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알 튕기는 ㈜한진…복잡한 이사 선임 셈법
주판알 튕기는 ㈜한진…복잡한 이사 선임 셈법
  • 권준상 기자
  • 승인 2022.01.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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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이사 1인 공석·사외이사 2인 재선임 여부 결정
조현민 사내이사 선임 기간 1년 단축·최대 실적 등 우호적 환경 조성
충원 안 해도 되지만 HYK 이사회 진입 재시도 등 고려시 8인 체제 유지 유력
조현민 ㈜한진 사장(오른쪽)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진빌딩

㈜한진의 올해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는 이사선임의 건이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사외이사 2인(김문수·한종철)의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여부를 결정해야하는데다 류경표 대표이사 부사장이 지주사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되면서 공석이 생긴 사내이사 1석의 충원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는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기간을 1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총수일가 우호 인사 연이은 승진…이사회 진입 1년 앞당겨진 조현민

최근 한진그룹 임원인사의 핵심은 ㈜한진 인사들의 승진이다. 류경표 ㈜한진 대표이사 부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노삼석 ㈜한진 부사장은 사장에 올랐다. 이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인사로 거론된다. 2019년 총수일가, 특히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내홍을 겪는 과정 속 이뤄진 조 회장의 첫 임원인사에서 승진하며 조 회장 측 라인(Line)으로 분류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사업(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는 조현민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입장에서는 ㈜한진이 지난해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도 역대 최대 매출(2조5033억원, 전년比 13%↑)을 기록한 데 대한 합당한 인사겠지만, 일련의 복잡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성과만을 적용했다고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조현민 사장은 이번 그룹인사를 통해 승진하기 전에도 ㈜한진에서 단기간에 고속 승진을 하면서 입지를 넓혀왔다. 그는 2020년 9월 마케팅 총괄 신규 임원(전무)으로 ㈜한진에 합류한 뒤 4개월 만에 부사장(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 총괄)으로 승진했다. 이후 미래성장전략실 신설과 마케팅총괄부를 마케팅실로 확대하는 조직개편으로 내부 장악력을 키웠다. 전무 4개월, 부사장 1년 등 ㈜한진에 둥지를 튼지 약 1년4개월 만에 사장에 오른 것이다.

다만 미등기임원인 탓에 ㈜한진 내 영향력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이사에 의해 구성돼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미등기임원은 참여할 수 없다. 이런 탓에 조현민 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구성원이 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물컵갑질' 사태 등 자신의 과오(?)로 그룹 지주사와 항공산업과 관련된 계열사에 종사할 수 없게 된 그에게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한진인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앞서 조현민 사장이 ㈜한진에 합류한 이후 승진과 조직개편이 진행될 시기 한진그룹 관계자는 기자에게 "조현민 사장이 ㈜한진에서 둥지를 터야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류경표 ㈜한진 대표이사 부사장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승진이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번 그룹 인사가 나기 전까지 조현민 사장이 ㈜한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2023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를 기다리지 않고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주총 참석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 필요)인 정관 변경이지만, 적지 않은 문제가 상존해 시도하는데 부담이 상존한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기치로 내세운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 무리한 행보에 나선다는 재계 안팎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여론이 악화할 경우 소액주주는 물론, 반대세력(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HYK 1호 펀드))의 반발로 확대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 충원 안해도 문제 없지만…HYK 이사회 진입 재시도 등 고려시 8인 체제 유지 유력

물론 ㈜한진은 당장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 정관상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한진은 정관(제4장 제20조)에 '이사의 결원이 생기면 주총에서 이를 보선(보충하기 위해 선임)하지만,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으면 (보선)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한진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은 3인 이상 8인 이내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3명 이상이어야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한진은 이번 주총에서 굳이 이사 충원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공석이 발생한 사내이사 1곳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인을 재선임하지 않아도,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돼 정관에 명시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 기준을 충족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한진은 8인 이사회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시기상 이번 주총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구조와 그동안의 흐름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인에 대한 재선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진이 최근 수년간 주총 안건에 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거르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 2인은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조건에 결격사유도 없다.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인의 역할론도 재선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종철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장이다. 상법(제415조의2 제2항)상 감사위원회 구성요건은 3명 이상의 이사로 사외이사가 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돼야한다. 감사위원회는 이사와 경영진의 업무 감독, 외부감사인 선정에 대한 승인 등의 권한을 갖는다. 김문수 사외이사의 위치도 남다르다. 그는 등기이사의 보수한도와 보상체계에 관한 사항 등을 다루는 보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사진을 충원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면 당연히 반대세력의 이사회 진입을 허용할 수 있다. 단적으로 HYK 1호 펀드의 이사회 진입 재시도 를 가정할 수 있다. 앞서 HYK 1호 펀드는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최대 정원 증원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에 나서며 이사회 진입을 꾀했다. 특히 한우제 HYK파트너스 대표가 ㈜한진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HYK 1호 펀드는 한우제 전 한화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020년 3월 설립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의 첫 번째 펀드다.

㈜한진 지분을 매수한 HYK 1호 펀드는 지난번 주총 패배 이후에도 경영참여에 대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HYK 1호 펀드는 지난해 말에도 ㈜한진 측에 주주서신을 보내 최근 벤처회사들과 상생하는 일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대상과 진행상황, 실적에 미칠 긍정적인 부분 등을 문의했다. 더불어 자문단을 함께 운영하는 방안 등도 제안했다.

㈜한진 이사회가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2인의 재선임 안건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면, 총수일가는 약 2.1%의 우호지분만 확보하면된다. 이는 지난해 ㈜한진 주총 참석율 72.4%(의결권 있는 총 주식수 1471만722주 가운데 참석 주식 수 1065만2326주)을 기반으로, 지주사 한진칼과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자 그리고 우호세력으로 거론되는 GS리테일(기존 ㈜한진 주식을 보유하던 GS홈쇼핑을 GS리테일이 흡수합병·지분율 6.62%)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추정해 적용한 결과다. 

㈜한진은 줄곧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주총을 개최해왔다. 관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올해 주총은 3월25일에 열릴 전망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조현민 사장의 ㈜한진 사내이사 선임을 골자로 한 주총 상정 안건의 윤곽은 이사회 개최를 거쳐 3월10일까지 확정된다. 상법 제363조에 따라 주총 일시와 장소, 의안에 관한 정보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우편,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 등의 방법으로 주총 개최 2주 전까지 주주에게 제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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