 경우 사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KINS가 300여 만원에 구입한 동일 사양을 다른 기관은 200여 만원에 구입했고, 노트북이나, 소프트웨어는 사양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잘못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 큰 문제점은 KINS 전산용품 납품을 특정업체 3곳이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이후 유에스엠이라는 업체가 36억 2천만원, 송도정보가 31억 2천만원, 현정보가 20억원. 세 업체가 90억원 가까운 장비를 납품했다. 금년도의 경우 세 업체가 동일한 순서로 번갈아가며 낙찰을 받았다.

그런데, 이 세 업체는 계약서상 주소지가 대전시 서구 만년동 테크노월드 5층에 인접해 있다. 노 의원실이 계약서에 나타난 업체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았더니, 한 곳은 ‘자동차 매매단지’라고 하며 연락처를 다시 알려주겠다고 했고, 세 업체 모두 주소지에 있는 전자상가 내에 영업장이 없으며, 한 업체만이 창고로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황상 담합 가능성이 농후하다.
 
KINS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한 직원의 요청에 따라 KINS는 유명 음향기기 회사인 보스(Bose)사의 최고급 이어폰을 156,200원에 구매해 지급한다. 또 다른 직원의 요청에 KINS는 235,200원짜리 최고급 헤드셋을 구매한다. KINS 측은 직원들의 어학교육용 등으로 이용되며, 후생복리 차원에서 구매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타 기관에서 개인적 용도의 소모품을 공금으로 구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물품들은 개인이 휴대하는 소모품이라 물품 관리대장으로 관리되지도 않는다.
                                  
KINS는 3,258,100원인 삼성 노트북, 2,366,400원인 HP 데스크탑 PC, 566,400원인 HP 모니터에서부터 148,800원인 키보드, 288,000원인 외장하드는 물론 아이패드 키보드, 무선 마우스, 이어폰, 고급 노트북 받침대, 마우스 손목 보호대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소모품까지 직원들이 구매를 희망하는 물건이라면 뭐든지 최신의 고가 제품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구매했다.

이렇게 심각한 예산 낭비가 발생한 것은 KINS의 예산 구조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현재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업무를 수탁 받는 KINS가 사업자와 직접 협의해서 필요한 비용을 징수하고 자체적으로 편성‧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KINS의 수입 항목을 살펴보면 “원자력안전규제사업”이라 표기된 사업자 부담금이 ’12년 508억원, ’13년 526억원으로,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52% 가량을 규제 대상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KINS 출범 당시인 ’90년도에 15%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예산 중 270억원 수준의 정부 출연금은 비교적 회계 관리가 투명할 수밖에 없지만, 그 2배에 이르는 사업자 부담금은 아무런 통제 없이 KINS가 자체적으로 징수하고 편성‧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회나 정부가 준정부기관 예산의 절반 이상을 현실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부담금이 방만하게 집행될 여지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노웅래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전산용품 구매 관련 예산도 대부분 사업자 부담금에서 집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사업자가 정부에 직접 수수료 형태로 납부하고, 일본이나 영국은 정부에 세금 형태로 납부해서 규제기관의 예산으로서 정부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비교적 회계 관리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방만하게 집행할 확률도 현저히 줄어들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노웅래 의원은 “원자력안전규제는 원자력 이용‧진흥과는 분명히 독립되어야 함에도, 산하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재정이 사업자에 점차 종속되어 독립적인 규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원자력안전위회가 연간 500억원이 넘는 사업자 부담금을 외국 사례와 같이 정부와 국회가 투명하게 편성‧집행을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노웅래 의원의 문제 제기 후 11월 25일부터 1주일 예정으로 감사반을 KINS에 파견,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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