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영화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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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2월 서울 종로에 위치한 극장에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길게 늘어선 관객들 옆으로 신호 대기 중인 버스에서 갑자기 "절음발이가 범인이다!"란 외침이 들렸고, 줄을 선 관객들은 "잰 뭐냐?"란 식의 무표정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극장에 들어간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자 "혹시?" "설마!"하는 반응을 보였고, 이내 "아뿔사 아까 버스에서 외쳤던 말이 이 영화의 반전을 말한거구나"하는 한숨을 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범인을 이미 알게 된 셈.

"절음발이가 범인이다"의 외침은 영화 팬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반전 영화의 유명한 일화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장르별로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의 영화들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수께기의 해답을 알려주듯이 결과에 대한 원인의 주범을 알려주는데 이것을 '반전'(일의 형세가 뒤바뀜)이라 칭한다.

관객들은 반전에 몹시 열광한다. 내러티브의 결과물이 충격적이거나 웃음이 나올 정도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을 내재한 영화는 자신이 본 영화를 전체적으론 기억하지 못하지만 두고두고 회자되는 기막힌 반전만큼은 깊이 뇌리 속에 박힌다.

영화 팬들이 반전 영화의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그 동안 개봉했던 영화들 중에 관객들이 기억하는 기막힌 반전의 영화 12편을 모았다.

지난 26일 개봉한 28년간 기나긴 여행의 방점을 찍은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감독 조지 루카스)가 개봉했다. '스타워즈'의 6편에 속하고 '스타워즈'의 마지막 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란 대사를 날려 관객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유주얼 서스펙트'(감독 브라이언 싱어 1996)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절음발이 버벌(케빈스페이시)이 경찰서를 나서자 서서히 정상적인 걸음을 보이고, 여태껏 증언 했던 모든 것들이 조서를 받던 사무실의 집기, 사건 자료 등으로 가공한 사실이 들어나면서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다.

'식스센스'(감독 M. 나이트 샤말란 1999)는 죽은 자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소년(할리 조엘 오스먼트)과 아동심리학자(브루스 윌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로 영화의 끝자락에서 브루스 윌리스 자신이 귀신이었다는 사실과 플래쉬 백으로 이야기를 재 정비해줘 놀랍고 강렬하게 다가와 관객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메멘토'(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1)는 전직 보험 수사관이었던 레너드(가이 피어스)가 주인공으로 ‘단기 기억손실증’에 걸린 환자다. 레너드는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기막힌 편집으로 영화의 끝에서 출발해 처음으로 돌아오면서 결국 레너드 자신이 아내를 죽인 범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복잡한 편집 때문에 영화를 한 번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와 적극 추천이 지배적이었다.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는 친절하게도 맨 마지막에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디 아더스'(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2002)는 2차 대전이 막 끝난 1945년, 영국 해안의 외딴 저택에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그레이스(니콜 키드먼 분)과 빛에 노출되면 안되는 희귀병을 앓는 두 아이가 이사온다. 저택엔 또 다른 사람들이 산다고 아이들은 말한다. 결국 그레이스와 아이들은 죽은 자들이었고 산 사람들의 집에 살았던 결말을 보여줬다. '식스센스'가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혹성탈출'(감독 팀 버튼 2001)은 피에르 파울러의 원작 '원숭이 혹성'을 영화화한 68년작 '혹성탈출'로 거슬러 올라간다. 덜 진화된 인간들이 원숭이들의 지배를 받던 지구를 뒤로 한 채 미래의 지구로 간 찰스 헤밀턴이 해변에 반쯤 잠긴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고는 이 곳이 지구란 사실에 충격을 받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팀 버튼 감독은 '혹성탈출'을 리메이크 하면서 레오(마크 웰버그)가 원숭이 행성을 탈출하지만 결국 지구는 인간 세상이 아닌 원숭이들 세상이란 결말을 내어 다소 밋밋한 반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쏘우'(감독 제임스 원 2004)는 발목에 쇠줄이 묶인 채 마주하게 된 아담(리 웨널)과 닥터 고든(캐리 엘위즈)이 제한된 8시간 내에 고든이 아담을 죽이지 않으면 두 사람은 물론 고든의 부인과 딸까지 죽게 된다. 음성으로 전하는 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 앞에 있던 시체가 범인으로 밝혀지는 반전을 제공했다. 

'아이덴티티'(감독 제임스 맨골드 2003)는 네바다 주의 사막에 위치한 외딴 모텔에 10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서서히 하나 둘씩 살해당한다.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될 때 결과는 10명의 인격체로 뭉친 '다중 인격자' 존 쿠삭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지능적인 범죄 스릴러물로 각인됐다.

'슈렉'(감독 앤드류 아담슨, 켈리 애스버리, 콘래드 베논)은 3D애니메이션으로 성 밖 늪지대에 사는 엄청나게 못생기고 무지 큰 괴물 슈렉이 숏다리 파콰드영주가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다 쫓아낸 것을 항의하려다 용의 성에 갇힌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를 구하지만 밤이면 슈렉과 비슷한 추한 외모로 변한다. 진실한 사랑으로 마법이 풀린다는 것에 슈렉과 피오나는 키스를 하지만 피오나 공주는 변하지 않아 전형적인 동화 속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버린 반전은 관객에게 커다란 웃음을 줬다.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 2003)은 두 자매 수미(임수정), 수정(문근영)이 시골집에서 새엄마 은주(염정아)와 함께 생활하는데, 은주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인다. 결국 은주는 성장한 수미란 사실과 동생 수정은 이미 오래 전 죽었다는 반전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때문에 다소 묶인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일도 벌어져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3)는 15년간 이유도 모른 체 감금 당한 후 자신을 가둔 이를 찾아 나선 오대수(최민식)가 일식집 보조 요리사 미도(강혜정) 를 만나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몸을 섞은 두 사람은 결국 아버지와 딸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강렬한 반전을 제공한다. 허나 '근친상간'이라는 논란을 제공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끼게 했다.

'범죄의 재구성'(감독 최동훈 2004)은 다섯 명의 전문 사기꾼들이 ‘한국은행’을 터는 과정에서 일을 꾸민 최창혁(박신양)이 사고로 죽고 현금 50억은 사라진다. 김선생(백윤식)은 백방으로 알아보지만 결국 형으로 알았던 최창호가 죽은 최창혁이란 사실에 김선생과 관객들은 막판 반전에 짜릿한 한방을 맞았다.

'텔 미 썸딩'(감독 장윤현 1999)은 서울에서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연속된 살인 사건에서 사체는 팔, 몸통, 다리, 심장 등이 정교하게 토막 나 있다.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는 의학적 지식과 방부제 헥사메딘 뿐. 조형사(한석규)는 오승민(염정아)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체포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연민에 쌓인 수연(심은하)이 범인으로 결론 나면서 심은하의 야릇한 미소가 인상 깊게 남긴 스릴러 영화였다.

12편의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스릴러, 공포, 범죄영화 등의 장르를 선택하는 관객들은 은근히 영화에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관객들이 생각하고 예측한 것을 일순간에 모두 깨버리는 반전 기법의 영화들은 치밀한 시나리오와 완벽한 구성력, 뛰어난 연출력이 필요하다. 

현재 관객들의 지적수준이 매우 올라간 만큼 반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관객들이 좀더 강하고 충격적인 반전을 요구함에 있어 영화 관계자들은 심히 즐겁고 고통스러운 작품 활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익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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