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봉구 배드민턴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세심천클럽
서울시 도봉구 배드민턴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세심천클럽
  • 김용필 기자
  • 승인 2020.11.2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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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심천클럽은 그야말로 서울시 도봉구 배드민턴의 뿌리다. 실내 클럽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회원들이 빠져나가 이제는 60여 명만 남았지만, 도봉구 배드민턴의 성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다시 한번 야외 클럽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세심천클럽을 찾았다.
사진 세심천클럽 회원들 단체사진
사진 세심천클럽 회원들 단체 기념 촬영

1978년 창립한 43년의 역사

세심천클럽은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근린공원 내에 있다. 1977년에 발족해 이듬해에 창립했으니 올해로 43년째를 맞고 있다. 도봉구 배드민턴의 역사이자 젖줄이다. 그러니 과거로 올라갈수록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실내체육관이 하나둘 생기면서 회원들이 빠져나가 새로운 클럽을 만들기도 하면서 도봉구 배드민턴이 활성화됐다. 다수의 도봉구배드민턴연합회장을 배출했으며, 현재 박재환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역시 세심천클럽 출신이다. 도봉구는 물론 서울특별시 배드민턴의 중심에 세심천클럽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는 100여 명이 훌쩍 넘어 북적였던 세심천클럽 이지만, 현재는 60여 명으로 줄었다. 대부분 실내 클럽을 찾는 추세임을 감안 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야외 클럽은 주로 어르신들이 많은데 세심천클럽 역시 50대가 막내일 정도다. 그러니 구력이 10년 이상은 기본이고 30년 이상 된 어르신들도 많다. 최근에 코로나 19 때문에 실내체육관을 이용 못 하면서 세심천클럽을 찾는 동호인이 많이 늘면서 일부 젊은 회원이 가입해 클럽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세심천클럽은 전에는 종일 운영했는데 올해부터 평일에는 새벽 5시 30분부터 9시까지, 주말에는 12시까지로 시간을 정했다. 시간이 한정되지 않다 보니 너무 늦게 오는 사람이 있어 회원 관리는 물론 구장 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 19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클럽 회원들이 정해진 시간만 이용하고 코트를 비워주면서 도봉구민 모두가 이용하는 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문석 회장은 “구청에서 외벽도 설치해 주고, 조명도 설치해서 밤에도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를 해주고 있어요. 비록 우리가 4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도봉구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구장이에요. 코로나 19 때문에 실내 운동이 안 되니 운동하고 싶은 구민들이 많이 올라와요. 우리랑 같이 어울려서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정해서 운동하고 나면 구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이용 시간을 정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평생 함께하는 만남의 장소

도봉구민 모두가 이용하지만, 코트 관리나 주변 청소 등은 세심천클럽에서 맡고 있다. 아침 일찍 나와 바닥을 쓰는 것부터 파인 곳이 있으면 흙을 메우는 것, 떨어진 낙엽을 쓸어 담는 것 등 할 일이 많다. 겨울에는 제설 작업도 해야 한다. 40여 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주인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회원들 모두 즐겁게 감당하고 있다.

4개 코트에 관중석은 물론이고 사무실까지 갖추고 있는 세심천클럽은 주말이면 음식을 나눠 먹으며 화합을 다진다. 세심천클럽이 40년 넘게 유지되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주말에는 마치 소풍 온 듯 모여 배드민턴도 즐기고 음식도 나눠 먹고 그간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며 깊은 정을 쌓아왔던 것. 또 매일 보지만 아침마다 서로 악수하며 인사하는 전통 또한 화합의 비결이다. 그 때문에 몸이 불편해 운동을 못 해도 나와서 함께 어울리는 어르신들도 있다. 단순한 배드민턴장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세심천클럽이다.

사진 고문석 세심천클럽 회장
사진 고문석 세심천클럽 회장

고문석 회장

고문석 회장은 세심천클럽 32대 회장이다. 전임 회장이 사정상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올해 임기를 시작했다. 배드민턴에 입문한 지는 17년 전이니, 회장이 좀 늦은 감은 있다.

“아래에 배구장이 있는데 아들하고 난타 치러 왔다가 여기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걸 보고 발을 들여놓게 됐어요. 아들이랑 저랑 살이 많이 빠졌어요. 배드민턴 하면서 화합하는 거 보고 회사 내에 동호회도 만들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졌어요.”

고문석 회장은 건강은 기본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배드민턴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한계가 있는데 배드민턴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세심천클럽은 어르신이 많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고문석 회장. 그 때문에 고 회장은 클럽 회원들과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타고, 스크린골프도 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문석 회장과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한 아들도 학교에서 배드민턴 고수로 통한다.

“나랑만 치던 아들이 클럽 회원들이랑 같이 치면서 많이 늘었어요. 중학교 때 동아리에 가입한 아들이 또래 아이들보다 잘 친다는 걸 알게 됐죠. 배드민턴 잘 치는 학생으로 소문이 났고, 고등학교에서도 학교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어요. 아들하고 다른 이야기는 많이 안 하는데 배드민턴 이야기는 오래 해요. 생활체육 지도사 자격증도 따서 방학 때 레슨 알바도 하더라고요.”

아들하고 같이 시작하길 잘했다는 고문석 회장은 배드민턴 안 했으면 스트레스 푸느라 마신 술 때문에 살도 많이 쪘을 거라며 건강을 위해 하길 잘했다고 설명했다. 또 동네 주민들하고 어울리게 된 것도 배드민턴이 준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고문석 회장은 대학원 체육대회에서 배드민턴을 잘한다고 소문만 선배를 보란 듯이 꺾으면서 이용대의 이름을 빗대 고용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고 회장이 꼽는 기억에 남는 파트너는 처음 대회에 나가 동메달을 딴 박만섭 씨다. 

