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배드민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한 순천시는 전라남도 배드민턴의 발원지다. 국제대회인 코리아오픈을 치러내며 순천의 배드민턴 역량을 전 세계에 알렸다. 팔마체육관을 대관해 동호인이 이용하게 하고, 학교 체육관도 50% 정도 개방할 정도로 코로나19로 위축된 배드민턴을 활성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순천시배드민턴협회를 찾았다.

코리아오픈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배드민턴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린 순천시배드민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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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순천시배드민턴협회 임원들

60여 년을 이어온 배드민턴 도시

전라남도 순천시의 배드민턴 역사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순천중학교와 순천고등학교에 배드민턴부가 있었기에 전라남도 배드민턴의 발원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봉섭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1966년 순천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리고 6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배드민턴 국제대회인 2022 코리아오픈배드민턴선수권대회(월드투어 슈퍼 500)를 개최하며 순천시를 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유서 깊은 배드민턴 고장인 전라남도 순천시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코리아오픈을 무사히 치러내며 침체해 있던 배드민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선 순천시배드민턴협회장은 “전라남도에서 3년 동안 코리아오픈을 치르는데 원래 지난해에 여수시에서 먼저 개최하기로 해서 그걸 벤치마킹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는 바람에 우리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큰 틀을 갖고 움직이기는 하지만, 개최지에서 담당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지난 2년 동안 코리아오픈이 열리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 준비할 때는 좀 막막하기도 했다. 박계옥 전라남도배드민턴협회장님과 임원들, 순천시협회 임원들의 도움 덕분에 무난하게 치른 거 같아서 다행이다”라며 코리아오픈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코리아오픈 선심에 순천시 임원이 대거 투입됐다. 코리아오픈을 앞두고 4급 심판 자격증 시험까지 치르며 선발된 선심들이기에 문제없이 대회를 치러내 대회 조직위 측에서도 만족을 표했다.

김용선 회장은 이번 코리아오픈이 배드민턴에 활기를 불어넣길 바라고 있다. 202년에는 김 회장 취임식만 하고 아무것도 못 했고, 작년에는 그나마 3개의 자체대회를 치렀다. 이를 위해 팔마체육관을 협회에서 대관해 클럽을 3개 조로 나눠 운동할 수 있게 제공했다. 그런데도 동호인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순천시에는 22개 클럽이 있었는데 운동을 못 하면서 면 단위에서 1개 클럽이 사라졌다. 동호인도 12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900여 명으로 줄었다. 학교 체육관을 50% 정도 개방했는데 빠져나간 동호인 회복이 더디다.”

사진 김용선 순천시배드민턴협회장

협회의 숙원인 배드민턴 전용체육관

순천시에는 현재 순천부영초등학교, 순천연향중학교, 순천공업고등학교까지 엘리트 팀이 있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공존하는 많지 않은 시군 중 한 곳이다. 그래서 현재 대학교 팀을 추진하는 과정이다. 김용선 협회장은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라고 꼽았다.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든 실업에 가든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는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이다. 순천시는 현재 국민체육센터를 이용하는 2개 클럽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교 체육관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로 학교 체육관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한동안 배드민턴이 멈춰야 했다.

“순천시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천막으로 된 사설체육관이 있었다. 코로나19 때 그나마 이곳에서 레슨도 하고 큰 역할을 했는데 한계가 있지 않나. 그래서 나중에는 팔마체육관을 협회에서 대관해 사용하면서 좀 숨통이 트였는데 그러면서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이 더 절실해졌다.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은 순천시배드민턴협회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김용선 회장은 코로나19로 운동을 못 하면서 전용체육관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순천시도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이 지어지긴 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국민체육관으로 변경되고 말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는 김용선 회장은 이번에 순천시가 체육공원을 조성하는데 국민체육관을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으로 바꿔 달라고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을 갖추겠다는 각오다.

사진 김용선 순천시배드민턴협회장

김용선 순천시배드민턴협회장

2020년부터 통합 2대 협회장을 맡은 김용선 회장은 감사, 상임부회장 7년 등 통합 이전부터 임원을 오래 역임했다. 통합 협회 초대 상임부회장을 거쳐 2대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런 김 회장이 협회를 이끌고 있으니 임원들 모두 똘똘 뭉쳐 자기 일 같이 앞장서고 있다. 코리아오픈을 사고 없이 치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와준 임원들 덕인데, 그만큼 김 회장이 임원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조그만 소도시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제대회인 코리아오픈을 치렀다는 자부심은 이제 김 회장의 배드민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됐다.

김용선 회장의 배드민턴 구력은 20년 정도 된다. 먼저 배드민턴을 시작한 공무원인 처남 따라 체육관에 따라갔다가 빠져들었고 한올클럽 회장도 역임했다. 

“배드민턴은 한번 접하면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이 있다. 게임이 너무 즐겁고, 운동으로 저녁에 땀 흘려서 좋다. 또 회원들하고 술 한잔하는 것도 좋고 그래서 시작하고 2년 동안은 매일 체육관에 나왔다.”

