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현 vs 김가은,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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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남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경쟁하는 김가은(왼쪽)과 성지현, 배드민턴 뉴스 DB

3개 대회 남기고 김가은이 성지현에 523 포인트 앞서

오는 7월 23일부터 개최되는 2020 도쿄 올림픽이 이제 불과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해외 관중 입장 불가는 확정됐고, 일본 내 관중은 어느 정도 입장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까지는 일본 정부의 올림픽 개최에 관한 입장은 확고하다.

배드민턴은 2019년 5월 1일부터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원래는 2020년 4월 말을 기준으로 올림픽 출전자가 가려져야 했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대회가 취소됐다가 올해 초에 재계 되면서 예선 레이스는 싱가포르오픈이 끝나는 2021년 6월 15일까지로 연기됐다.

앞으로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영향을 주는 대회는 3, 4개 정도 남았다. 그 때문에 종목별로 대부분 자동 출전권 획득자가 가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경계선에 선 몇몇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지현(인천국제공항)과 김가은(삼성생명)이 그렇다.

단식은 랭킹 16위, 복식은 랭킹 8위 안에 들어야 자동 출전권을 획득한다. 현재 세계랭킹은 성지현이 16위, 김가은이 18위다. 하지만 2019년 5월 1일부터 시작된 올림픽 예선 랭킹은 김가은이 15위, 성지현이 16위다.

성지현까지 16위 안에 들었지만, 안세영(삼성생명)이 8위에 올라있어 지금 이대로라면 안세영과 김가은이 출전한다. 16위 안에 여러 선수가 들어도 한 나라에서는 2명 까지만 출전할 수 있기에 성지현과 김가은 둘 중 한 명만 출전권 획득이 가능한 상황이다.

성지현과 김가은은 인도오픈(5월 11~16일 슈퍼 500)과, 말레이시아오픈(5월 25~30일 슈퍼 750), 싱가포르오픈(6월 1~6일 슈퍼 500)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3개 대회에서 최종 출전자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가은이 4만9933 포인트로 성지현의 4만9410 포인트보다 523포인트 앞서 있다.

김가은의 굳히기냐 성지현의 역전이냐?

현재까지 김가은은 올림픽 예선 레이스에 22개의 대회에 참가했고, 성지현은 19개 대회에 참가했다. 이중 포인트가 높은 10개 대회의 포인트 합산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출전하는 모든 대회가 포인트로 쌓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가은이 획득한 상위 10개 포인트의 합이 4만9933 포인트고 최저는 4320포인트다. 대회에 출전해 4320포인트 이상 획득해야 올림픽 예선 포인트가 올라가는 것이다. 성지현이 획득한 상위 10개 포인트의 합이 4만9410 포인트고 최저는 3600포인트다. 포인트를 쌓기에는 성지현이 유리한 상황이다.

사진 김가은과 성지현의 올림픽 예선 포인트 획득 현황

지난 2월 성지현에게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었는데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스위스오픈(3월 2~7일 슈퍼 300)에서 김가은이 32강에서 탈락하며 1670포인트를 획득했고, 성지현은 16강에 오르며 최소한 격차를 줄이거나 역전할 기회가 왔다. 하지만 성지현이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750포인트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3600포인트 이상을 획득해야 하기에 두 선수에게는 의미 없는 포인트였다. 성지현이 최소한 8강에 올랐어야 3850포인트를 획득해 250포인트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남은 3개 대회는 슈퍼 500과 슈퍼 750 대회이기에 포인트가 높다. 성지현에게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슈퍼 750인 말레이시아오픈은 16강에만 올라도 4320포인트, 8강에 오르면 6050포인트가 주어진다. 김가은과 성지현이 나란히 16강에 올라도 성지현은 720포인트를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러니 두 선수에게는 한 게임 한 게임이 곧 올림픽 출전 티켓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슈퍼 500인 인도오픈과 싱가포르오픈은 두 선수 모두 8강에 올라야 5040포인트를 획득해 포인트를 축적할 수 있다.

