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온(TRION)은 국내 배드민턴 브랜드의 선두주자이자 자존심이다. 몇몇 국내 배드민턴 브랜드가 흥망성쇠를 거치는 중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켓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트라이온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라켓 명가의 전통에 새로운 변화 시도하는 트라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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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라이온 직원들
사진 트라이온 직원들

트라이온 하면 역시 라켓

트라이온의 유영건 대표는 중학교 시절 짧게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한 게 인연이 되어 배드민턴 용품업체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시절부터 용품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된 것도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배드민턴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유영건 대표는 2005년 영국, 대만과 합작으로 트라이온(TRION) 브랜드를 공식 런칭하며 라켓 명가로의 출발을 알렸다. 2012년에 ㈜티에프스포츠코리아(대표 유영건)가 트라이온의 제조·생산 및 유통을 포함한 모든 상표 라이센스에 관련한 권리를 인수하면서 온전한 한국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트라이온은 누가 뭐래도 라켓 명가다. 사람의 체형과 스타일, 취향에 따라 110여 가지에 이르는 라켓을 개발해 출시했다.

“배드민턴의 메인은 라켓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하면 엔진이 곧 심장 아닌가. 배드민턴의 심장하면 단연 라켓이다. 라켓을 중심으로 의류, 가방, 셔틀콕 쪽으로 파생해 가야지, 의류를 먼저 하고 나중에 라켓으로 가는 건 쉽지 않다. 트라이온은 축적된 라켓 기술과 시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라켓을 중점적으로 해왔다.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보수적인 걸 고수하고 있다.”

유영건 대표의 라켓에 관한 강직한 고집이 오늘의 트라이온을 만들었다는 게 이경원 제품개발팀 실장의 설명이다. 트라이온이 배드민턴 종합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라켓이 중심을 잡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좋은 라켓이란 자기 손에 맞는 라켓이라는 말이 있다. 유명 브랜드 라켓이기 때문에 좋은 게 아니라 브랜드에 상관없이 자기 손에 맞으면 좋은 라켓이라는 얘기다. 트라이온은 각자의 스타일과 취향 그리고 체형에 따라 손에 맞는 라켓이 다르다는 걸 알고 그동안 다양한 라켓을 출시해 왔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손에 맞는 라켓을 선보였던 셈이다. 그만큼 많은 연구를 거듭했다는 얘기다. 이런 연구가 결국 한번 잡은 트라이온 라켓을 다시 찾게 만든 라켓 명가인 지금의 트라이온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지금 라켓 시장은 포화상태

사진 트라이온 이경원 실장
사진 트라이온 이경원 실장

현재 라켓 시장은 포화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0여 개에 이르는 각종 생활체육배드민턴대회에서 대부분 라켓을 부상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라켓을 메인으로 하는 트라이온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경원 실장은 언젠가는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라켓 시장이 포화상태인 건 맞다. 하지만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흔들릴 정도인 자동차 시장도 포화상태 아닌가? 그렇게 큰 시장도 그러는데 배드민턴이라는 작은 시장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배드민턴용품 수입회사가 70개가 넘어가는 거로 알고 있다. 시장의 접근성이 좋아진 건데 바꿔 얘기하면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가 많다는 얘기다. 이 과정을 잘 버티며 계속 노력하고,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방식을 가지고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면 3~4년 후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경원 실장은 어느 시장이든 과도기는 있기 마련이고, 과잉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진짜 살아남는 거 아니겠냐며 트라이온은 품질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직하고 올바른 회사들이 정상적인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면 그 브랜드는 오래 갈 거라는 믿음, 이건 곧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트라이온 라켓을 특정해 찾는 고객이 많은 건 사실이다. 트라이온 라켓을 한번 사용해본 동호인이라면 또 찾기 때문이다. 현재 트라이온 라켓 중에는 X-1과 X-0 시리즈가 메인 모델을 담당하고 있지만, 동호인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라켓을 찾고 있다. 같은 트라이온이라도 한번 손에 익은 라켓을 다시 찾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트라이온이 라켓 시장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트라이온의 심장 제품개발실

사진 트라이온 제품개발실
사진 트라이온 제품개발실

국내 배드민턴 브랜드 중 유일하게 트라이온에만 존재하는 곳이 바로 정부의 정식 인가 승인을 받은 제품개발실이다. 그 때문에 제품개발실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은 물론 제품의 원료까지 진열돼 있다.

