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배드민턴 외골수 고양팩토스타디움 전준범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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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준범 코치

30년 가까이 배드민턴 외골수로 쉼 없이 달려오다 강제 휴식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그동안 못했던 여행과 취미 생활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전준범 생활체육 코치. 배드민턴전용체육관인 고양팩토스타디움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는 전준범 코치를 만난 그의 배드민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타공인 배드민턴 외골수

훤칠한 키에 곱상한 얼굴 그리고 조곤조곤한 말투의 전준범 코치는 보이는 것과 달리 배드민턴 지도에 있어서는 호랑이 선생이라 불릴 정도로 열성적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동작이 틀리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바로잡아주는 깐깐함과 신생 클럽이 자리 잡을 때까지 주말도 마다치 않은 성실함까지 겸비한 그는 배드민턴 외골수다. 

지금까지 배드민턴 외에 다른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배드민턴에 의한, 배드민턴인의 삶을 살아왔다. 2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고, 이제 곧 생활체육 지도자 10년 차를 맞이한다. 오로지 배드민턴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지난 30년 동안 그의 삶은 배드민턴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3학년 때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다. 누나가 먼저 배드민턴을 시작했고, 누나 따라 체육관에 몇 번 갔다가 담임 선생이 배드민턴 감독이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한때 촉망받는 선수였다. 전주서중학교와 전주농업고등학교를 거쳐 원광대학교라는 배드민턴에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고, 200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주니어대표로 합류해 유연성과 함께 2003년 네덜란드 주니어대회에서 남자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하정은과 함께한 혼합복식은 준우승에 올랐다. 성적으로는 가장 화려했던 전성기가 바로 주니어대표 시절이다.

하지만 가장 타올라야 할 대학교 3학년 때 돌연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조그만 국제대회에서는 간간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조급함이 앞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배드민턴을 하면서 그때 태릉선수촌을 나온 게 제일 아쉽다. 워낙 소심하고, 내향적이라서 좀 슬럼프가 길어지니 그 시기를 못 견딘 거 같다. 나름대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 사람들 말이 맞았다.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는데 당시에는 운동을 쉽게 본 거 같다.”

하루 8시간 넘게 힘들게 운동했는데 기대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시절. 극복보다는 탈출을 선택한 그는 다행히 라켓은 놓지 않고 대학 졸업 후 충주시청과 고양시청을 거쳐 2013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했다.

사진 전준범 코치

생활체육으로 이어진 배드민턴 삶

전준범 코치는 고양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고양시의 생활체육 인프라를 접해보고 배드민턴 동호인 레슨의 길로 접어들었다. 고양시청 선수를 마지막으로 은퇴했고, 마침 위시티클럽에 자리가 생겨 고양시에 정착하게 된 그는 신생 클럽인 신원클럽 코치까지 겸하며 선수에서 지도자로서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전 코치가 은퇴할 당시만 해도 선수들과 생활체육인의 교류가 적어 지도자로 첫발을 내딛는 데 애를 먹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생각지 못한 벽을 만났기 때문이다.

“처음에 애를 먹었던 게 내성적인 것도 있고, 말주변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걸 풀어나가는 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사히 왔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하면 빨리 배워요? 이렇게 물어보면 반복 연습 많이 하세요 이러니까 동호인들이 황당해하면서 무슨 설명을 저렇게 하냐고 그랬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도 하고,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데 그는 말(言)의 기능보다는 운동의 원리로 대답했으니 오해를 사고도 남으리라. 결국 주변에서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이 나서 오해를 풀어주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특히 레슨 반장들의 도움이 컸다.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배우기만 했지, 누구를 가르쳐본 적이 없었기에 여기에서 오는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힘들었다. 특히 생활체육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어려서부터 선수 생활을 하다 바로 생활체육 코치를 하려다 보니 마인드를 바꾸는 게 어려웠다. 처음에는 선수처럼 시키면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안 되니까 좀 당황스러웠다. 마인드 컨트롤로 나를 다스리면서 어떻게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이해하기 쉽게 하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생활체육 지도자도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채워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본인이 생각해도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랑은 많이 달라졌다는 그는 어느새 지도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처음부터 라켓 잡고 나한테 배운 사람들이 계속 승급한다던가. 잘 안되는 기술을 나에게 배워서 실력 향상이 됐을 때 이럴 때 기쁘고 재미있다. 반복 연습을 통해 그걸 잘 쓸 수 있게 해주는 게 비결이다.”

