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자매와 함께 비상(飛上)하는 화순만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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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0년 만인 작년에 가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화순만연초등학교, 올해는 그 여세를 몰아 첫 대회인 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부터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10년 만에 만개(滿開)한 화순만연초등학교를 찾았다.

10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

1998년 개교한 화순만연초등학교는 2005년 배드민턴부를 창단했다. 창단 첫해에 소년체육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 3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8년까지 여섯 번이나 3위에 머물렀다.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맞은 화순만연초등학교 배드민턴부는 2013년 정권 코치를 영입하면서 부활을 예고했다. 그동안 정권 코치는 울산광역시 배드민턴의 기틀을 마련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두루 섭렵하며 울산 배드민턴을 오늘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답게 정권 코치는 첫해에는 담금질을 하더니 2014년에 가을철종별에서 2위를 차지하며 만년 3위라는 귀찮은 꼬리표를 떼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소년체전에서 3위, 학교대항전에서 2위, 가을철에서 마침내 1위에 오르며 부활을 예고했다.
올해도 원천배대회에 전남선발팀이 출전했지만 화순만연초등학교 5인방이 주축이 돼 2위에 오르더니, 봄철종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고, 정다연이 초등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지난 6월 17일에 열린 여름철종별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단체전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최고의 전성기 역사를 써가고 있다.

믿고 보는 독수리 5자매

화순만연초등학교는 봄철종별 예선에서 5게임을 했는데 당연히 5전 전승으로 조 1위에 올랐다. 26개 팀 중 유일하게 단 한 경기만을 내주고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그야말로 독수리 5자매의 날개가 활짝 펴진 대회였다. 여름철종별은 토너먼트로 치러졌는데 결승까지 단 한 경기만 내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화순만연초등학교는 6학년 셋에 5학년 둘이 정예 멤버다. 2~4학년까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어린 선수들도 있지만 올해는 이 독수리 5자매가 책임진다. 김철우 감독은 특히 6학년 3인방이 창단 이래 최상의 멤버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초등부는 5단식으로 단체전이 치러지면서 최상의 조건까지 갖춰져 독수리 5자매면 충분하다.

정우철 감독

여기에 김철우 감독과 정권 코치가 아이들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니 아무래도 올해는 화순 독수리 5자매의 기세를 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6년째 화순만연초등학교 감독을 맡고 있는 김철우 선생은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나왔다. 태권도를 했는데 배드민턴부 감독 교사가 없어 배드민턴부 감독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름대로 매력 있고, 재미있어요. 감독은 행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요, 화순이 배드민턴으로 유명해도 선수 발굴이 쉽지 않아요. 특히 여학생들이라 좀 힘들다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동호인이나 선수 출신 자녀들이 대부분이에요.”
김철우 감독은 정권 코치를 보며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도자가 얼마나 열성적이고,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200%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저학년은 1시 반부터, 고학년은 3시 이후부터 훈련하는데 끝나는 8시까지 계속 볼을 띄워주고 함께 훈련하는 열성으로 단시간에 화순만연초등학교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에서 운동하겠다고 찾아온 아이도 있다.
훈련은 정권 코치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김철우 감독은 아이들과의 교감에 신경 쓴다. 가끔 책 읽어 와서 함께 토론하는데 힘든 훈련 때문에 이마저도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운동량이 많다고 줄여달라고도 하고, 어디 가고 싶다, 뭐 먹고 싶다, 숙제가 많으니 담임한테 숙제 조금만 내달라고 한다거나 코치한테 못하는 얘기 저에게 하는 편이에요. 아이들 얘기 많이 들어주면서 마음을 느슨하게 해주는 게 제 역할인 거 같아요. 아이들이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갖고 자라주면 좋겠어요.”

