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눈높이 감독과 국가대표 코치에 이어 모교인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돌아온 라경민. 선수 시절 최고의 선수였기에 그녀의 행보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대학팀들이 정체기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기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라경민 교수를 만났다.

후배들을 양성하러 모교에 돌아온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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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경민 교수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배드민턴 선수 출신 부부 교수의 탄생

선수 시절 혼합복식에서 국제대회 70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김동문, 라경민. 은퇴 후에는 결혼해 부부의 연을 맺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김동문에 이어 라경민이 대학교수로 부임하면서 배드민턴 선수 출신 첫 부부 교수의 탄생을 알려 또 한 번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김동문 교수는 일찌감치 모교인 원광대학교에 부임했고, 라경민 교수는 지난 9월 1일 자로 모교인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동안 선수들을 지도하던 김연자 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라경민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선수 시절에는 혼합복식으로 환상의 파트너를 이루더니, 여세를 몰아 찰떡궁합으로 결혼에 골인 영원한 동반자가 된 김동문과 라경민이 이제는 나란히 최고의 지성인 상아탑에서 후학 양성의 길로 접어들었다.

Q. 모교의 교수가 된 소감은?
“대학교 처음 왔을 때처럼 설레기도 하고, 안 해봤던 분야라서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1995학번이니까 졸업한 지는 20년 넘었다.”

Q. 남편 김동문 교수의 조언은?
“지도자하고 교수는 다른 분야라고 얘기하더라. 새로운 분야니까 적응 잘해서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Q. 모교인데 부담은 없나?
“부담 많았다. 학교에 올 수 있었던 거는 운도 좋았고, 지도자 생활을 계속하면서 학교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던 게 여기에 오게 된 거 같다.”

Q. 어떤 강의를 하나?
“이론 교수는 아니고 전문실기 교수라 오후에 배드민턴 훈련하는 게 강의 수업으로 들어간다. 전문엘리트 선수들만 지도하고 있다.”

Q. 공부는 언제 한 건가? 
“석사는 2002년에 졸업했다. 박사는 2014년에 입학해서 다 수료하고 논문만 남았다. 대교눈높이 감독으로 들어오면서 그때 입학을 같이했다.”

Q. 부부가 운동 외에도 공부도 잘하셨나?
“김동문 교수는 어려서 꿈이 대학교수여서 꾸준히 그 코스를 밟은 거고, 나는 그거는 아니었다. 현장에 계속 있다가 학교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잡고 있었다. 김동문 교수처럼 어릴 때 생각은 아니었는데 옆에 있으니까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Q. 정년 퇴임까지 주말부부로 살아야 하는 건가?
“캐나다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주말부부였다. 앞으로도 평생 같이 살기는 어려울 거 같다.”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대학 생활이 사회생활의 밑거름이 되길

라경민 교수는 대학을 마치고 나름 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실업팀 선수로도 뛰었고, 은퇴 후에는 남편인 김동문 교수의 뒷바라지를 위해 캐나다에 머물기도 했다. 돌아와서는 대교눈높이팀 감독으로, 이어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고 대학교수로 부임했다. 한마디로 사회 경험이 풍부한 교수라는 얘기다. 대학 졸업하면 대부분 사회로 나가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라경민 교수 역시 운동 지도가 첫 번째지만 대학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했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힘든 현실이기에 벌써 라경민 교수의 고민이 한가득 이다.

Q. 최근 대학들이 침체기인 이유?
“전체적으로 잘하는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실업팀으로 빠져나가 버리니까 대학교에 대한 위상이 예전보다 다운돼 있는 거 같다.”

Q. 선수 스카우트 기준이 있나?
“대학교 수시전형이 나와 있다. 다른 대학교는 면접 보고, 실기 보는 곳도 있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만 들어오게 돼 있다. 스카우트에는 전혀 관여를 못 한다. 그걸 건드릴 수 없게 만들어져 있더라. 욕심나는 선수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

Q. 대학 졸업하면 실업팀 입단이 바늘구멍인데
“졸업하면 당장 실업팀을 가든, 다른 일을 하든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하는 게 대학이 할 일인데 아직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선수들이 자격증이나 진로를 선택하기 전에 많이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학교 프로그램 잘 활용해서 많이 경험할 수 있게, 그건 걸 많이 찾아볼 생각이다.”

Q. 후배들에게 제일 알려주고 싶은 게 뭔가?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예전에 우리 때처럼 운동만 하는 시기는 지났다. 4년 동안 할 수 있는 걸 잘 찾아서 활용해야 졸업할 때 뭔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제일 중요한 시기인 거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시기인 거 같아서 운동이 아니더라도 이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Q. 선수들 본 소감은?
“운동 열심히 한다. 다행히 흐트러지고 그런 거 없이 운동 시간에는 집중하고 배우려고 해서 고맙고 좋더라. 운동하러 온 선수들이지만 그 외적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잘 지내면 좋겠다.”