“메달 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 우리가 메달을 땄어요. 상대가 잘 치고 우리는 게임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메달을 획득했죠. 첫 대회에 메달을 땄으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죠.”

4개 코트가 꽉 차서 클럽이 북적이길 바라는 고문석 회장은 라인이 오래돼 부상 위험이 있다며 수리 때까지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바람이 많이 불면 운동하기 힘드니 담장 난간을 한 칸 정도 올렸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선배들이 오랫동안 이끌어 온 클럽을 위해 조금씩 나눠서 봉사하면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껴 클럽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며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오영숙 세심천클럽 총무
사진 오영숙 세심천클럽 총무

오영숙 총무

오영숙 총무는 세심천클럽에서는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배드민턴에 입문한 지는 5년 됐는데 세심천클럽에 온 지는 2년 남짓이다. 고문석 회장과 함께 올해 세심천클럽의 살림을 맡고 있다. 특히 주말마다 음식을 준비하는 게 가장 큰 일인데 다양한 메뉴를 척척 해내 어르신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인터뷰하는 중간에도 여기저기서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이 쏟아졌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고, 어르신들 많아서 칭찬도 해주고 예뻐해 주시고 그래서 보람을 많이 느껴요.”

오영숙 총무는 직장에서 동료와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야외에서 시작했는데 분위기에 끌렸다. 실내에서는 운동에 집중하느라 경쟁심이 강해 부담되지만, 야외에서는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내내 화기애애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수영하거나 아니면 산에 다녔어요. 항상 혼자 하는 운동이라 재미보다는 스스로 만족감이 있었다면 배드민턴은 너무 재미있어요. 운동 신경이 별로 없어 배드민턴을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되면 가방 메고 올라오더라고요. 같이하는 운동을 처음 해봐서 너무 좋았거든요.”

오영숙 총무는 배드민턴이 재미도 있지만, 자신의 발길을 잡아끈 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맨날 집하고 직장만 왔다 갔다 하다 많은 사람을 알게 되니 행복해지더라는 것. 특히 어르신들이 많아 엄청 귀여움을 받고 있다며 세심천클럽이 자신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오영숙 총무.

“젊은 회원이 많이 와서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분위기가 좋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회원들이 건강하게 열심히 나와서 얼굴 보고 같이 웃고 해야겠죠? 많이 나와서 같이 운동하는 게 최고의 바람이에요.”

사진 조정식 세심천클럽 부회장
사진 조정식 세심천클럽 부회장

조정식 부회장

조정식 부회장이 라켓을 잡은 건 10년 전이다. 전에 축구도 해보고 배구도 했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조정식 부회장. 50대가 돼서야 배드민턴 라켓을 처음 잡았는데 동호인 간 좋은 이미지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

“다른 운동보다 운동량이 많아요. 게임을 시작하면 완전히 집중해야 하니 쉴 수가 없거든요. 그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운동량이 많은 게 내 체질이랑 맞아서 계속하고 있어요.”

조정식 부회장도 운동 때문에 동네 주민들하고 친해질 줄 몰랐다. 직장에 다니느라 주민들하고 어울릴 시간이 없었는데 배드민턴 하니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더라는 것. 그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돼 지역 발전에도 보탬이 된다는 게 조정식 부회장의 설명이다.

“대회에 나가면 세심천클럽 대표로 나간다는 게 너무 좋더라. 학교 때나 이런 걸 해봤는데 어른이 돼서 지역의 명예를 걸고 한다는 게 좋은 경쟁심을 유발해요. 우승은 한번 해봤는데 대회에 참가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좋아요.”

배구를 해서 적응이 빨랐다는 조정식 부회장의 올해 목표가 있다. 최익연 파트너와 함께 세심천클럽의 대표 선수인 나기열-김석향 조를 따라잡는 것이다. 30년 넘게 운동한 나기열-김석향 조의 구력이라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올 연말까지는 이겨보겠다는 각오로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운동을 목적으로 온 거니까 다른 거는 버리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면 더 좋겠죠. 그냥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왕 운동하러 왔으니 열심히 운동하자고요.”

사진 나기열 세심천클럽 고문
사진 나기열 세심천클럽 고문

나기열 고문

나기열 고문은 1990년에 배드민턴에 입문했다. 인근에 있는 우정클럽에서 시작해 세심천클럽 가족이 된 건 1993년부터다.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클럽을 찾고 있다. 평일에는 새벽 6시 30분에 올라와 코트를 쓸고 회원들을 기다려 게임 하고 8시에 내려가고, 주말에는 거의 클럽에서 생활하다시피 한다. 너무 재미있고 좋기 때문이다.

“새벽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아파트에 매일 배드민턴 치러가는 사람이 있어 따라가게 됐어요. 그때부터 배드민턴에 묻혀 살았죠. 운동을 좋아해 탁구를 하고 있었는데 배드민턴 라켓 잡고부터는 여기에 올인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죽기 살기로 했죠.” 

나기열 고문은 그렇게 해 4년 만에 30대 A급이 됐다. 야외에서 운동하면 실내에서 운동하는 사람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데 나기열 고문에겐 통하지 않는다. 레슨도 받지 않고 게임 하면서 선배들에게 조금씩 배웠는데도 30년 가까이 A급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만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임을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냥 나와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 클럽이 또 하나의 생활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야외 클럽이라 편안하고 여유가 있어요. 운동하고 여가도 즐기고, 앉아서 얘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고 하니 부담 없이 서로 즐기기 편해요. 그러다 보니 사람에 정들고, 코트에 정들고 그래서 태풍이 불어도 한 번씩 올라와 봐요. 그냥 다 좋아요. 이보다 더 좋은 게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여기가 너무 좋고, 그냥 내 생활이에요.”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2020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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