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에는 생활체육 클럽이 42개, 전문체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남녀부 각각 1팀씩 있다. 일찌감치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 왔다. 원만한 통합으로 배드민턴 도시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원주시배드민턴협회를 찾았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모범을 보이는 원주시배드민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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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주시배드민턴협회 임원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선순환 구조가 만든 배드민턴 도시

원주시에서 배드민턴을 즐기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새마을중앙회에서 한창 배드민턴을 보급하던 그 시기에 시작됐다. 비교적 일찍 전문체육 팀이 창단하면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균형을 이루고 발전해 강원도 배드민턴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에 전문체육인들의 도움으로 생활체육이 활성화됐고, 생활체육 저변 확대는 전문체육을 후원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지도자들의 노력이 전문체육 활성화에 기여했다. 지도자가 집에서 아이들의 숙식을 제공하며 가르칠 때도 있었다. 전문체육이 잘 되니 생활체육도 발맞춰 활성화됐다. 그러니 생활체육에서도 선수들 격려금이나 후원금을 전달하며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서성수 원주시배드민턴협회장은 옛 지도자들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후진 양성에 힘쓴 결과가 오늘의 원주시 배드민턴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원주시배드민턴협회 산하에는 생활체육이 42개 클럽에 3000여 명이 등록돼 있고, 등록하지 않은 클럽도 10개나 된다. 전문체육은 초등 2개, 중등 2개, 고등 2개 학교씩 총 6개 학교가 있다. 남자는 전통의 강호 진광중학교와 진광고등학교가 있으며, 여자는 남원주초등학교와 남원주중학교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원주시는 비교적 다른 시군에 비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잘 갖춰져 있다. 배드민턴 메카의 도시로 만들려고 하는데 대학부와 실업팀이 없어 아쉽다. 인재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외지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라 어떻게든 원주에서 소화해 보고자 상지대학교랑 원주시청 팀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서성수 원주시배드민턴협회장은 일찌감치 강원도 배드민턴을 이끌었던 게 원주시였다며 전국 어느 시군과 겨뤄도 자신 있지만, 대학팀과 실업팀이 없는 게 흠이라고 아쉬워했다.

전국 최고의 대회로 자리 잡은 치악배
 
원주하면 치악산이 떠오르고 배드민턴 동호인이라면 연달아 떠오르는 게 치악배배드민턴대회다. 지난해 14회를 맞이했는데 무려 1500팀 가까이 출전했다. 출전비 없는 대회를 빼고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대회다. 그만큼 치악배배드민턴대회가 동호인들로부터 각인됐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원주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들이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 여건도 좋겠지만 가장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준비하고, 먹거리도 풍성하게 제공하니까 출전한 동호인들이 많이 좋아한다. 올해 꼭 다시 오겠다며 인사하고 간 동호인이 많았다. 올해 7월 4, 5일로 예정돼 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찐 감자와 강원도 옥수수, 수박 등을 제공해서 운동 외에도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세세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났다.”

서성수 협회장은 이런 먹거리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30여 명의 홍보대사를 임명해 활용하는 것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 마지막 해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는데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협회도 난감한 상황이다. 올해 초에 옥수수랑 감자를 계약해서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한 원주시협회 임원들도 아쉽겠지만, 최고의 대회에 올 수 없는 동호인들의 아쉬움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협회는 어떻게든 대회를 치르기 위해 여러모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런 최고의 대회를 치르면서도 원주시에는 현재 배드민턴전용체육관이 없다. 원주종합체육관과 치악체육관을 이용하기 때문에 농구 시즌이 아닌 한여름에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올해 말에는 12개 코트의 체육관이 건립되는데 이게 완공되면 좀 더 편안하게 동호인들이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서성수 원주시배드민턴협회장

서성수 원주시배드민턴협회장

서성수 원주시배드민턴협회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원주시배드민턴연합회장을 역임했다. 통합을 앞두고 다시 한번 나서 달라는 동호인들의 요청이 있어 생활체육 쪽 회장에 출마해 대표로 선출됐고, 전문체육 쪽에서 부회장도 맡고 있어 자연스럽게 통합 초대 협회장으로 추대됐다.

서성수 협회장은 1991년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으니 올해로 꼭 30년 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다.

