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입문 30년 동안 도봉구배드민턴연합회장과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 그리고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까지 어려운 자리를 마다치 않고 맡아온 박재환 회장. 도봉구 배드민턴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세심천클럽 회원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박재환 회장을 만났다.

9년째 서울의 배드민턴 수장을 맡은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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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사진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도봉구연합회장을 거쳐 서울시연합회장까지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은 1990년에 배드민턴에 입문했으니 올해로 만 30년째 배드민턴 라켓을 잡고 있다. 43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시 도봉구의 배드민턴 성지라 할 수 있는 세심천클럽에서 시작했다. 딸과 함께 동네 야산을 넘나들다 배드민턴 운동하는 걸 보고 시작한 게 오늘까지 이어졌다.

“세심천클럽이 전에는 외벽도 없고 그래서 운동하기 힘들었지만, 세심천이 없었으면 지금 협회장도 없었다. 도봉구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중 하나다 보니 전에는 인원도 많고 센 클럽이었다. 그런 곳에서 배드민턴을 시작한 게 단체장을 하는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박재환 회장은 30년 동안 도봉구연합회장을 2년 역임하고,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 5년 역임,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은 4년째 역임 중이다. 동시에 4년 동안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0년 넘게 전국배드민턴연합회 임원도 역임했으니 정작 회원들과 오순도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세심천클럽 회장은 못 했다.

그래서 틈만나면 클럽을 찾아 그나마 회원들에게 조금 면목이 서는 부분이다. 외부에 봉사하러 다니느라 정작 자신을 키워준 클럽에는 봉사를 못 해 늘 미안한 마음으로 세심천을 찾고 있다.

세심천클럽 취재에 나선 10월 17일 토요일에도 박재환 회장은 뒤늦게 올라왔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에 의해 그동안 닫혀있던 공공체육관이 문을 열어 점검차 다락원체육관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는 박 회장을 회원들이 반갑게 맞았다. 정작 클럽보다 외부 일에 바쁜 박 회장의 일상을 회원들이 이해하고 도와주었기에 늦게라도 클럽 행사에는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구력 30년에 실력과 입담은 A급

박재환 회장이 감투에 욕심이 있어 도봉구연합회나 서울시 배드민턴의 수장을 맡은 건 아니다. 어찌 보면 박 회장의 운명이랄까? 2000년대 초반에 처음 도봉구연합회장을 맡을 때부터 박 회장은 어려울 때 나서야 하는 운명의 길에 들어섰다. 재정적으로 힘든 연합회를 이끌 구원투수로 나서는 바람에 사비를 털어가며 재건에 힘써야 했다. 2003년과 2004년 도봉구연합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회장에서 물러났다.

도봉구에서 역량을 발휘하자 이번에는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에 단일 후보로 추대됐다. 2006년 제10대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에 취임한 박재환 회장은 연이어 11대 회장까지 역임하며 4년 동안 서울시 배드민턴 수장을 지냈다. 이 당시만 해도 전국대회에 나가면 서울시가 우승은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전국 어디에서 대회를 하더라도 잘 조직된 선수단을 구성하니 늘 종합우승은 서울특별시 차지였다. 그리고 그 선봉장에 늘 박재환 회장이 있었다. 운동이면 운동, 구수한 입담이면 입담 모두 A급이기에.

“힘든 줄 모르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꼭두새벽에 출발해 밤늦게 도착하는데도 동호인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오히려 힘이 났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 동호인들 열정이 정말 대단했다.”

사진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사진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그렇게 4년 동안 서울시연합회를 잘 이끈 박재환 회장은 이후에는 일선에서 물러서 고문으로 또 전국배드민턴연합회 임원으로 서포터 역할에 치중했다. 그 사이 2014년에 박 회장의 본업인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장에 취임했고, 2016년에는 도봉구상공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2016년에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마침 체육 단체 통합이 맞물리면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4년 동안 연합회를 이끌었던 박 회장이 다시 자리를 맡게 됐다.

그리고 체육 단체 통합으로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을 선출하는 데 이번에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추대되다시피 초대 통합회장을 맡아 4년째 역임 중이다.

하지만 그사이 배드민턴 문화가 변하면서 서울시 배드민턴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연합회와 협회가 통합하는 과정에 생긴 진통을 수습하는 사이 동호인들의 구심체가 변해 있었다. 예전에는 클럽이 배드민턴의 출발이었는데 최근에는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이 많아지면서 소모임이 활성화하고, 사조직대회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단체보다는 개인주의가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예전만큼 협회를 중심으로 뭉쳤던 조직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은 배드민턴. 그중에서도 서울시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 2, 3월부터 공공체육관이 폐쇄되면서 몇몇 남은 야외 클럽에서만 연명하는 처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기도나 인천은 개인체육관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나름 활로를 찾고 있지만, 서울시는 비싼 땅값 때문에 개인체육관을 오픈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공공체육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드민턴 동호인이 가장 많은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클럽이 있어야 구가 있고, 구가 있어야 서울시가 있다는 걸 또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다 소중한 마음으로 같이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25개 구 회장하고 구청장, 의원들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 남은 인생 배드민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려운 시기에 배드민턴 조직을 이끌어 왔기에 현실의 벽에 주저하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박재환 회장. 전국 최고의 연합회를 이끌었던 노하우를 살려 지금의 침체를 뚫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

< 주요 약력 >

2003~2004 도봉구배드민턴연합회장
2006~2007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 제10대 회장
2008~2009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 제11대 회장
2016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장
2017~2020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2014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장 13대 회장 취임
2016 도봉구상공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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