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로 제2의 비상(飛上)을 꿈꾸는 제이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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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joobong)하면 한때 배드민턴 업계에서 남부럽지 않은 명성을 떨쳤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 일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린 10년’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주봉은 잠잠했다. 최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제2의 비상(飛上)을 꿈꾸는 브랜드 주봉의 창시자 권오룡 대표를 만났다.

과감한 내부 변화가 가져온 기회
1995년 국내 고유의 상표인 주봉(joobong) 브랜드로 출발한 제이비스포츠는 자체 개발한 독자 상품을 생산, 판매해왔다. 한때는 배드민턴 용품업계의 선두주자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조금씩 열기가 식더니 지난 10여 년 동안은 잠잠했다. 구력이 오래된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브랜드지만 이제 새로 시작하는 동호인들에게는 낯선 브랜드로 인식돼 갈 즈음 제이비스포츠는 말 그대로 회사를 설립한 대표를 제외하고는 다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변화를 꾀했다. 그 변화는 결국 동호인들의 반응을 끌어냈고, 작년부터 다시 주봉이란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권오룡 대표는 제2의 비상(飛上)을 꿈꿀 수 있게 된 건 살을 깎는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회사가 20년 됐는데 그때 입사한 직원들하고 계속해 오다 다 바꿨다. 그동안 가족적인 경영을 해오면서 직원들 가족들까지 다 알고 지냈다. 그래서 자꾸 정체돼 가는 분위기를 쉽게 바꾸지 못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결국 모든 직원을 내보냈다. 한 번에 다 바꾸면 몇 개월은 힘들 거라는 건 알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정 안되면 나라도 영업을 뛰겠다는 각오로 변화를 꾀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권오룡 대표는 변화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했던 지난날을 교훈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함께 했던 직원들 처지에서는 섭섭했을 거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20년 동안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이 당시 제이비스포츠의 현주소였다.

주봉전문 대리점으로 변화 박차
이런 시장의 변화를 기점으로 제이비스포츠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작년 말 주봉전문 대리점을 모집한 것이다. 어느 정도 들어올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밀어붙였다. 일단 20개만 모집되면 시작하려던 거였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현재는 40개의 주봉전문 대리점이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때문에 자꾸 가격이 파괴되니까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전문 대리점에만 별도의 모델을 판매할 수 있게 해서 가격을 안정시키면 마진이 확보되니까 본사나 대리점이나 상생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이렇게 되면 대리점에서도 전적으로 우리 제품 판매에 더 신경을 쓰지 않겠나 생각했다.”
권오룡 대표는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에 제이비스포츠의 새로운 변화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더 박차를 가할 힘을 얻었다.
이런 새로운 변화 덕에 제이비스포츠는 2015년 고객 만족 글로벌브랜드 스포츠용품 부문 대상을 받았다. 연구개발 업적과 고객 만족, 경영방침 등 고객 만족을 우선하는 5가지 항목을 평가한 결과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결정을 도울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로 선정된 것이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앞장서
제이비스포츠는 20년 된 기업답게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에도 앞장서 왔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배드민턴 강국인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마카오, 라오스 그리고 핀란드와 폴란드 등 북유럽 쪽에도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오랫동안 진출을 모색해 왔던 대만에 진출했다. 권오룡 대표는 배드민턴용품의 대만 진출은 다른 나라의 진출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예전부터 라켓을 만들었고, 지금도 고가의 라켓은 대부분 대만에서 만들고 있다. 공장이 있다 보니 제품이 싸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다. 그래서 대만 시장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나라는 우리가 공급하는 대리점 식인데 대만은 브랜드를 빌려주고 대만에서 생산, 판매하면 로열티를 받는 식으로 진출했다.”
권오룡 대표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업체들로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해외 시장이 살길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동안 해외 선수를 후원하거나 대회를 협찬해 온 것도 그 연장 선상이다.
제이비스포츠는 말레이시아 주봉주니어선수권대회를 개최했고, 말레이시아 주니어선수들을 후원했다. 태국에서도 선수들을 후원하고 대회도 열었다. 올해는 제1회 라오스 주봉배배드민턴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봉이 협찬하고 비엔티엔시 체육회에서 주관하는 이 대회는 라오스에 거주하는 동호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다.
권오룡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동남아 시장은 선진국과는 또 다른 장단점이 있다. 도저히 국내에서는 선택하지 않을 색상을 고르는 일도 있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컬러미팅을 한다. 퀄리티도 낮고, 가격도 싼 편이지만 시장이 크기에 국내 시장에 비하면 박리다매(薄利多賣)의 효과가 있는 게 동남아 시장의 또 다른 장점이다.