“족구를 했는데 서울에서 배드민턴 하던 친구가 원주로 내려오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클럽 회장도 두 번이나 했고,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 24명에게 라켓이랑 신발 사주면서 가입시켰다. 거의 미쳤다고들 할 텐데 그만큼 좋은 운동이다.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건데 친구들이랑 같이 하면 더 좋지 않겠나.”

배드민턴 전도사인 서성수 협회장 덕에 4형제도 배드민턴을 한다. 공교롭게도 서 회장 아내만 빼고 나머지 3형제는 부부가 함께할 정도로 배드민턴 대가족이다.

“중독성 있는 운동이라 마약 같다. 처음 시작할 때는 술을 좋아하는데도 새벽반이라 다섯 시면 눈이 떠졌다. 신체접촉 없으면서 운동량이 많아 충분히 땀도 흘리고, 신사적이라 매력적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서로 예의를 갖추고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주변에 많이 권한다.”

남부럽지 않게 술을 좋아하는 서성수 협회장이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배드민턴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술 좋아하는 것 못지않게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얘기다.

코로나 19 때문에 다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곧 좋은 시절이 오지 않겠냐며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서 회장.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고라도 대학팀과 실업팀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 임기 내 못 이룬 꿈이 아쉽다. 대회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니 제대로 된 체육관도 하나 건립되면 좋겠다.”

사진 한희성 원주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

한희성 전무이사

한희성 전무이사는 서성수 협회장 때문에 20년 전 20대 후반에 배드민턴의 길로 빠져들었다. 축구를 했는데 무릎에 자꾸 물이 차는 걸 보고 배드민턴 해보라고 권했던 것. 한희성 전무는 클럽에서는 회장도 하고 임원도 했지만, 협회 임원은 처음이라 배우는 자세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도 1년에 열흘 정도 빠지고 체육관에 나가니 가족들보다 더 자주 보는 게 클럽 회원들이다. 운동을 못하더라도 나가서 회원들이랑 커피 한 잔 하고 들어온다. 좁은 공간에서 땀 흘리는 게 너무 좋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 할수록 어려운 운동이 배드민턴이다.”

새벽반에서 20년째 거의 매일 꾸준히, 심지어 부상으로 운동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클럽 출근을 빼먹지 않은 성실함을 갖췄으니 서성수 협회장이 전무이사를 맡길 만도 하다.

한희성 전무이사는 통합은 했지만 전문체육 쪽은 동호인처럼 챙기지 못 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라 교육청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협회에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협회에서 1년에 한 번씩 선수들 지원을 위해 체육관에서 1일 찻집을 해 송년회 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작년 치악배대회 때 가장 뿌듯했다는 한희성 전무이사. 많은 사람이 와준 것도 고마운데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인사하고 떠날 때 대회를 준비한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서로 조금씩 마음에 안 드는 게 있고, 원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협회에서 추진하면 적극적으로 같이 해주면 좋겠다. 협회는 좀 더 많은 동호인에게 재미있는 대회나 행사를 마련하려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원주시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사진 우현호 원주시배드민턴협회 대회위원장

우현호 대회위원장

우현호 대회위원장은 남원주중학교 코치다. 대회 전반적인 일정이나 방법, 규정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남원주중학교는 작년 3개 대회를 휩쓸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기쁘다는 우현호 대회위원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에서 원주로 이사와 배드민턴을 하게 됐다. 진광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진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처음 지도자 생활을 한 곳도 진광중학교였다. 그러다 남원주초등학교에서 5년 정도 지도하다 3년 전부터 남원주중학교를 맡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선수들이 3개월 정도 운동을 못 했는데 개인적으로 열심히 훈련했더라.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한 거 같았다. 작년에 성적이 좋았던 만큼 여세를 몰아갔어야 하는데 아쉽다. 올해는 작년보다 낫지 않더라도 그보다 못하지 않는 게 목표다.”

작년에 워낙 잘했다면서도 올해도 그만한 목표를 세운 걸 보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우현호 대회위원장은 충분히 자질이 있는 선수들이라며 부상만 없이 해주길 바랐다.

우현호 대회원장은 코로나 19 때문에 다들 답답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겨내자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빨리 코로나 19가 끝나서 자기가 닦은 기량을 발휘하면 좋겠다. 생활체육도 체육관 개방이 안 돼 사설 체육관 찾아다니고 그러니 아쉽다. 빨리 좋아져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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