결국 동호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빠른 실력 향상의 비결은 반복 연습이라는 것. 이게 곧 배드민턴 실력을 키우는 가장 기본이면서 확실한 비법이기 때문이다.

사진 전준범 코치

코로나19가 안겨준 뜻밖의 선물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강제로 휴식기를 가졌지만, 전준범 코치에게는 오히려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선수 생활하면서부터 2019년까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쉬는 시간이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배드민턴으로 꽉 짜인 일상이 모두 빠져나가는 바람에 공허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유를 즐길 줄 알게 되면서 배드민턴 사이사이 새로운 것으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대로는 운동 열심히 하면서 어린 시절을 잘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보면 재미없게 살았다고 그러더라. 배드민턴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고 할까. 은퇴하기 전에는 제대로 휴가를 즐겨보지 못했고, 생활체육 지도자를 하면서도 패턴에 맞춰 살다 보니 쉰 적이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쉬면서 여행도 다녀보고 이것저것 경험해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지난 2년을 재미있게 잘 보낸 거 같다. 여행이나 취미활동에 인색했는데 왜 사람들이 취미활동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지를 알게 됐다. 재테크에도 관심을 두고 공부를 시작하는 등 지난 2년 동안 재충전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통 배드민턴으로 무장한 자기 삶에 새로운 무늬를 수놓을 수 있게 된 그는 이전까지 단조로운 삶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무늬를 수놓으며 색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고양팩토스타디움에서 다시 배드민턴을 시작한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전준범 코치의 출발점에 고양팩토스타디움이 있다. 지난해 가을 개관한 10개 코트의 배드민턴전용체육관인 고양팩토스타디움에서 새로운 각오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새롭게 생긴 공간이다 보니 체육관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배드민턴전용체육관으로 최고의 시설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고양팩토스타디움이 동호인으로 북적여야 일할 맛도 나고 보람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레슨 중인 전준범 코치

전준범 코치는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야 그동안 자신이 모든 게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 체육관과 동호인이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레슨만 진행하면 됐기에 동호인 모집에 무관심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원상 복귀할 줄 알았는데 빠져나간 동호인들의 복귀가 생각보다 더뎌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특히 새롭게 출발하는 고양팩토스타디움은 신규 회원을 끌어들여야 하기에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튜브에도 출연하고, 대회에도 나가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고양팩토스타디움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또 지도자로서도 정체되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변화하는 배드민턴 스타일을 따라잡기 위해 선수들 게임 영상은 물론 다른 코치들 지도 방법도 참고한다.

“선수들의 배드민턴 스타일이 바뀌면 동호인들도 지도 방식에 변형을 줘야 한다. 선수들 흐름에 따라 동호인들도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에는 생활체육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늘면서 그 변화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지도자들도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또 속도나 몸 상태, 체형 등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보려고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가방과 함께 처박아 두었던 라켓을 꺼내든 동호인이 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그런 동호인일수록 특히 부상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한참 쉬다 다시 운동을 본격적으로 할 때 주의해야 한다. 매일 꾸준히 하던 몸 상태만 생각하고 하면 다칠 수 있다. 레슨을 받는 사람들은 코치들이 조절해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면 좋겠다. 건강해지려고 운동했다가 다치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니까. 동호인들이 많이 와서 건강하고 재미있게 즐겨야 우리도 일할 수 있는 보람이 생기는 거니 꼭 주의하면 좋겠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배드민턴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배드민턴 외골수 전준범 코치. 새롭게 변화하는 시기에 또 다른 출발선에 선만큼 그가 목표하는 지점에 도달해 환하게 웃을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전준범 코치 프로필

1986년생
봉동초등학교-전주서중학교-전주농업고등학교-원광대학교-충주시청-고양시청
2001~2004 대한민국 주니어 국가대표
2003~2006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요 성적>

2003 네덜란드주니어선수권대회 남복 우승
2003 네덜란드주니어선수권대회 혼복 준우승
2004 대한배드민턴협회 우수선수 선정
2005 베트남세트라잇배드민턴선수권대회 혼복 준우승
2006 몽골세트라잇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복 우승
2006 베트남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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