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컵 우승의 히로인 심유진 "마지막 주자의 부담 응원의 힘으로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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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자라 부담도 있었는데, 응원해주는 동료들의 소리가 들려 긴장을 풀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며 게임에 임했다." 

12년 만에 대한민국에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우버컵) 우승을 안긴 우버컵 우승의 히로인 심유진(인천국제공항)이 동료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스포츠를 흔히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번 우버컵 우승 역시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디펜딩 챔피언 중국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버컵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특히 1경기 단식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한 안세영(삼성생명)이 다 잡았던 경기를 역전패하는 바람에 패색이 짙었다. 우승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단식에서 1승을 따내야 하는데 가장 믿었던 선수가 안세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세영의 부상 투혼은 우리 선수단에 강한 울림을 안겼다. 이대로 지면 안된다는 자극이 되어 2경기 복식에서 이소희-신승찬(인천국제공항) 조와 4경기 복식에서 김혜정(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 조의 승리를 이끌었다.

심유진은 "세영이가 1번으로 나와 몸이 아픈데도 단체전이라 책임감을 갖고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뛴 거 같다. 지켜보는 데 너무 뭉클했다. 그런 모습이 더 멋있고 대견스럽게 다가왔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해줬기 때문에 뒤의 선수들이 잘 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양 팀의 운명을 가르는 5경기 단식에 랭킹 46위 심유진과 랭킹 15위 왕지이(중국)가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코트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의 마지막 구성이 갖춰진 셈이다.

심유진은 자신으로 인해 승패가 갈린다는 걸 알기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언니들이 부담갖지 말고 하던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다독여 줬지만, 막상 코트에 들어서니 긴장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왕지이 역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먼저 이 부담을 터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1세트에서 두 선수는 피말리는 접전을 벌였다. 특히 심유진이 20:17로 승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듀스를 허용하면서 피말리는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심유진이 28:26으로 이겼다.

"듀스가 계속 이어지니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좀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집중하고 포기하지 말자는 마인드로 게임에 임했다. 운도 좀 따랐고, 집중해서 게임에 임해서 이긴 거 같다." 

하지만 2세트는 심유진의 범실이 많아 18:21로 내줬다. 그리고 운명의 3세트에서 심유진의 장기인 반 스매시가 코트를 가로지르며 왕지이를 무너뜨렸다. 초반부터 완전히 심유진 페이스였다.

사진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경기하는 심유진의 모습, 태국배드민턴협회

1, 2세트 팽팽한 접전을 벌인 두 선수의 경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유진이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3세트를 위해 2세트에 힘을 비축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코트에 대한 분석 덕이었다.

"코트가 상황이 달랐다. 1세트에 뛴 쪽은 공이 잘 안 나가고, 2세트를 뛴 코트에서는 공이 잘 나가 컨트롤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2세트에 실수가 많았는데 3세트에 다시 1세트 한 코트로 가니까 공이 잘 안나가는 쪽이라 마음껏 공격했다."

5g 안팎의 셔틀콕이라 공기의 흐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심유진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결국 심유진이 21:8로 3세트를 따내며 우버컵 우승이 확정됐다. 하지만 심유진은 12년 만의 우승에 걸맞지 않는 담담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흔한 포효나 세리머니도 없었다. 

"믿기지 않았고, 내가 뭘 해낸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게 맞나. 내가 이긴게 맞나. 안 믿겼던 거 같다. 게임 끝나고도 3일 정도는 선수단 모두 어! 우리 우승했지? 이럴 정도로 전부 안 믿기는 상황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우버컵 우승을 확정짓는 승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심유진이 이긴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았기에 이날 승리는 특별했다. 포털에서 심유진이란 이름을 검색해 배드민턴뉴스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배드민턴 선수 심유진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것이다.

심유진 역시 이번 경기로 응원과 관심이 많아졌다는 걸 알기에 더 열심히 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비록 연기됐지만, 아시안게임과 2024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한 발 한 발 나간다는 생각이다.

"운동하는 내내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다. 조금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같이 노력해서 이룬 거기 때문에 다 같이 관심과 사랑 많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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