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진이 돌아왔다. 한때 남자단식 세계랭킹 18위까지 올랐던 전혁진이 부상을 딛고 2년 만에 돌아와 봄철종별리그전에서 6전 전승을 기록하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아직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지만 그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남자단식의 장래가 밝아졌다. 앞으로 대한민국 남자단식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전혁진을 만났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단식의 구원자로 돌아온 전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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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혁진(요넥스),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전혁진(요넥스), 배드민턴 뉴스 DB

99% 승리를 보장하는 승리머신의 귀환

전혁진은 대학 단식 최강자로 군림하며 스카우트 대상 1호였다. 요넥스에 입단하며 화려한 실업 생활을 시작하려는 순간 닥친 부상이었기에 뼈아픈 순간이었다. 그의 부상은 단순히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전혁진은 손완호(인천국제공항)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그의 부상 기간 손완호마저 다치면서 대한민국 남자단식의 현재와 미래가 암울해졌다. 그만큼 남자단식에서 인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전혁진의 귀환은 대한민국 배드민턴 남자단식에 보내는 구원의 손길이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 중 손완호 외에는 세계랭킹 20위 안에 올라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혁진과 최솔규를 동시에 영입하며 이용대와 함께 3각 편대를 이뤄 우승을 노리려던 요넥스팀에도 구원의 손길이나 마찬가지다. 복식보다 단식이 약했던 요넥스는 전혁진이 복귀하면서 상대가 넘지 못할 큰 산 하나를 갖게 됐다. 99% 승리를 보장하는 카드를 마음껏 꺼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전현진에게는 대한민국 배드민턴 남자단식에서 승리를 담보하는 카드로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Q. 2년 만에 돌아와서 봄철종별리그전 뛴 소감이 어떤가?
“공백 기간이 길어서 경기 전에 어느 정도 실력인지, 얼마큼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 19 때문에 체육관 이용을 못 하니까 훈련을 많이 못 해서 더더욱 불안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다 이겨서 너무 기쁘다.” 

Q. 입단하고 2년 만에 처음 뛴 건가?
“2018년에는 조별 리그전까지만 뛰었고, 이번에는 결승까지 다 뛰었다. 대회 전체를 뛴 건 입단하고 처음이다. 2018년에 성적이 없어서 아쉬웠고, 이번에는 2등을 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는 6전 전승에 실점이 별로 없던데
“컨디션이 안 좋았다. 목요일 첫 시합인데 몸이 안 좋아서 화요일 밤에 서울 올라와 치료받고 다시 내려가서 경기했다. 점수 차이는 있었지만, 경기 흐름으로는 크게 앞섰다고 생각 안 한다. 경기할 때 인상을 많이 쓰는데 경기가 잘 안 풀려서 그랬던 거 같다.”

Q. 팀 분위기는 어떤가?
“좋다. 코치님이 많이 배려해주고, 올해부터 정정영 선배랑 이용대 선배가 플레잉코치로 많이 도와주고 그래서 팀 분위기 좋다. 첫 대회에서 2등 했으니 꼭 우승 한번 하고 싶다.”

Q. 요넥스를 택한 이유는 뭔가?
“당시에 하태권 감독님도 계셨고 이용대 선수도 있고, 솔규도 같이 입단하게 됐고 그래서 요넥스에 오게 됐다. 솔규, 광희 나 이렇게 셋이서 대표팀에서도 같이 훈련한 친구고 그래서 같이 있어서 적응하기도 편할 거 같았다. 또 팀에 단식이 없으니까 제가 필요할 거 같은 팀이란 생각이 있었고 팀에서도 잘 해줬다.”

Q. 부상 전보다 실력은 어느 정도 올라왔나?
“아직 많이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정확할 거 같아서 많이 물어봤는데 아직 많이 못 미친다고들 하더라.”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Q. 어디를 다쳤던 건가?
“허벅지 앞쪽의 신경 부위랑, 무릎 뒤 오금 쪽이 아팠다. 병원에서는 뼈나 인대 위주로 보기 때문에 아무 이상이 없는 거로 나왔다. 전력 질주해도 괜찮은데 스쿼트 하는 부분에서 어느 지점만 내려가면 아프고 지나면 괜찮다가 다시 올라올 때 아프고 그랬다. 병원이 찾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이해되더라. 그래서 개인 병원을 많이 찾아다녔다. 병원에서는 MRI 상 이상이 없었고, 재활센터에서는 병원의 진단이 있어야 치료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계속 치료할 곳을 찾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재활 전문가인 박미라 선생님을 만나서 치료를 했는데 외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많다고 하더라.”

