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단식은 지금까지 그래도 이현일과 손완호가 있어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꾸준히 톱 10안에 들었던 손완호 이후가 문제다. 허광희가 올라오고는 있지만, 너무 더디다. 이동근(당진시청)이 그랬다. 이동근은 2016 리우 올림픽에 극적으로 출전하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다. 그해 9월에는 랭킹 16위까지 올랐지만 더 치고 오르지 못하고 20위 권을 맴돌다 지쳐갔다.
사실 손완호 다음으로 세계랭킹이 높은 건 이동근이었는데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스스로 국가대표를 떠난 셈이다. 김동훈(밀양시청 랭킹 104위)과 하영웅(삼성생명 랭킹 306위)이 한때 반짝하나 싶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유망주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고등학교 때 유망주라고 기대를 했다가 복식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허광희와 동갑내기인 전혁진의 복귀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2013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해 2018년 요넥스 입단 당시에 세계랭킹 18위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부상으로 2년여 동안 공백기를 갖는 바람에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이벤트 경기에서 손완호를 2-0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뭄의 단비처럼 등장했다. 안재창 국가대표 감독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해 전혁진의 플레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부활을 기대해볼만 하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손완호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면 허광희와 전혁진이 앞에서 이끌며 2001년생인 최지훈(원광대 랭킹 378위) 등 신진세력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단식의 안세영처럼 일찌감치 대형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차근차근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지만, 될 성 싶은 선수는 복식으로 가버리는 현실을 바꾸는 것도 선배들의 몫이다. 물론 그 길이 멀게 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의 켄토 모모타같은 선수가 나타난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언제쯤 단식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