승리의 뒤에 어김없이 서 있는 정권 코치

정권 코치는 스스로 지도자로서 일궈낸 성적에 비해 선수 시절의 성적은 초라했다고 할 정도로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전국 최강의 전력을 갖춘 울산광역시 배드민턴의 기틀을 만든 장본인 중 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남자팀을 이끌며 숱한 우승을 일궈냈다.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을 때 정권 코치는 홀연 울산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에는 화순이 배드민턴을 잘했어요. 그러다 몇 년 새 바닥을 치는 상황이었어요. 고향에서 와달라는 요구도 있고 해서 아내랑 같이 오게 됐어요. 고향에 와서 한번 살아보려고 왔죠.”
2013년 정권 코치는 화순만연초등학교를 맡게 됐고, 3년 만에 우승기를 학교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여자 선수들을 처음 지도하기 때문에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아내인 화순고등학교의 김명현 코치의 도움이 컸다. 여기에 대회 열흘 전부터 이용대체육관에 초, 중, 고, 실업팀이 모두 모여 적응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화순군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든든하다.
“화순이 배드민턴 할 여건도 좋고 해서 3년 열심히 애들하고 함께 노력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수나 지도자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생각하고 그래야 살아남아요. 이거 외에 다른 비결이 있겠어요?”
가는 곳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권 코치는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코치는 훈련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뛰며 연습 볼 올려주고, 시스템을 연구하는 등 몸으로 모든 걸 보여준다.
“초등학교 지도자들은 선수들하고 같이 움직여야 해요. 그냥 서서 하면 안 돼요. 처음 배우는 애들이라 직접 보여줘야 해요. 그러니 좀 힘들어요. 그만큼 보람도 있고, 커가는 선수들 보면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초등학교는 튼튼한 뿌리를 만들어 쭉쭉 뻗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만큼 지도자가 사명감 없으면 안 된다는 정권 코치. 평소에는 장난도 치고 얘기도 많이 나누지만, 훈련에 들어가면 최선을 다하라고 무섭게 다그치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인생에서 진로를 결정하는 순간이기도 하잖아요.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지만, 어쨌든 제 역할에 따라서 애들 인생이 결정될 수도 있으므로 저 역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용대의 고향이라 화순하면 배드민턴을 떠올린다. 하지만 올해는 벌써 두 개 대회를 석권한 화순만연초등학교 때문에 화순하면 배드민턴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교장

지난 3월 1일 부임해 온 노형석 교장은 학교에 적응하기도 전인 4월 초 아이들로부터 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우승을 선물 받았다. 노형석 교장에겐 참 예쁜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퇴근길에 꼭 한 번씩 들러 아이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900명이 조금 안 되는데 읍 지역에 있는 학교로는 규모가 큰 편이에요. 우리 학교는 학생 스스로 바르게 행동하고 스스로 찾아 배울 수 있도록 꿈과 특기를 키워주는데 목표를 두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도 애들이 자기가 타고난 좋은 특기를 개발할 수 있는 종목 중 하나이기에 육성하고 있습니다.”
노형석 교장은 화순군이 초, 중, 고등학교와 화순군청 실업팀까지 연계한 대표적인 종목이 배드민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배출된 선수들이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국가대표가 꿈이겠지만 국가대표가 안 되더라도 배드민턴 관련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어요. 그리고 어른이 돼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운동 하나, 악기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른 인성을 키우는데 음악이나 미술, 체육이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노형석 교장은 아이들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학교의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배드민턴이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를 잘 따라준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와 지역민의 지원이 오늘의 화순만연초등학교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수업이 다 끝난 후에 땀 흘려 연습하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는데 정신적으로 잘 견뎌내야 해요. 좋은 성적을 낼 때도 있지만, 하다보면 지는 때도 있는데 이때 좌절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서 극복해 내면 좋겠어요. 운동만 하다보면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초 학문을 갖추는 것도 열심히 해주면 좋겠어요.”

정다연 6학년

공여진 6학년

탁정은 6학년

노수빈 5학년

노유빈 5학년

김은진 4학년

김영현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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