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배드민턴을 즐길 줄 아는 진정주 삼주금속테크 대표
진정으로 배드민턴을 즐길 줄 아는 진정주 삼주금속테크 대표
  • 김용필 기자
  • 승인 2021.10.0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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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배드민턴을 즐겨온 배드민턴에 진심(眞心)인 동호인. 전국배드민턴연합회 청년부 회장을 역임했고, 배드민턴을 통해 삶의 재미와 가치를 알게 됐다는 배드민턴인. 누구나와 함께 배드민턴을 즐기기 위해 배드민턴체육관을 만들어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진정주 삼주금속테크 대표를 만났다.
사진 삼주금속테크 진정주 대표

공장에 배드민턴체육관 지은 배드민턴에 진심(眞心)인 배드민턴인

“즐거움을 느끼고, 경기를 즐겨라.”

최고의 농구 선수였던 마이클 조던이 한 말이다. 자유투를 얻은 마이클 조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상대가 “진정한 농구의 신이라면 이 정도는 눈 감고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아냥거리자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킨 후 상대를 향해 한 말이라고 한다.

즐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기술이자 비결이라는 말은 너무 평범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부담 갖고 긴장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스포츠에서 만고의 진리다. 가까운 예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많은 선수가 부담과 긴장으로 예선 탈락하는 등 이변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이건 비단 운동 선수에게만 속하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역시 어떻게 즐기며 사느냐가 관건이다. 과정을 즐긴다면 원하는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온전히 즐겨야 그 속에서 얻는 것도 있고, 매 수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를 실천하며 사는 진정주 삼주금속테크 대표는 배드민턴과 함께 즐기는 삶을 살아왔다. 물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배드민턴을 즐기며 사는 삶은 계속될 것이다.

진정주 대표를 찾아간 경기도 양주시 삼주금속테크 공장 앞마당에 반질반질한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진정주 대표를 따라 낡은 공장 건물과는 달리 깔끔한 자태를 뽐내는 이 건물에 들어서니 푸른색 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진정주 대표가 지난해부터 배드민턴을 즐기는 곳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배드민턴을 못 하니 직원들도 그렇고 아는 친구들도 그렇고 다들 몸이 달았다. 그래서 다른 공장 건물 한 층을 치우고 거기서 운동했다. 코트는 4개가 나오는데 높이가 4m 밖에 안된다. 겨우 드라이브나 칠 정도였는데도 열심히들 하더라. 그래서 작년에 1개 코트 짜리 체육관을 새로 지었다.”

돈 받고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아서 직원들과 배드민턴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체육관을 지었다는 진정주 대표. 진정으로 배드민턴을 즐길 줄 아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40년 동안 최근에 딱 한 달 몸이 아파 라켓을 놓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웅동체(雌雄同體)인 듯 배드민턴 코트를 떠나본 적이 없다는 진정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40년 전 우연히 만나 오기로 시작한 배드민턴

진정주 대표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배드민턴에 입문하는 젊은 생활체육 동호인의 사연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건 바로 오기. 오기란 놈이 발동했다 재미란 놈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코트를 맴돌게 됐다는 일화가 많은데 진정주 대표 역시 그런 케이스다.

“야산에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삼겹살 구워 먹는데 옆에 배드민턴장이 있었다. 그때는 문방구에 가면 800원에 라켓 2자루를 한 세트로 팔았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고 배드민턴을 하는데 머리가 하얀 노인이 한 분 오더니 한 게임 하자고 하더라. 우리에게 룰도 가르쳐주고 그랬는데 노인이 얼마나 치겠냐 싶었지. 그런데 친구 4명이 1점도 못 냈고, 나는 그분 실수로 1점을 땄다. 그때는 서브권이 있었던 때라 1점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기가 생겨 이거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내일 아침부터 라켓만 들고 오라고 그러더라. 그렇게 배드민턴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20대 후반의 혈기왕성한 진정주 대표였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환갑도 넘은 어르신에게 1점 밖에 못 냈으니. 그렇게 해서 새벽 클럽에 매일 나갔는데 한 3개월 동안 가끔 불러 난타 쳐주는 것 외에는 쳐다보는 사람도 없어 서러웠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나니 6개월 만에 오기를 발동케 한 백발노인을 따라잡았다. 그러는 사이 진정주 대표는 헤어날 수 없는 배드민턴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뭐 거의 미쳤다고 하죠. 완전히 배드민턴에 미쳐 살았다. 일 안 하고 배드민턴만 한다고 아내하고도 많이 싸웠다. 아내가 못 하게 하려고 라켓을 부러뜨린 적도 있다. 이 사람아 그게 쌀 한 가마니 값인데 2자루면 쌀이 두 가마니야. 그거면 우리 식구 몇 달을 먹는데 그걸 부수면 어떡하나 그랬더니 그다음부터는 절대 라켓은 안 건드리더라. 당시 쌀값이 80kg 한 가마니에 만오천 원했는데 라켓이 만오천 원, 이만 원이랬다.”

