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심리 상담으로 국가대표 금메달 지원하는 전재연 스포츠심리학 박사
스포츠심리 상담으로 국가대표 금메달 지원하는 전재연 스포츠심리학 박사
  • 김용필 기자
  • 승인 2020.02.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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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선수로 최고의 기량을 뽐내다 부상으로 은퇴했던 전재연. 부상의 경험이 밑거름되어 이제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든든한 상담사가 되어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포츠심리 연구원으로 인생 2막을 사는 전재연 스포츠심리학 박사를 만났다.
사진 전재연
사진 전재연 스포츠심리학 박사

새로운 도전 끝에 다시 배드민턴으로 돌아오다

전재연. 초등학교 시절 친척 오빠의 메달을 보고 부러워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던 그녀는 대한민국 배드민턴 여자단식 최강자였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방수현의 뒤를 잇는 선수였다. 2004년과 2008년 두 번의 올림픽에 출전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결국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불과 8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재활 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부상은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2008년 올림픽이 끝나고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한 번도 배드민턴을 떠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부상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선수 생활뿐만 아니라 완전히 코트에서 떠났다.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지도자의 꿈까지 포기하고 그녀는 공부에 매진했다.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 시련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다시 배드민턴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선수도, 지도자도 아닌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심리 연구원으로 국가대표 후배들의 심리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공의 스피드가 가장 빠른 종목이다 보니 선수들의 심리적인 압박과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녀 역시 경험했던 일들이지만 선수 개인의 성향과 취향 그리고 환경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때로는 동료로, 때로는 선배로, 때로는 상담사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심리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전재연 박사를 만나 스포츠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배드민턴은 어떻게 시작했나.
“친척 오빠가 초등학교 배드민턴 선수였다. 그 집에 놀러 가면 메달과 트로피가 진열돼 있었는데 그게 부러워서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부상 때문에 2008년 전국체육대회 앞두고 은퇴했으니 18년 정도 선수 생활을 했다.”

Q. 운동하면서도 꾸준히 공부했던데
“한국체육대학교는 교수님이 공부하라고 강요하시는 편이라 석사까지는 자연스럽게 했었다. 사실 나는 선수 생활하면서 공부 안 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있어서 꼭 나중에 공부해야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석사 과정 끝나고 박사 과정에 서류를 넣었는데 합격했다. 그래서 공부하다 올림픽 때문에 휴학하고 은퇴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선수 생활 은퇴하면 뭘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공부를 한 건 아니었는데 그게 지금의 밑바탕이 되었다.”

Q.  결국 부상으로 은퇴했는데 아쉽지 않나?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이었고, 한쪽이 부상이라 반대편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결국 양쪽이 다 수술했다. 마지막에 재활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다시 운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또 부상을 입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안 다쳤으면 더 올라갈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다치고 나서 배우고 깨닫고 얻은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감사하고, 성장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됐다. 만일 안 다쳤으면 세상 물정 모르고, 고마운 줄도 모르고 나 잘난 맛에 살았을 것 같다. 뒤도 돌아보면서 감사한 것도 알고, 주변도 챙기게 됐다. 아쉽지는 않다.”

Q. 스포츠심리학을 택한 이유는?
“선수 생활 할 때 여러 가지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 서비스를 못 넣어서 1년 동안 고생한 적도 있다. 마지막 올림픽 80일 남겨두고 수술해서 재활 치료 했는데 다른 선수들 훈련하는 거 보면서 심리적으로 아주 힘들었다. 그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어보면서 심리적으로 어려운 선수나 지도자를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수생활 하면서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았고 도움을 받았던 게 스포츠심리학을 택한 밑바탕이 됐다.”

Q. 현재 하는 일은?
“연구기관이라 주된 업무가 체육에 관련된 스포츠과학을 연구하는 거다. 두 번째가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거다. 상담도 하고 교육하는 활동도 하고 그렇다. 기자재가 많다. 그런 기자재를 활용한 심리 훈련도 하고 있다. 심리하면 대화만 생각하는데 기자재도 많이 활용한다. 스포츠과학실 연구원이 19명이다. 올림픽 메달 가능성 많은 종목, 일반 종목, 기초 발굴하는 종목으로 나눠서 전담한다. 나는 배드민턴 담당이고, 정구, 노르딕복합 종목을 맡고 있다. 심리학만 하는 게 아니고 역학, 생리학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세트로 이뤄져 있다.”

