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중학교 배드민턴부는 서울에서는 드물게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최솔규를 배출하는 등 대한민국 배드민턴 인재 양성의 산실이다. 6년 만에 전국대회를 제패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아현중학교 선수들을 만났다.

40년 전통으로 서울의 배드민턴을 책임져온 아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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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현중학교 선수단

40년을 이어온 전통과 명성의 발자취

아현중학교는 1980년 개교해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열린 마음의 즐거운 학교’를 슬로건으로 500여 명의 학생이 꿈을 키우고 미래를 향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다. 배드민턴부 역시 학교의 역사 못지않은 전통을 자랑한다.

1984년 제11회 전국추계종별배드민턴리그에서 단체전 2위를 차지하며 첫 입상 성적을 기록했다. 배드민턴부 역시 4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서울에서 배드민턴부를 유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현중학교가 40년 전통을 이어오는 동안 서울에서는 다른 남자 중학교에서 팀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김학균 전 주니어대표 감독이 활동하던 1985년에도 추계대회에서 연속으로 단체전 2위를 차지하더니, 1992년 추계대회에서 단체전 첫 정상에 올랐고, 이어 1993년에는 춘계대회와 종별선수권대회, 학교대항전, 추계대회까지 석권해 4관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꾸준히 4강에는 올랐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는 4강에도 진입하지 못하며 암흑기를 맞는다. 그러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복식에 출전했던 최솔규(요넥스)가 입학한 2009년부터 다시 4강에 입성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최솔규가 입상하며 아현중학교의 명성을 해외에까지 알린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여름철종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17년 만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다. 그해 학교대항전 우승으로 2관왕에 올랐고, 개인전 단식은 최솔규가 독식하다시피 했다. 이후 왕찬이 활약하던 2015년에 학교대항전 정상에 올랐고, 또 6년 만인 올해 가을철종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아현중학교 배드민턴부의 전통과 명성을 이었다.

아현중학교는 특히 가을철종별대회와 인연이 깊다. 창단 이래 첫 우승을 차지한 대회이면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대회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1993년 이후 28년 만에 가을철종별대회 정상에 오르며 모처럼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사진 아현중학교 이명훈 코치

이명훈 코치 

이명훈 코치는 가을철종별대회 우승에 누구보다 기뻤다. 지도자 이전에 선수들의 선배로서 후배들이 대견했기 때문이다. 아현초등학교에서 배드민턴에 입문해 아현중학교를 거쳐 서울체육고등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 그리고 강남구청 선수로 활약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는 동호인 레슨을 하다 2013년부터 아현중학교 코치로 부임했다.

“지금은 국가대표 코치를 하고 계시는 배기대 코치님이 한번 해보라고 제의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그때는 좀 어려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꼭 와서 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오게 됐다.” 

부임하고 2015년에 학교대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6년 만의 우승이지만, 매년 4강에 오르며 전통의 강호다운 면모를 유지했다. 올해도 목표는 4강이었다. 가을철종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정재훈이 다리 부상으로 그동안 출전을 못 하다 첫 출전 하는 대회여서 반신반의했던 것. 

“준결에서 올해 2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대전둔산중과의 경기여서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정재훈이 부상에서 복귀 후 많은 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정재훈이 뛰고 싶어 했고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면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그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이명훈 코치는 중학생이면 어느 정도 자신의 진로를 정한 아이들이기에 기초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성적도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 중학교 지도자는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토대를 갖추는 것에 만족하지만 아현중학교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저도 학교에 오기 전에는 중학교 선수들이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서울에는 고등학교가 서울체고밖에 없는데 입학 정원이 4명이다. 그런데 서울체고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다. 서울체고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니까 우리 선수들끼리도 경쟁해야 한다. 이 부분이 어렵고 힘들다. 그러니 성적을 신경 안 쓸 수가 없다.”

이명훈 코치는 진학 문제로 부모들이 예민하므로 고등학교 진학 시기가 되면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 때문에 올해 기대 이상으로 단체전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개인전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아이들의 진로가 달려있기에 현실적인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몸이 첫째다. 부상 없게 몸 관리 잘하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자기가 목표로 한 것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길이라고 생각한 만큼 운동을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사진 아현중학교 김용혁 코치

김용혁 코치

김용혁 코치는 2017년 11월부터 아현중학교에 왔다. 아현초와 아현중 그리고 서울체고를 졸업하고 동호인 레슨하다 전문지도자 자격증 따러 실습 왔다가 같이 해보자는 이명훈 코치의 제의를 받고 시작하게 됐다. 지도자는 선수와는 또 다른 영역이지만 2년 선배인 이명훈 코치가 있어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명훈 코치가 고학년을 지도하고 김용혁 코치는 신입생이나 저학년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학기 초에 아이들 성향 파악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털어놨다. 특히 일반적인 상황하고 힘들 때 나오는 행동이 바뀌는 아이들을 파악해 개별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춘기가 오면 표현도 안 하고 말을 안 한다. 그러다 갑자기 돌출행동을 하고 그러는데 그게 제일 힘들고 답답하다. 나중에 얘기해 보면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친근하게 다가가서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 코치하면 벽을 치는 것 같다. 대화가 오고 가야 뭐든 풀어지는데, 가면 안 돈다. 요즘은 예전처럼 코치하면 무섭고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 아니니까 애들이 편하게 얘기해주면 좋겠다.”

김용혁 코치는 초등학교 때랑은 운동적인 부분보다 감정이나 이런 게 달라지는 시기라 일부러 장난치며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오래 선수 생활을 해야 하니까 안 좋은 자세 교정이나 체력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중학생이 되면 게임 뛰는 거나 셔틀콕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을철종별대회 우승은 부임 후 첫 우승이고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 김용혁 코치의 감회는 남달랐다. 특히 우승을 일궈낸 3학년 선수들이 워낙 개성이 강해 그동안 속을 많이 썩였는데 목표를 하나 세우면 단합이 잘되는 장점을 이번에 제대로 보여줬기에 더 기쁘고 뿌듯했다. 또 후배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다치지 않게 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본인들이 선택한 진로니까 힘들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해주면 좋겠다.”

<주요 성적>

2015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 단체 2위 
제58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체 3위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5 화순 전국학교대항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체 1위 
2017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 단체 3위 
제56회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 단체 3위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단체 3위 
제61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체 2위 
이용대 올림픽제패기념 2018 화순 전국학교대항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체 2위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단체 3위 
제62회 전국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체 2위 
2021 전국가을철중.고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체 1위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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