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컵 우승의 주춧돌을 논 안세영 "한 번도 못 이겨본 선수였기에 꼭 이기고 싶어 포기할 수 없었다."
우버컵 우승의 주춧돌을 논 안세영 "한 번도 못 이겨본 선수였기에 꼭 이기고 싶어 포기할 수 없었다."
  • 김용필 기자
  • 승인 2022.05.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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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버컵 우승 환영연의 안세영(삼성생명)

여자단식 안세영(삼성생명)이 지난 5월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우버컵) 결승에서 다리를 절뚝이면서까지 끝까지 뛰어야 했던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안세영은 결승 1경기 단식에 나서 첸유페이(중국)에 1-2로 역전패했다. 1세트를 21:17로 역전승한 안세영이 2세트는 15:21로 내줬다. 3세트는 13:5로 앞설 정도로 초반에 좋았다. 첸유페이가 고통을 호소하며 중간에 치료받기도 해 안세영 쪽으로 전세나 기우나 싶었다. 하지만 안세영이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플레이가 되지 않을때는 자리에 주저앉기를 반복할 정도로 안세영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플레이되지 않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세영이 달려 나가 공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저 정도면 기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안세영은 기권하지 않고 20점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5점을 연달아 내주는 바람에 20:2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안세영과 첸유페이 모두 코트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혈투였다.

왜 안세영이 기권하지 않고 끝까지 아픈 다리를 이끌고 경기를 뛰어야 했을까? 지난 23일 우버컵 우승 환영연 자리에서 안세영을 만나 가장 먼저 물었다.

"국가대항전이고 단체전은 1단식이 항상 흐름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였고, 한 번도 못 이겨본 선수였기 때문에 이기고도 싶었다. 많은 감정이 있어서 포기를 못 한 거 같다. 힘들어도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뒤에 언니들도 편하게 뛸 수 있을 거 같고 그랬던 거 같다. 어쨌든 나는 마지막 고비를 못 넘겼으니 좀 미안하다. 언니들이 뒤에서 잘 해줘서 덕분에 우승까지 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만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기권은 생각지도 않았다는 안세영. 배드민턴 천재 소녀로 국가대표 막내로 들어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언니들을 배려하고, 팀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베테랑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안세영의 경기 모습, 태국배드민턴협회

그동안 안세영은 첸유페이에 6전 전패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이겨보지 못한 상대이기에 이기고 싶은 욕심도 컸으리라. 그러지 않아도 실수가 적은 첸유페이가 위기에 몰려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으면서 안세영의 범실을 유도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 같으면 좀 흥분했을 텐데 첸유페이는 끝까지 차분함을 유지하더라. 또 워낙 공격도 잘하는 선수라 서두르기도 했다. 나는 항상 공격이 제일 큰 숙제라고 생각했다. 상위권 선수들하고는 공격이 없으면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그런데 계속 시합이 이어지니까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공격을 보강할 여유가 없다. 공격 보강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안세영은 그동안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격이 좋은 중국 선수들에게 최근 애를 먹고 있다. 첸유페이를 비롯해 랭킹 9위 허빙자오까지 연달아 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심 많은 안세영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결과다. 한두 번 졌던 선수에게는 꼭 설욕전을 펼쳐왔는데 중국 선수들에게는 그게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안세영은 이번 우버컵 기간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 팀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았던 것. 그래서 준결에서 랭킹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꺾고는 성지현 코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야마구치 선수에게 3연패를 당한 것도 있고, 또 팀에 보탬이 됐다는 안도감 때문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지고는 못 사는 안세영이기에 조만간 첸유페이도 꺾을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비록 첸유페이에 패하기는 했지만, 우버컵이 끝나고 안세영이 첸유페이를 4위로 끌어 내리고 세계랭킹 3위로 올라섰다. 최근 우리나라 여자단식 최고 랭킹은 2017년 성지현이 오른 랭킹 2위다. 이 기록을 넘어 내친김에 세계랭킹 1위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안세영은 느긋하다.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가다 보면 꼭대기에 오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빠르게 올라가면 금방 질릴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과분해서 힘들 때도 있다. 욕심내면 안 될 때가 더 많으니까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제일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