당시에는 배드민턴보다는 테니스가 강세였다. 그래서 배드민턴 하는 걸 창피해해 라켓을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숨기고 다니고 그랬다. 그런데도 라켓 한 자루가 쌀 한 가마니 값이었으니 웬만큼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다.

진정주 대표는 운동이 좋아 여러 운동을 해봤는데 그중에 단연 으뜸으로 배드민턴을 꼽았다. 전신운동이라 스트레스 해소되고 특히 재미있어 마약처럼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운동이라는 것. 한마디로 배드민턴 하면 모든 게 좋다는 게 진 대표의 주장이다.

전국배드민턴연합회 청년부 회장 역임

배드민턴에 미쳐 살다시피 한 진정주 대표는 5년 만에 전국 A급으로 승급했다. 당시에는 승급 대회가 봄에 전국연합회장기, 가을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뿐 이어서 승급이 쉽지 않았다. 전국대회는 C급부터, 지방대회는 D급부터 시작했다.

“대회에 엄청 많이 다녔다. 제주도, 부산, 여수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대회가 귀하다 보니까 전국대회 다니는 게 자부심이었고, 재미였다. 지금 돌아보면 또 좋은 추억이다. C급에서 B급으로 올라가기가 힘들었지 A급으로 가는 건 쉬웠다. A급으로 승급할 때 하루에 열세 게임을 했다. 서브권이 있어서 혼복 우승하고 체력이 바닥났는데 남복 파트너가 통사정하더라. 정신력으로 버텨서 준우승해 혼복, 남복 한꺼번에 A급으로 승급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A급에 5년 만에 오른 진정주 대표는 군대에서 어깨를 다쳐 스매시가 약했다. 그래서 강한 공격보다는 구석구석 찌르는 컨트롤에 집중했다. 셔틀콕이 라인을 타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구석을 파고들다 보니 상대가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진 대표는 이 스타일 때문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 당시에 점프 스매시로 강하게 내리꽂던 친구 중에 지금까지 배드민턴 하는 사람 거의 없다. 무릎에 무리가 가서 대부분 그만뒀다. 나는 설렁설렁하니까 이상 없이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점프 스매시로 반짝하는 것보다는 나처럼 야금야금해서 오래 하는 게 낫다. 무리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야금야금했다고는 하지만 서로 파트너 하려고 줄 설 정도로 정진주 대표의 실력이 출중했다. 코로나 19가 닥치기 전만 해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각종 대회의 입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40년 동안 배드민턴을 즐겼으니 그동안 맡아온 직책도 다양하다. 1986년에 처음 클럽 회장을 시작으로, 도봉구와 강북구, 서울시연합회 임원 그리고 1990년에는 전국배드민턴연합회 청년부 회장도 역임했다. 지난해부터는 회원 80여 명이 활동하는 60대 A급 모임의 회장을 맡았다. 그렇다면 그가 꼽는 전성기는 과연 언제일까?

“청년부 활동할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 나만큼 배드민턴에 미쳐서 돌아다닌 사람도 없을 것이다. 동생들에게 공장을 맡겨 놓고 다녔으니 사업에 영향이 많았다. 그런데도 한 거 보면 용하다.”

진정주 대표는 배드민턴에 그렇게 빠져 살면서도 사업까지 잘 일궈 올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살아왔기에 어려운지 모르고 지나왔다는 걸 보면 역시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장사는 없는 모양이다.

죽을 때까지 배드민턴 즐기는 게 남은 과제

진정주 대표는 코로나 19로 각종 대회가 멈추기 전까지도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며 배드민턴을 즐겼다. 40년을 한결같이 배드민턴과 함께였으니 직접 배드민턴체육관을 지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 덕에 60대 A급 모임 회원들과 자주 어울리는데 이제는 운동보다는 만나서 놀고 맛있는 것 먹는 게 주가 됐다.

“이제는 운동보다 만나는 그 자체가 재미있다. 아마 배드민턴 안 했으면 삶의 의미,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진짜 좋은 운동이고 잘 배웠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건강하게 살았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그동안 건강 하나는 자신했는데 이번에 골반 때문에 한 달 정도 고생하고 보니 앞으로 건강하게 살면서 죽는 게 바람이다. 그때까지 배드민턴 재미나게 치고 그러면 좋겠다.”

진정주 대표는 몇 년 사이 배드민턴에 급속하게 퍼진 끼리끼리 문화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가끔 공공체육관에 가면 끼리끼리만 하려고 하지 같이 어울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이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 돼 가는 게 더 문제라고 진 대표는 안타까워했다. 세대와 지역, 성별을 뛰어넘어 함께 즐기는 운동이 배드민턴의 장점이자 매력이었는데 그게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배드민턴을 통해 얻은 기쁨과 즐거움이 컸기에 앞으로도 많은 사람과 함께 누리고 싶어 배드민턴체육관까지 만든 진정주 대표이기에 아쉬움이 더 큰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 좋아하고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진정주 대표의 놀이터는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물러가고 예전처럼 배드민턴이 활발해지길 바라는 진정주 대표는 그때까지 자신이 만든 배드민턴체육관이 더 많은 사람에게 배드민턴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만남의 장이 되길 바랐다.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2021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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