지금은 김가은이 앞서고 있지만, 똑같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성지현이 쌓는 포인트가 많기에 불리한 상황이다. 3개 대회 모두 김가은은 어떻게든 성지현보다 한 단계 높은 라운드까지 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출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랭킹 17위인 장베이웬(미국)이 4만9010 포인트, 18위인 미아 블리치팰트(덴마크)가 4만7891 포인트로 바짝 쫓고 있기에 이들의 추격도 뿌리쳐야 한다. 김가은과 성지현이 불리한 상황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연기되면서 아시아 선수들은 올림픽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사라졌지만, 다른 대륙별 선수권대회는 개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내부와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무엇보다 랭킹 16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게 첫 번째 과제다. 올림픽 단식 경기에는 보통 30명 넘게 출전한다. 랭킹 16위까지는 출전권이 주어지고, 이후 순위에는 16위 안에 들지 못한 국가의 선수들에게 출전권이 주어진다. 미국과 덴마크 선수는 랭킹 16위 안에 없기에 장베이웬과 미아 블리치팰트는 현재 순위를 유지해도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김가은과 성지현은 랭킹 8위에 안세영이 있기에 무조건 랭킹 16위 안에 들어야 한다.

3번째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성지현

사진 3번째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성지현, 배드민턴 뉴스 DB

성지현은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세 번째 출전에 도전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이 올림픽 마지막 도전일 가능성이 크다. 고등학생 때부터 우리나라 여자단식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성장해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성한국 감독과 김연자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딸로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배드민턴 가문인 데다 지난해 12월에는 남자단식의 간판인 손완호(밀양시청)와 결혼해 2대가 배드민턴 국가대표 부부라는 이색 기록을 남겼다.

사실 올림픽 예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성지현은 우리나라 여자단식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라이벌로 쌍벽을 이뤘던 배연주가 은퇴하면서 홀로 외롭게 여자단식을 이끌어왔다. 천재 소녀 안세영이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는 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빨리 성장해 따라잡아야 바통을 넘겨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좀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었다. 그렇게 2019년 5월 올림픽 레이스가 시작됐는데 불과 2, 3개월 만에 안세영과 김가은이 성지현의 올림픽 출전을 위협하는 상대로 급부상했다. 또 대한민국 여자단식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세계랭킹도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톱 10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성지현은 2019년 6월에 올림픽 예선 랭킹 50위였다가 7월 중순에는 92위까지 밀리고, 말에는 일본오픈 성적으로 37위로 뛰어오른다.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는 23위까지, 9월에는 대만오픈을 우승하며 14위까지 올라서고, 10월에 가장 높은 12위까지 밟는다. 하지만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조금씩 하락해 2020년 1월에는 16위까지 밀려 지금까지 왔다. 과연 남은 3개 대회에서 맏언니로서의 저력을 보여주며 마지막 남은 올림픽 티켓 1장을 거머쥘 수 있을지 지켜보자.

올림픽 첫 도전을 꿈꾸는 김가은

사진 첫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김가은, 배드민턴 뉴스 DB

1998년생인 김가은 2016년 범서고등학교 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주니어대표 시절에는 단식과 복식 모두에서 활약하며 유망주로 떠올랐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단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가은은 국가대표가 되어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올림픽 예선이 시작되면서 급성장한 케이스다. 김가은은 보는 사람이 시원한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범실이 많아 기복이 심한 게 단점이다. 공격이 잘 될 때는 거침없는 승리를 거두지만, 범실이 많아지면 자멸하는 경우가 많아 세계랭킹도 제자리걸음이다. 그 때문에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게 관건이다.

2019년 7월에 올림픽 예선 랭킹 104위였던 김가은이 미국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28위까지 뛰어올랐다. 이후 30위 권으로 내려가더니 8월에 21위, 9월에 세계선수권대회 16강에 오르며 16위까지 올라섰다. 11월에는 가장 높은 10위로 정점을 찍더니, 2020년 들어서 지금까지 올림픽 포인트를 단 1포인트도 쌓지 못했다. 순위 역시 2020년 1월에 13위, 3월에 14위, 2021년 3월부터 15위로 내려앉았다.

김가은은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남은 3개 대회의 결과에 따라 다음 기회로 밀어둬야 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이라고 할까.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처럼 화끈하게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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