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을 불과 8개월여 앞두고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김충회 감독. 국가대표 선수 40명 모두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해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는 김충회 감독을 고양시청 선수단 훈련장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김충회 국가대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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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충회 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

8개월째 개점 휴업 국가대표, 선수들 체력·경기 감각 끌어올리는 게 관건

“막상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되니까 처음에는 잠깐 좋았는데 갈수록 마음이 무겁다. 어떻게 헤쳐나갈까 걱정이 되더라. 선수들을 밖에서 봤을 때랑 안에서 봤을 때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그거에 대한 고민이 많다.”

2020 도쿄 올림픽과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까지 배드민턴 국가대표를 이끌어야 하는 신임 김충회 감독은 소감을 묻자 이렇게 입을 열었다.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였고, 뒤늦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미 지원할 때부터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정되고 나니 걱정이 밀려오더라는 것.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선수에 발탁됐던 김충회 감독은 1996년과 1997년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했기에 한 번은 꼭 국가대표 감독을 해야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들이 어려 미루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아내와 상의 끝에 국가대표 감독에 지원했다. 40대 중반의 후배들이 전임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왔으니 50대 중반의 김 감독은 그야말로 늦깎이인 셈이다.

그동안 국가대표 감독들은 차근히 준비의 시간이 주어졌고 마지막에 올림픽에서 성과를 보여주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충회 감독에게는 그런 준비의 시간이 없다. 바로 2021년 7월에 도쿄 올림픽에서 결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곧바로 항저우 아시안 게임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양날의 검인 것 같다. 2년 임기 동안에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을 치른다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건데 그걸 할 수 있다는 거는 좋게 생각하면 운이 좋은 거다. 반면에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니까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진 김충회 감독

김충회 감독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선수들과 함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를 것인지, 아니면 불에 타 사라질지는 2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다. 물론 김 감독은 선수들이 더 활활 타오르게 하는 군불이 되겠다는 각오다.

“선수들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중인데 예전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확신하는 종목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게 없다. 현재 여자복식이 세계랭킹 4, 5위에 있는데 그 선수들도 보니까 16강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여차하면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올림픽은 부담을 갖게 되니까 실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운도 따라야 한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코치진하고 상의도 하고 파트별로 계획을 세워야 할 거 같다.”

하지만 김충회 감독에게 먼저 닥친 문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선수들의 떨어진 경기력과 실전 감각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3월 전영오픈 이후 국제대회는 물론 선수촌에도 입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몸 상태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를 끌어 올리기 위해 김 감독은 오는 18일부터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고 세계랭킹이 높아 자동 선발된 국가대표 선수들을 우선 소집해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다. 이때가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첫 상견례가 될 전망이다.

“소속팀 훈련만으로는 몸이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월 12일부터 태국에서 시작되는 아시아오픈에 출전하기로 했다. 일단 3개 대회가 연달아 열리는데 경기를 뛰면서 선수들의 체력이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나도 선수들이 뛰는 거 보면서 공부도 하고 계획도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발전 할 때 주변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해 1월 3일에 태국으로 출발하는데 전날까지는 훈련할 계획이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1월 초에 선수촌에 입촌하게 될 거 같다.”

선수들 기량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게 최종 목표

배드민턴의 올림픽 출전은 감독과 코치 스태프가 어떻게 할 수 없다. 1년 동안의 올림픽 예선 레이스 성적을 바탕으로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올림픽 예선 레이스가 중단된 상태지만,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은 거의 정해진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김충회 신임 감독도 올림픽까지는 지금의 선수들이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 끝나고 복식 파트너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최상의 조합을 맞출지 고민해야 할 거 같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사심 없이 조화롭게 잘 맞춰서 골고루 기량을 향상시켜 놓는 게 내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억지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니까. 물론 내가 하는 동안 좋은 성적이 나오고 차기 감독에게 넘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데, 일단 선수들이 성적을 낼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놓고 빠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사진 김충회 감독

김충회 감독은 임기 2년 동안 해야 할 목표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꼽았다. 물론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서의 금메달에 대한 욕심은 지도자로서 당연한 거다. 그것 못지않게 전체적으로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정 수준에 올라있는 에이스들의 경기력을 조금 더 올려놓고, 또 새로운 선수들 역시 따라갈 수 있게 올려줘 빈자리가 생기면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게 김 감독의 최종 목표다. 한마디로 에이스와 2진들의 실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리면서 그 차이도 최대한 줄이겠다는 얘기다.

2년 동안 큰 대회를 치르면서 이런 구조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큰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칫 무늬만 국가대표인 선수가 생길 수도 있다. 국가대표이지만 정작 국제대회 출전 한번 제대로 못 해보는 그런 선수. 김 감독 역시 이를 경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드민턴은 포인트가 있어야 100대회, 300대회, 500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1년 동안 포인트를 쌓은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면 새로운 선수가 다시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2, 3년 정도 키워야 하는데 국가대표 선발전 규정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이번에 얘기를 많이 했는데 서로 공감은 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쉽지 않더라.”

현재 국가대표 선발은 성적순인데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예외를 적용할 경우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선발전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운영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그 때문에 김충회 감독은 국가대표 내에서 지도자가 사심 없이 최대한 똑같이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똑같은 기회를 주는데 누가 얼마만큼 받아먹느냐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훈련에 성실한 선수에게 기회를 더 주려고 한다. 성적을 떠나서 본인의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주는데 열심히 안 하면 그건 열심히 하는 친구에게 기회를 주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 과정 없이 좋은 결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훈련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김충회 감독은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신뢰와 믿음을 강조했다. 예전처럼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도자는 선수를 믿고, 선수는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 그 출발은 당연히 요즘 시대의 화두인 공정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부터 지도자와 선수의 믿음과 신뢰가 시작된다는 생각이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고 코로나 19 때문에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지만, 25년 지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이란 큰 파고를 헤쳐나가 보이겠다는 김충회 감독. 2년 후에는 선수들 모두가 지금보다 한 계단 위에 서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 프로필 >
제물포고등학교-인하대학교-국군체육부대-동양화학

인천대학교 감독
1996-1997 국가대표 코치
1998~2004 강화군청 감독
2007~ 고양시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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