Q. 중국에서 치료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중국에 가려고 비행기 표 사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박미라 선생님을 만났다. 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계속 재활을 했는데도 안 됐으니까 똑같은 방식으로 될까 그런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김사랑 선배가 치료받았던 곳을 추천받아서 중국에 가보려고 했었다. 다른 치료 방법이니까. 그런데 마지막에 한 번 더 해보자고 재활을 했는데 이게 잘 맞았다.”

Q. 치료해준 선생은 누구인가?
“2016 리우올림픽 앞두고 대표팀이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하러 갔는데 나는 군사훈련 때문에 못 갔다. 박미라 선생님이 뉴질랜드에서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그때 대표 선수들 몸 관리를 해주셨다. 박미라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 손완호 선배 재활도 해주신 분이다.” 

Q. 치료가 잘 안 돼 배드민턴을 떠날 생각도 했었나?
“어릴 때는 운동하기 싫다고 하는 친구도 많았다. 맞기도 하고, 성적도 안 나오고 그러니 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그런 거 없이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2018년 3월부터 그렇게 치료를 하다 2019년 1월에 부모님께 아무런 진전이 없으니 이건 아닌 거 같다고 말씀드렸다. 열심히 했는데 도저히 호전이 없으니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때 다행히 박미라 선생님을 만났다.”

Q. 배드민턴 그만두면 뭘 할 생각이었나?
“그게 제일 고민이었다. 워낙 배드민턴 좋아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배드민턴이라서 딱히 다른 뭔가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거랑 내가 잘하는 거에서 뭘 할지 고민을 하는데 나는 그게 다 배드민턴이라 다른 거 생각을 못 해봤다.”

Q. 치료하면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했나?
“박미라 선생님을 만나서 한번, 두 번 치료를 하는데 어? 이건 왠지 될 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치료하는 도중에도 불안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지금도 매일 일지를 써서 보내주고, 경기 때나 아닐 때 플레이에 관해서도 설명 해 드리고 관리를 받고 있다. 재활뿐만 아니라 심리 안정까지도 해주는 선생님이다. 자신감도 불어 넣어주고 그러신다.”

Q. 몸 상태는 100%인가?
“70% 정도 올라왔다. 체력적인 부분이나 기술적인 부분이나 좀 더 올라와야 국내에서나 국제무대에서도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그만두려던 순간까지도 배드민턴 외에는 다른 걸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전혁진. 그렇게 부상으로 코트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배드민턴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졌다. 특히 국가대표에 복귀해 세계랭킹 톱10에 들어가고 싶은 목표까지 구체화했다. 막내로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세계혼합단체전 금메달을 걸었던 경험은 전혁진에게 큰 자산이다. 그는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아시안게임과 4년 후에 있을 올림픽까지 이제는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전혁진은 그동안 선배들에게 받았던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할 시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국가대표 복귀를 더욱 기다리고 있다.

Q. 주무기가 뭔가?
“나는 딱히 주무기가 없다. 그래서 광희나 솔규 보면 파워가 있어서 부러웠다. 나는 대표 시절이나 그전에도 파워가 부족했다. 그래서 외국인 코치님들이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자신감을 넣어주고 그랬다. 고맙게 생각한다.”

Q. 롤 모델로 생각한 선수가 있나?
“이현일 선배랑 같이 대표 생활을 못 했는데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 참가할 때 보면 진짜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시더라. 훈련도 열심히 하고 개인 몸 관리도 잘하시더라. 나도 이현일 선배처럼 몸 관리 잘해서 오래오래 선수 생활하고 싶다.”

Q. 라이벌로 생각한 선수가 있나?
“딱히 라이벌로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주위에서 (허)광희랑 비교해서 얘기를 많이 한다. 광희랑은 친구라 운동할 때 얘기도 많이 하고, 국제대회 나갈 때 서로 의지하고 그런다. 광희랑 친구이자 경쟁자로서 의지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Q. 단식 선수를 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몸도 왜소하고 파워도 없고 그래서 거의 주전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주니어대표하면서 단식이 맞다고 해서 단식을 하게 됐다. 선배들한테서도 너는 단식을 해라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때부터 복식은 생각 안 했다. 그러면서 단식의 재미를 많이 느꼈고 복식은 재미가 없어지더라. 단식은 밖에서 보기에는 느려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빠르고, 또 상대와 어떻게 수 싸움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Q. 남자단식 최고였던 이현일, 리총웨이, 린단이 은퇴했는데 꼭 붙어보고 싶은 선수를 꼽는다면?
“이현일 선배랑 리총웨이는 한번 해봤다. 린단이랑 한번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못해봐서 아쉽다.”

