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패럴림픽 영웅인 아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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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0살이 넘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WH1 남자단식 시상식, 올림픽조직위원회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네요. 5년 동안 갈고 닦은 선수들이 노력과 열정을 쏟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방송에서 좀 더 많은 패럴림픽 경기를 중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잠깐잠깐 보이는 모습들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했거든요. 비장애인 올림픽은 재탕에 삼탕까지 지겹게 보여주더니, 패럴림픽은 하루 1, 2시간 보여주고 말았는데요. 편견, 차별이란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불사조 비상하다'에 "올림픽은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은 영웅이 출전한다"는 명언이 나온다고 하네요.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 자체가 영웅이라는 얘기죠.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노라면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패럴림픽에서 처음으로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죠? 그동안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종목이 30여 년 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배드민턴은 왜 이제야 정식 종목이 됐는지 좀 의아하긴 했는데요. 그만큼 장애인들이 배드민턴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겠죠?

어쨌든 이번 패럴림픽에서 처음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선전했습니다. 결승에 3종목이나 올랐는데 모두 은메달로 마무리되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세계랭킹을 놓고 봤을 때도 2개 정도는 우리가 금메달을 딸 실력이었기에 더 아쉬웠습니다.

사진 WH1-WH2 남자복식 김정준(왼쪽)-이동섭 조의 경기 모습, 올림픽조직위원회

그동안 어렵게 고생한 선수들이기에 보상으로 금메달 하나 정도는 목에 걸었으면 했는데요. 우리 선수들이 현재 40, 50대 아재들이기에 2024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기대하기는 어렵잖아요. 젊은 선수들이야 파리 올림픽을 노려보면 되지만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이번이 첫 올림픽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어지니 좀 울컥하더라고요.

그리고 시상대에 나란히 선 어린 외국 선수들과 아저씨인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치열하게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활체육도 아닌데 저렇게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선수들이 한자리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짠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들이 참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패럴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장애인 배드민턴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게 우리 선수들의 나이였거든요. 40대, 50대인 우리 선수들과 금메달을 놓고 다투게 될 중국 선수들은 20대 이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요. 막상 시상식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아재하면 놀림감인데 모처럼 자랑스러운 아재들을 본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클리어와 드롭을 반복하며 상대를 흐트러트리고 득점을 따내야 하는 휠체어 경기를 보면서 웬만한 체력 가지고는 긴 랠리를 따라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래서 패럴림픽에는 영웅이 출전한다고 얘기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좀 더 많은 사람이 장애인 배드민턴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2020 도쿄 패럴림픽 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한 강정금(1967년), 이선애(1969년), 이삼섭(1970년), 이동섭(1971년), 김경훈(1976년), 김정준(1978년), 신경환(1987년) 선수를 비롯한 선수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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