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남복②] 희망의 신호탄 쏘아 올린 서승재-최솔규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남복③] 여전히 기대 반, 우려 반인 이용대-김기정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남복④] 흐름에 변화하며 제2 전성기 맞은 고성현-신백철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남복⓵]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구겨진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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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자복식 경기 모습, 배드민턴 뉴스 DB

남자복식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이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구심체 역할을 하며 배드민턴 중흥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성적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게 남자복식이다.

하지만 초반에 대한민국 남자 배드민턴은 국제대회 출전도 못 할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1982년 3월 덴마크오픈에서 처음 출전한 이은구-박주봉 조가 우승을 차지하며 남자 배드민턴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이때가 박주봉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니 그가 써 내려갈 역사가 무궁무진했던 셈이다.

실력이 변변치 않아 국제대회에 출전도 시켜주지 않던 대한배드민턴협회도 이때부터 남자 선수들도 국제대회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박주봉은 1983년부터 김문수와 짝을 이뤄 10여 년 동안 세계 남자복식을 주름잡았다. 김문수-박주봉 조는 1985년 대한민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1987년에도 세계선수권을 거머쥐었다. 1986년에는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고,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김문수가 은퇴하는 바람에 한동안 남자복식은 공백기를 갖게 되고 1998년 이동수-유용성 조가 최고 권위의 배드민턴대회인 전영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자복식의 부활을 알렸다. 1999년에는 김동문-하태권 조가 세계선수권을 석권하며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알렸다.

결국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와서야 이동수-유용성 조가 은메달, 김동문-하태권 조가 동메달을 따냈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김동문-하태권 조가 금메달을, 이동수-유용성 조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편하게 결승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후 등장한 게 정재성-이용대 조는 2008 전영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대신 황지만-이재진 조가 동메달을 따내며 체면치레했다.

줄곧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달리던 정재성-이용대 조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아쉬움을 달랬다. 정재성 은퇴 후 이용대-고성현 조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더니, 이용대-유연성 조로 바뀌어서도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사수한다.

사진 남자복식 고성현-신백철, 배드민턴 뉴스 DB

이후 남자복식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용대-유연성 조, 김기정-김사랑 조, 고성현-신백철 조까지 톱 10에 진입하며 세계배드민턴의 남자복식을 주도했다. 하지만 유독 큰 대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14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고성현-신백철 조가 우승을 차지했을 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모두 금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이용대-유연성 조, 김기정-김사랑 조, 고성현-신백철 조 모두 은퇴하면서 대한민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에 공백이 생겨버렸다. 원래 배드민턴 복식은 선배가 끌어주며 노하우를 전수해 후배를 키우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는데 선배들이 일거에 그만두면서 이 시스템이 멈춰버린 셈이다.

결국 남자복식은 2017년부터 후배들이 자력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는데 이때부터 대한민국 배드민턴이 암흑기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남자복식이 무너진 여파는 곧 드러났는데 2018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연속으로 노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대한배드민턴협회 후원 업체인 빅터에서 계약 파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는데 남자복식 선수들의 은퇴도 한 요인이었다. 다행히 서승재(삼성생명)-최솔규(요넥스) 조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남자복식이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동시에 이용대-김기정 조와 고성현-신백철 조가 개인 자격으로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

고성현과 신백철이 국가대표 은퇴 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법정 소송까지 벌여 승소하면서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 출전의 길을 열었다. 그 덕에 국가대표 선수들과 은퇴한 선배들이 한 무대에 설 기회가 마련됐지만, 아직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으로 군림하던 남자복식의 위상을 되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아직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남자복식에 비해 그사이 여자복식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잡아야 함은 물론이고, 흐름을 주도할 정도까지 성장해야 대한민국의 배드민턴 자존심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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