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지막 금메달 혼복②] 희망이자 미래인 서승재-채유정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 혼복③] 더딘 최솔규-신승찬과 불안한 미래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 혼복①] 천하무적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혼합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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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혼합복식 최솔규-신승찬,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혼합복식 최솔규-신승찬, 배드민턴 뉴스 DB

혼합복식은 배드민턴에서 새끼손가락 같은 존재다. 단식은 물론 남녀 복식과 비교해도 맨 나중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관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또 혼합복식만 전문으로 하는 선수보다는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에서 특출난 선수들을 엮어 팀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독립된 종목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혼합복식이 가장 탄탄했던 시절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남자복식과 여자복식 역시 최강의 전력이었지만, 혼합복식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현재까지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마지막 금메달 역시 혼합복식이다.

혼합복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후반 박주봉-정명희 조를 빼놓을 수 없다. 박주봉-정명희 조는 1986년 전영오픈을 석권한 데 이어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또 1989년과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론 두 선수는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이 주 종목이었지만, 혼합복식에서도 훌륭한 조합을 선보였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부터다. 하지만 혼합복식은 1996년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은퇴했다 돌아온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의 파트너로 신예 라경민이 낙점된다. 

박주봉의 판단이 탁월했는지 둘은 결승까지 진출한다. 그런데 결승에서 상대할 팀이 신예 김동문과 노련한 길영아였다. 우리 선수들끼리 올림픽 혼합복식 첫 결승전을 치르게 된 셈이다. 결국 김동문-길영아 조가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이는 김동문-라경민 조의 탄생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올림픽이 김동문-라경민 조의 탄생을 위한 서막에 불과한데 이 최강의 조합은 아이러니하게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합복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다.

사진 박주봉-라경민-김동문(왼쪽부터),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박주봉-라경민-김동문(왼쪽부터), 배드민턴 뉴스 DB

김동문-라경민 조는 먼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99년, 2001년, 2003년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 당시에 지금처럼 세계선수권대회가 매년 열렸다면 더 많은 우승을 차지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전영오픈(1998년, 2000년, 2002년, 2004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배드민턴대회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대회에서 무려 7년 동안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하지만 김동문-라경민 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 따로 있다. 바로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거둔 14개 대회 연속 우승과 국제대회 70연승이라는 대기록이다. 당시 ‘이 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둘 중 한 명이 다치는 것 외에는 없다’는 평까지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적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올림픽 금메달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결국 이런 기대가 부담이 돼 2000 시드니 올림픽과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혼합복식은 노메달을 기록했는데 본인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이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김동문-라경민은 은퇴 후 결혼에 골인하며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얼마나 몰래 연애를 했는지 두 사람이 남긴 대기록만큼이나 충격이었다고 한다.

김동문-라경민 조의 은퇴 후 대한민국 혼합복식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선배들이 너무 뛰어난 기록을 남겼기에 웬만한 성적은 이미 눈높이에 맞지 않았는지 모른다. 김동문-라경민 조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마저 없었으니 공백은 오래갔다.

그러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용대(요넥스)-이효정 조가 금메달을 따내면서 대한민국은 배드민턴 열풍에 휩싸인다. 이른바 윙크보이 이용대의 윙크 한방에 대한민국에 배드민턴 광풍이 분 것이다. 이후 열린 코리아오픈에는 암표가 성행할 정도였다.

이용대-이효정 조는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 당시 세계랭킹 10위로 금메달 기대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이용대는 故 정재성과의 남자복식에서, 이효정은 이경원과의 여자복식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한마디로 혼합복식은 출전에 의미를 두고 잘해서 동메달이라도 하나 따내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출전한 거였다.

그런 이용대-이효정 조가 금메달을 따냈으니 배드민턴계는 그야말로 경사였다. 그러면서 당시 배드민턴 관계자들 입에서 “역시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해 준다니까”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믿었던 종목에서는 미끄러지고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니 대대로 내려오는 올림픽 전설이 또 한 번 들어맞은 셈이다.

어쨌든 올림픽 금메달 이후 이용대-이효정 조는 금메달 후광 덕인지 승승장구해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며 대한민국 혼합복식의 계보를 잇는다.

이후 고성현(김천시청)-김하나(삼성생명) 조가 세계랭킹 상위권을 유지하며 2016년 후반에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서지만, 인상 깊은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리고 한동안 혼합복식의 대를 이을 조합이 나타나지 않다 서승재-채유정(삼성생명) 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연 대한민국 혼합복식의 계보에 서승재-채유정의 이름이 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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