그렇게 매일 같이 운동하다 보니 건강이 좋아진 건 당연하고 인맥이 넓어졌다. 순천시는 물론이고 전라남도 나아가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임기는 이제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엘리트 체육에 조금 더 신경 쓰고 학교 체육관을 전체 개방해서 동호인이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걸 남은 임무라 생각하고 전념하겠다는 김용선 회장.

“유관기관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데 빨리 이뤄지면 좋겠다. 동호인을 옛날처럼 많이 확충하는 게 앞으로의 일이다. 이제 대회도 예정대로 치를 계획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동호인이 다른 운동을 하고 그런데 우리 회원들이 예전처럼 클럽에 많이 나와서 운동하면 좋겠습니다.”

사진 백영숙 순천시배드민턴협회 여성부회장

백영숙 여성부회장

협회 이사를 역임하고 2020년부터 여성부회장을 맡은 백영숙 여성부회장은 11년 전에 배드민턴에 입문했다.

“내가 어깨가 안 좋았는데 신랑이 배드민턴이 좋다고 같이 하자고 해서 시작했다. 배드민턴 하면 어깨 아프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건 체계적으로 치지 않은 사람들 얘기다. 혈압, 당뇨약을 먹고 있었는데 운동하고는 모든 약을 끊었다. 배드민턴이 새로운 세상을 줬다.”

그렇게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니 새벽에 운동하는 스카이클럽에서 몇 년 동안 뇌의 98%를 배드민턴만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백영숙 여성부회장. 남편이랑 둘이 함께하고 또 승부가 재미있어 열심히 하다 보니 A급을 넘어 S급까지 올랐다. 백 부회장은 모든 급수를 우승으로 승급할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갖췄는데 파트너 운도 좋았다. 그중에서도 A급에서 많은 우승을 함께 일궈낸 정순희 언니를 마음속 스승이고 우상으로 꼽았다.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전신운동이라 젊은 친구들에게 이거보다 더 좋은 운동 없다고 권한다는 백영숙 여성부회장. 이제는 배드민턴 전도사가 다 됐다.

“순천에서 큰 대회 치러서 영광이다. 재미있고, 설레고, 너무 좋았다. 방송에서 보는 거하고 현장에서 보는 거하고 다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다. 빨리 학교 체육관 다 열어서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 안 다치고 내가 좋아하는 배드민턴 끝까지 하고 싶다.”

사진 임동국 순천시배드민턴협회 부회장

임동국 부회장

배드민턴에 입문한 게 15년인데 총무팀장, 감사 등 협회 임원을 15년째 하고 있다는 임동국 부회장. 당시 클럽 회장이 연합회장이었는데 총무팀장을 맡기면서 역대 회장들의 신임을 얻어 지금까지 임원을 이어오고 있다.

“배드민턴을 쉽게 생각했다. 선배들하고 밥 내기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게 너무 매력 있어서 빠져들게 됐다.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최대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고 있다.”

신대클럽 회원인 임동국 부회장은 서비스권 때문에 한 점도 못 내고 패한 쓰린 추억도 있지만, 급수보다 재미있게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15년이 흐른 줄도 몰랐다.

10년 전에 순천에서 종별선수권대회를 했을 때 팀장으로 봉사했던 임동국 부회장은 코리아오픈 치르며 감회가 새로웠다.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지만, 임원들이 대거 참여했음에도 서로 말 한마디면 알아서 척척 해주는 바람에 어려움 없이 마쳤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모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빨리 풀려서 그동안 못 나눈 거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 때문에 너무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전용체육관이 너무 간절했다. 우리가 단합된 힘을 보여줘서 이번에는 정말 전용체육관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 일단은 코로나가 빨리 수그러져서 동호인들 만나서 그동안 못 한 이야기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 구권섭 순천시배드민턴협회 부회장

구권섭 부회장

올해로 배드민턴 입문 18년째인 구권섭 부회장은 협회 임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먼발치에서 진행되는 걸 지켜보기만 했는데 막상 임원이 돼 동호인 위해 활동하다 보니 봉사 정신이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협회 임원을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구권섭 부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아 운동으로 치료해보자는 생각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고혈압 진단을 받아서 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드민턴이 운동량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에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그래서 기대를 갖고 시작했다. 해보니 너무 힘든 운동인데 몸의 변화가 바로바로 오더라. 혈압이 점점 정상치로 내려오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꼈고, 조금 참으니까 나중에는 재미까지 더해지더라. 정말 좋은 운동이다.”

몸소 체험해 지병이 완쾌한 구권섭 부회장이니 배드민턴 예찬론자가 다 됐다. 구 부회장 주변에서는 배드민턴 얘기를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런 좋은 운동을 일상생활에서 취미로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인데 그런 행운을 자신만 누리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는 게 구권섭 부회장의 마음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처럼 이런 행운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병 치료를 위해 열심히 운동했는데 덩달아 실력이 좋아져 각종 대회에서 많은 우승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단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만큼 욕심내거나 무리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적당히 즐기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많은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생활체육을 위해 공공시설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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