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관중 없는 올림픽의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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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관중으로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모습, 올림픽조직위원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드디어 막이 올랐고, 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세상에 알려졌죠. 

대회 하루를 앞두고 150g 때문에 스스로 가위를 들고 삭발을 감행한 여자 선수도 있고, 고등학생으로 대회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파이팅! 을 외치며 금메달을 따낸 선수도 있고, 재일 동포 출신으로 일본의 귀화를 뿌리치고 동메달을 따낸 선수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역시 중압감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에요. 배드민턴 예선에서부터 이변이 속출하며 희비가 엇갈렸는데요.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겠죠?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조가 4전 전승을 거두던 팀에 하필 올림픽 예선에서 패하면서 충격을 줬는데요. 

당대 최고의 혼합복식 조였던 김동문-라경민 조의 연승 행진이 올림픽에서 끊기기도 했었죠. 두 선수의 금메달을 막을 수 있는 건 부상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독주를 했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올림픽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데요.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단연 관중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관중이 있다면 분명 우리 선수들에게는 좀 불리하게 작용했겠죠? 

그래도 관중 없는 경기장은 뭔가 빠진 느낌, 생동감이 약하다고 할까요. 흑백사진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데요. 환호하는 선수들과 함께 호응하는 관중이 있을 때 스포츠 경기도 하나의 이벤트로 채워진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올림픽이 선수들이 가장 바라는 꿈의 무대이기에 선수들을 위한 자리이긴 합니다. 하지만 관중 없는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이건 성적을 기록하기 위한 경기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경기 중인 선수의 긴장과 호흡을 지켜보며 함께 환호하는 관중이 있었다면 저 무대가 더 꽉 찬 감동이 몰려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국내대회가 떠올랐는데요.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비인기 종목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내에서 종목별로 많은 대회가 열리지만, 관중이 지켜보며 응원하는 대회는 찾기 쉽지 않잖아요. 관중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선수의 가족이나 선수들이 다인 경우가 허다하죠. 그래서 열심히 땀 흘리는 선수들을 보며 쓸쓸함을 느끼곤 했는데, 이번 올림픽이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생활체육 동호인이 가장 많은 종목이 배드민턴인데 배드민턴대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이용대가 스타로 떠오르면서 코리아오픈은 물론이고 종별선수권대회까지 소녀팬들이 찾아오곤 했는데요. 이용대의 인기가 시들해지니 지금은 코리아오픈도 자리가 텅텅 비는 신세잖아요. 

많은 국내대회에서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선수들의 쓸쓸함을 이번 올림픽에서 느꼈다고 할까요. 세계 최고의 스포츠 대잔치라는 말이 관중이 빠짐으로써 무색해져 버린 셈입니다.

올림픽이라는 큰 이벤트도 관중이 없으면 완성되지 못한다는 것. 공연에서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 관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올림픽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3년 후를 기약하며 이번 올림픽은 끝나지만, 우리 주변에는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다시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경기장을 한 번씩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외치는 파이팅! 한 번이 어떤 선수에게는 큰 힘이 되어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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