Q. 현재 랭킹 1위인 켄토 모모타랑의 경기는 어떻게 보나?
“대표팀 시절에 외국인 코치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대표팀 코치님들이 옛날에는 린단이었지만 지금은 모모타라며 이기려면 많이 준비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모모타랑은 주니어시절에 국가대항전에서도 게임을 해보고 그랬는데 그때도 나랑은 클래스가 한 단계 다르다는 걸 느꼈다. 지금은 더 잘하는 거 같다.”

Q. 2018년에 세계랭킹 18위였는데 더 올라갈 자신 있나?
“더 올라가고 싶다. 2017년에 16위 안으로 올라가 보려고 마음먹고 했었는데 쉽지 않더라. 쉬는 동안 국가대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다시 돌아가서 꼭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고 싶다.”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Q. 지금까지 본인의 최고의 경기를 꼽는다면?
“그런 경기는 없는 거 같다. 이겨도 만족할 수 없으니. 만족했더라면 이 자리까지 못 올라왔을 것이다.”

Q. 제일 아쉬웠던 경기는 언제였나?
“첸롱(중국)이랑 하면 10점 넘기기 힘들다. 다음에 한다면 조금 더 잘하고 싶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첸롱한테는 맥을 못 춘다.”

Q.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 중 어느 게 더 좋은가?
“2014 아시안게임 단체전과 2017 세계혼합단체전에서 우승했다. 개인적으로는 오사카챌린지와 마카오챌린지, 코리아마스터즈에서 우승을 했는데 단체전 우승이 좋다. 내가 직접 뛰지 않아도 긴장도 되고 스릴 있고, 동료들이나 선배들이랑 같이 응원하는 재미도 있고 해서 훨씬 더 기대되고 그렇다.”

Q. 현재 대한민국 남자단식이 주춤한 상황인데
“운동을 못 할 때도 대표팀 선수들 운동하는 거 꾸준히 봤다. 나이도 어려졌고 흐름을 잘 잡으면 잘할 거 같은 선수들이다. 나도 얼른 대표팀에 들어가서 같이 훈련을 하고 싶다. 손완호 선배랑 이동근 선배를 뛰어넘고 싶었는데 아직 그걸 못해서 아쉽다. 특히 이동근 선배가 국가대표 은퇴해서 많이 아쉽다. 이제 국가대표에 간다면 선배로서 후배들을 끌어줘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도 있지만 내가 받았던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고, 가진 노하우도 알려주고 싶다.”

Q.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이현일 선배처럼 40살까지 하고 싶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상으로 못 하다가, 1년 전만 해도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선수로 뛰고 있다. 몸 관리 잘해서 오래오래 선수 생활하고 싶다.”

Q. 운동 외에는 뭘 하나?
“친구들 만나 얘기하며 스트레스 푼다. 온라인 게임을 좀 잘하고 싶다. 너무 못하니 재미가 없는데 친구들이 많이 하니까 나도 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혼자 있을 때도 스트레스도 풀고 할 텐데 아쉽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그걸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게 없어서 걱정이다. 지도자를 하고 싶다. 선수들이랑 많이 대화해서 저처럼 자신감이 없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넣어주고 싶다. 특히 단식은 혼자 하는 거라서 어느 순간 뛰어넘어야 할 때가, 순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도움을 주고 싶고 같이 힘을 모아서 이끌어가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프로필 및 입상 경력> 

문수고등학교
동의대학교
요넥스

2020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 단체전 2위
2017 코리아마스터즈 남자단식 우승
2017 제15회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금메달 
2015 마카오오픈 배드민턴 그랑프리골드 남자단식 금메달 
2015 오사카챌린지 국제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우승 
2014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단체전 금메달 
2012 제93회 전국체육대회 배드민턴 남고부 단체전 우승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전혁진, 배드민턴 뉴스 DB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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