“단순히 이곳이 제품개발실이다 하고 이름 붙이는 것하고 차원이 다르다.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 승인을 받으면 제품개발실 직원은 제품 개발 외의 다른 업무를 봐서는 안 되고 제품 개발에만 몰두해야 한다. 그 덕에 정부로부터 지원도 조금 받는 것도 있다. 제품개발실 직원은 제품의 개발, 디자인, 기능, 새로운 소재에 관한 연구 업무만 할 수 있다.”

2015년 정부의 인가를 받은 제품개발실은 그동안 라켓 하나 만드는데 6개월여 기간 동안 연구해 온 유영건 대표의 의지가 집약된 곳이다. 트라이온의 품질이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브랜드 가치는 결국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만족도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가 먼저 찾아주는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소재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 좋은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트라이온이 제품개발실을 두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더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다.

“연구를 꼼꼼하고, 깐깐하게 하는 면이 있다. 고객의 만족이 있어야 그 브랜드를 다시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여러 가지 힘든 과정이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트라이온 만큼은 품질로 다시 찾게 하고 싶다. 사실 우리는 마케팅이 부족한데 품질로 그런 부분을 메우고 싶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품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말 하나에도 자부심이 있다. 직원들이 힘들고, 물건을 대주는 분들도 힘들 것이다. 까다로움의 기준치를 잘 맞춰서 고객이 재차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트라이온

사진 트라이온 이경원 실장
사진 트라이온 이경원 실장

트라이온은 라켓으로 끌어 올려진 브랜드의 좋은 이미지를 다른 제품군에서도 똑같이 하려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동안 조금씩 시도했던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무실 구조도 제품개발실 외에 무역부, 영업부, 총무부, 물류팀으로 재정비했다.

“트라이온의 기본은 역시 라켓이니까 라켓은 기존에 해오던 대로 한다. 가방도 그동안 꾸준히 연구해서 선보이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좀 더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방들, 출퇴근할 때 메고 갔다가 바로 체육관으로 갈 수도 있는 그런 제품들도 있고,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본격적으로 의류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트라이온은 액세서리 쪽으로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게 이경원 실장의 설명이다. 특히 트라이온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의류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동안 의류는 기획 상품으로 주문 제작을 주로 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담팀까지 구성해 코로나 19가 끝나는 하반기에 더 많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봄여름 시장을 겨냥해 산뜻하고 맵시 있는 의류를 출시해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트라이온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는 트라이온에 대한 믿음이 있다. 본질에 충실해 사용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라이온 마니아라는 자부심도 은근 내재해있다. 그런 트라이온에서 의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니 라켓과 깔 맞춤을 기다려온 트라이온 마니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트라이온이라는 이름만으로 그 가치와 품질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라켓이 꾸준히 판매되는데도 눈에 잘 안 띄니까 트라이온이 너무 잠잠하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의류가 홍보 효과는 가장 큰데 재고 때문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한 가지 모델을 많이 하기보다는 한정판처럼 일정 수량만 판매하는 식으로 의류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신생 브랜드를 보면서 배울 거는 벤치 마케팅도 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 현재도 진행형

사진 트라이온 제품들

트라이온은 2016년 유럽 선수들을 후원하며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소소하게 연락이 오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동남아에서 트라이온 에이전시를 하겠다고 연락이 오는데 믿고 맡길만한 수준이 아니기에 멈춰선 상태다.

최근 국가대표를 은퇴한 국내 선수들에 대한 후원도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트라이온 역시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가치에 비해 높게 평가된 선수들의 몸값이 걸림돌이다.

최근 배드민턴 브랜드라면 SNS를 통한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트라이온 역시 그동안 제품 품질 위주의 보수적인 마케팅만 고집하다 최근 SNS 마케팅을 시작했다. 앞으로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요즘 빠질 수 없는 트렌드가 동호인 팀 후원이다. 트라이온 역시 트라이온리를 운영하며 시장의 반응도 살피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마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는 모임을 하나씩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킬 건 지키면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여 트라이온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뭘 하나 하더라도 똑 부러진 제품을 내 놓는 트라이온 이기에 새로운 변화가 기대된다.

“트라이온 마니아들이 상당히 많다. 트라이온을 좋아해 주고 사용해줘 감사하다. 장기적으로 정말 타협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서 다시 또 트라이온을 접했을 때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하겠다. 너무 많은 브랜드 홍수 속에서 트라이온 아껴주시는 마음 감사하고, 지켜봐 주시면 지금보다 더 발전된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경원 실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결같이 좋은 제품을 선보이며 다양하게 접할 기회를 만들어 트라이온을 사용하는 고객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트라이온 직원들
사진 트라이온 사옥
사진 트라이온 물류창고

<이 기사는 배드민턴 매거진 2020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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