Q. 성인인데 대학과 실업의 차이는?
“실업팀은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선수들이 의무감이나 부담이 더 많고 그렇다. 기대치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대학팀은 조금 더 자유스러운 거 같다. 선수들은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분야도 찾을 수 있고, 그런 시간 활용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은 부분에서는 다르다.”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지도자의 노력이 50% 좌우

라경민 교수는 운동선수는 나름대로 타고나는 것과 노력이 합쳐져 최고의 선수를 만든다고 믿는다. 대학교까지 운동선수를 했다면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게 있다는 얘기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 또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 어떤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서 성인이 된 후에도 충분히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이건 라경민 교수 자신에게 거는 최면인지 모른다. 대학생이 됐으니 적당히 운동하고 사회생활을 준비하려는 후배들을 독려하기 위해. 현재 한국체육대학교는 국가대표 선수가 하나도 없는 상태다. 오로지 운동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육대학교에 국가대표 선수가 하나도 없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운동선수 대부분의 1차 적인 꿈이 국가대표라는 점에서 라경민 감독은 후배들과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에 나섰다.

Q. 국가대표 코치 중간에 그만둬 아쉽겠다
“없다 그러면 거짓말이고, 과정에서 안 된 부분은 인정해야 하는 거고. 목표 한거 만큼 못했으니 아쉬운 마음도 있고, 선수들한테 조금 미안하고 그런 마음은 있다. 지금 잘하고 있어서 애들한테 고맙고 잘 됐으면 좋겠다. 늘 응원하고 지켜보고 있다.”

Q. 국가대표 감독은? 
“나중에,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다.”

Q. 아이도 선수인데 보기에 어떤가?
“다행히 영 젬병은 아닌 거 같다. 신체적인 조건이 따라주는 거 같고, 또 다행인 게 센스가 있고 그렇다. 본인도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잘 이겨내리라 본다.”

Q. 배드민턴은 타고나야 하나?
“반반인 거 같다. 타고나도 노력 안 하면 안 될 테고, 타고나지 않았어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것이고. 일단 노력이 기본이고 타고나기까지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Q. 지도자의 역량이 어느 정도 좌우한다고 보나?
“지도자의 역량이 50% 정도는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운동뿐만 아니라 운동 후에라든지, 운동을 중도에 그만뒀을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서 지도자가 같이 대화도 하고, 또 지도자를 보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니 지도자의 역량이 작지는 않은 거 같다.”

Q. 대학에서 기량도 달라진다고 보나?
“초, 중, 고 매번 다를 거다. 입학하면 4년 동안 하는 건데 4년 동안은 중·고등학교 때랑은 또 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운동 프로그램도 그렇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애들이 플레이나 이런 게 달라지니까 그런 걸 경험하면서 조금 더 성장하는 선수들도 있다. 대학교 와서도 충분히 국가대표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스승

라경민 교수는 제자들 모두 국가대표가 되고 실업팀에 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스승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딱히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해온 운동을 통해 체육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그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도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생의 항해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운동과 지식만을 채워주는 교수가 아니라 그 운동과 지식을 이용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스승. 그게 바로 새롭게 인생을 출발한 라경민이 꿈꾸는 교수이자 스승의 모습이다. 

Q. 훈련은 어떻게 하나?
“코로나 때문에 시합을 못 하니. 선수들이 지쳐있는 거 같다. 그렇다고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래서 코트에서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은 그다음인 거 같다.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는데, 외출 외박도 안 되고 그래서 선수들이 너무 다운돼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만큼은 즐겁게 할 수 있게 오픈해서 자유롭게 하고 있다.”
 
Q. 교수님 색깔이 나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3년 정도는 있어야 할 거 같다. 쉽지 않더라.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1, 2년 확 열정을 쏟아부어도 2년 안에 크는 선수는 진짜 잘하는 선수고, 3년 정도는 붙어 있어야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위기는 내년쯤이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다.”

Q.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시간(대학 생활)을 잘 지냈으면 좋겠다. 운동 끝내고 나서 은퇴 후의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살아야 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쉽지가 않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운동할 때는 모르는데 나중에 현실로 닥치면 마음이 좀 그렇더라. 지금 힘들어도 어쨌든 지나가는 과정이니 잘 활용해서 나중에 운동 그만두고 은퇴 후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Q. 어떤 교수,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선수들이 생각했을 때 저 선생한테 배웠을 때는 진짜 배드민턴을 잘할 수 있게 배웠구나, 선생님 계셨을 때 저런 영향으로 내 인생의 방향이 이만큼 변했다는 걸 요만큼만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Q. 감독으로서 목표가 뭔가?
“일단은 여기 선수들이 다 잘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원도 많고 그래서. 그래도 되도록 다 잘 되면 좋겠다. 일단은 본인들이 원하는 실업팀에 갈 수 있게 해주고, 그게 안 되면 체육계에 봉사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선수들이 여기는 거쳐 가는 과정이지만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잘 만들어 주고 싶다.”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사진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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