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화투' 이건 여럿이서 하는 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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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다. 집엔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신명(?)나게 동양화(화투·花鬪)를 치고 계셨다. 방에 들어가 옷을 벗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어머니가 "이리 와서 앉아라 너도 한 판 쳐야지"하며 말을 건넨다. 아주머니들도 "그래 큰아들도 이리 앉아"라고 한 마디씩 거든다. 나는 이럴 때면 참 난감하다. 왜냐고? 난 전혀 화투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화투의 그림은 맞출 줄 안다. 하지만, 도저히 어떻게 화투 그림을 보고 점수를 내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간혹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과 화투 그것도 '고스톱'이 아닌 가장 쉽다는 '민화투'를 치긴 하지만, 점수를 낼 줄 몰라 어머니가 알려주는 데로 내가 모은 화투의 점수가 결정된다. 

이럴 때(점수)면 곁에서 보고 있던 아주머니들은 키득키득 웃는다. 처음엔 그저 내가 잘못 쳐서 웃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가 종종 점수를 깍아내어 내 돈을 긁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도 난 그냥 친다. 이렇게 해서라도 용돈을 더 드릴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 필자와 같은 경험이 있는 독자들도 있을 테고 아니면 화투 공부(?)를 해서 '화투 점수를 자신이 알아내면 되잖으냐'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화투 공부를 해서 점수를 알아내고 보란 듯이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이 워낙 강해서 무언가를 배우면 최고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조금 나은 실력을 갖출 정도로 집중한다. 때문에 화투를 배우게 되면 보통이상으로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금전이 걸린 부분이라 나 자신의 승부욕 때문에 쉽게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날 자신이 없어, 애초에 화투를 쳐다보지 않았단 것이다. 

과거 학창시절 친구들과 당구장에서 당구를 쳐도 게임비 내기는 하더라도 일명 '직방'(돈을 걸고 하는 3쿠션 게임)만큼은 치지 않을 정도였다. 당구를 못 쳐서가 아니다. 필자의 당구 실력은 4구 200이며 간혹 300을 놓고 치기도 한다. 그리고 학창시절 4구보다는 3구 게임을 즐겼고 친구들과의 3구 게임에서 자신들의 당구 실력만큼 점수를 놓고 경기를 칠 정도로 꽤 잘 치는 축에 속했다. 그럼에도 직방을 치진 않은 이유는 화투와 마찬가지로 금전이 걸렸고,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게임을 즐긴다.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금전이 오고 가는 게임은 대부분 뒤 끝이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고, 서서히 본전이 생각나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번이면 되는데…'란 생각을 품게 되어 '도박'이란 세계에 빨려 들어간다. 

지난 9월 26일 개봉해 전국 관객 600여 만명의 흥행 기록을 세우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1부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한 것으로 꽃을 들고 싸우는 화투를 소재로 속고 속이는 타짜(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도박사를 일컫는 은어)들의 세계, 다시 말해 '도박 세계'를 담아낸 작품이다. 

48장으로 하는 화투는 한국 고유의 오락이 아니라 19세기경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누가 전파시켰는지는 모른다. 단지 쓰시마섬의 상인들이 장사 차 한국을 왕래하면서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현재 가장 대중적인 오락이자 도박의 도구가 되었다. 

'손이 눈보다 빠르다'·'이 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다. 아무도 믿지 마라'·'이 바닥에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다' 등의 강렬한 문구에 알 수 있듯이 영화 타짜는 총·칼이 없는 전쟁 '도박 전쟁'을 다룬다.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는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버는 푼돈을 고이고이 3년 동안 모았지만, 그의 돈을 노린 사람들의 속임수 화투판에서 송두리째 날려버린다. 그리고 고니는 당대 최고의 타짜로 알려진 평경장(백윤식 분)을 만나 그에게서 타짜의 기술을 전수받고 복수에 나선다.  

우리네가 모두 알고 있고 품고 있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타짜는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영화의 재미를 떠나 작품이 내재한 의미, 즉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통해 그토록 갈구하던 정상(타짜가 되던, 돈을 많이 모으던)이 한낱 부질없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5일 부산에서 만난 실제 타짜 장병윤씨는 "타짜는 설계된 도박판에서 선수로 뛰면 딴 돈의 30%를 자기 몫으로 가져가는 게 관례인데, 하룻밤에 20여 억원의 돈을 딴 적도 있지만, 수중에 남은 돈이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이스케키 장사부터 유흥업소 웨이터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하룻밤에 수천만 원 물 쓰듯 하는 재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후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고 도박판을 기웃거리다가 그 간 모든 돈을 날리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타짜를 만나 기술을 전수받고 10대 후반에 스승을 뛰어넘는 타짜가 됐다. 

스승의 능력을 뛰어넘은 장병윤씨는 그 길로 전국 도박판을 전전하며 잃었던 돈을 다 찾고, 그 이상을 돈을 벌었으나, 이미 가정은 파괴되어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해 스스로를 자책하며 술과 여자 그리고 마약 등으로 세월을 보냈다고 술회했다. 그가 타짜가 되어 발견한 것은 만신창이가 된 몸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이란 사실을 깨닫고 20대 중반이 되기 전 '화투'와 '포커'를 손에서 놓고, 물고기를 잡으며 땅을 일구면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우리네는 간혹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평범한 삶이 쉬운 것 같지만, 모든 이들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갖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기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영화 타짜가 담고 있는 인간의 욕망은 관객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사람 셋이 모이면 전국 아니 세계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화투! 요것 때문에 국가 망신을 시키는 이들도 적잖이 많았었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모이는 가족!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펼치는 '고스톱 한판'. 모 방송사의 개그프로그램 유행어를 빌리고 싶다. "게임이 게임다워야 '게임'이지~~!"

이익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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