대회 협찬으로 주봉 알려
국내에서도 최근 주봉이 많은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한창 잘나갔던 10여 년 전에는 전국배드민턴연합회대회를 후원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은 대회 협찬을 멀리했다.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대회에만 간헐적으로 협찬했다. 주봉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애착 때문에 대회를 꺼려왔다.
“가끔 연합회에서 요즘 새롭게 시작하는 동호인들은 주봉이 뭐냐고 그런다며 홍보 차원에서 대회 협찬을 해보라고 그러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더라. 그동안 우리가 잘 나갔으면 별 문제가 없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주봉 올드팬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새로운 세대에는 낯선 브랜드가 돼 있더라. 그래서 홍보 강화를 위해 2014년부터 동호인 대회 협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대회 협찬 때문에 판매가 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주봉은 브랜드 홍보가 우선이다. 주봉 브랜드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주봉 브랜드라는 자신감과는 별개의 문제다. 기존 동호인만 상대할 게 아니라 새로운 동호인에게 주봉이라는 존재를 알리는 방법으로 대회 협찬을 선택한 것이다. 주봉을 가장 빨리 알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능형 라켓 출시
최근 라켓의 경향은 역시 경량화다. 주봉 역시 더 가벼우면서 셔틀콕을 휘감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라켓에 2016년 신제품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컬러는 더 밝고 화려한 느낌을 추구했다.
특히 올해는 라켓 자체의 성능 외에 다른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제품이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명 ‘딩딩이’ 라켓으로 명명한 이 신제품은 주봉이라는 브랜드와는 다른 독자적인 브랜드로 출시할 정도로 제이비스포츠에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제이비스포츠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석진동단자를 라켓 그립 부분에 삽입한 색다른 기능형 라켓이다.
“2년여의 연구 끝에 자석진동단자를 개발했다. 타구를 하면 자석진동으로 20Hz 이하의 저주파가 발생해 인체 건강증진에 도움을 준다. 손에 그 파동이 전달돼 몸으로 퍼지는데 집중력 향상과 근력강화, 혈류개선, 엘보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
권오룡 대표는 단순히 성능을 향상한 라켓은 출시와 함께 다른 브랜드에서 따라하기에 독자적인 기술이 접목된 기능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라켓 자체만으로는 독자 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새로운 기능을 접목했는데 현재 관심을 보이는 외국 브랜드가 있어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는 조건을 협의 중이다. 현재 자석진동단자는 개발이 완료됐는데 라켓이 최종 테스트 중이라 5월 초 중에는 출시할 예정이다.
권오룡 대표는 예전에 대우중공업에 근무하며 접했던 항공기 브레이크 재질인 그라파이트를 처음 라켓에 접목해 개발하고 생산했다. 그러기 때문에 라켓에 애착이 많다.
“외국 브랜드를 가져다 팔기만 한다면 아무래도 애착이 덜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만든 브랜드이고 한국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 특히 주봉 브랜드이기에 더 애착이 있다.”

 

특색 있는 제품으로 주봉 명성 잇는다
권오룡 대표는 현재 한국 배드민턴 시장을 보면 10년 전 말레이시아와 같다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업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배드민턴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돼 배드민턴 용품업체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수요와 예측을 할 수 있는 시장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격으로 싸우는 것도 한계에 이른 것 같다는 권오룡 대표는 제품에 특색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이비스포츠는 이미 롤러코스터 타듯 상승곡선과 하강곡선을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완만하지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특색 있는 제품으로 주봉의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제이비스포츠에 순풍이 불고 있다. 2016년 봄, 주봉이 일으키고 있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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