Q. 스포츠심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선수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있으면 얘기를 통해서 심리를 진단하는 테스트를 한다. 이야기를 듣고 그 안에서 통찰해낸다.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통찰해서 그 안에서 문제들이 파악되면 그거에 맞춰서 개선하고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해결해 주는 거다.”

Q. 구체적인 예를 들어준다면
“오래 연구한 게 골프에서 입스라는 증상이 있다. 퍼팅할 때 임팩트 시점에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실수한다. 심리적인 부담감도 있을 테고, 자기가 모르는 상태에 근육의 경직이 오거나 경련이 와서 임팩트 시점에 확 돌아가 버린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스윙을 하는 것이다. 배드민턴 선수들도 서비스에서 주로 그런 경험을 한다. 나도 선수 시절에 그랬고, 런던올림픽에서 하정은 선수, 리우올림픽에서 고성현 선수가 그랬다. 복식 선수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불안은 안고 경기한다. 그게 심각할 정도, 자기가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의 증상이면 문제가 된다. 이것 때문이라고 명확한 원인이 있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약간 불안했던 것도 있고, 아주 중요한 대회나 경기에서 서비스 때문에 실수했던 게 각인이 돼서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건 게 반복돼서 손도 떨리고, 공도 못 쳐다보는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심리적인 불안 요소를 완화해 주는 것이다.”

Q.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라 도움이 되나?
“사실 연구원 중에 오랫동안 선수를 하고 국가대표를 한 사람은 거의 없더라.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현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거, 접근하는 거는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잘 알고 가깝다 보니까.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는 약간 신뢰감이나 신비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좀 약하기도 하다. 장단점이 있다.”

Q. 경기 중 멘탈이 나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마다 다르다. 국가대표 선수를 한정해서 보면, 어느 정도 경험을 가진 선수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기능만 좋아진 게 하니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략들을 가지고 있다. 성장해 가는 선수들은 경기력이 올라가면서 나름대로 심리적으로 올라가야 하는 발달과학이 있다. 처음에 미디어에 노출될 때 부담되고, 걱정되고 그래서 이것 좀 차단하면 좋겠다고 그런다. 그런데 커가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런 게 하나의 발달 과업이다. 성과가 올라감에 따라 사람들 기대치도 올라가니까 그걸 받아들이고 부담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감, 자부심으로 받아들이도록 생각의 전환이나 면역력이 생기는 게 발달과업이다. 어차피 선수들이 겪어야 할 일들이다. 이런 것도 심리적으로 접근해서 상담한다. 그 선수의 경력과 상황에 따라서 접근하는 게 다르다. 복식은 둘이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이 비슷하면서 또 다르다. 똑같은 문제라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경험이나, 면역, 체력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을 세심히 살펴서 같은 말을 해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개개인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배드민턴을 아니까 보이는 게 많아 유리하긴 하다.”

Q. 스포츠심리를 공부하는 선수들이 많던데
“스포츠심리를 스스로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들이 경험했기 때문에 관심이 생기는 거고. 심리에 대해서 석사 논문까지 쓴 선수들은 많은데 실제로 공부해서 그걸로 뭔가를 이룬 선수들은 별로 없다. 엄청나게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Q. 경기 전 긴장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의 안정을 위해 대표 선수 정도 되면 자기만의 방법이 다 있다. 음악 듣거나, 몸 풀거나, 기도하거나 그런 식으로.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불안하다. 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불안해하지 않는 게 아니라 긴장되지만, 불안하지만 그런데도 경기에 들어가면 자기 것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불안하면 안 돼, 편해야 해 이게 아니다. 불안하지만 그거에 압도되지 않고 불안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크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담하거나 교육할 때 불안하면 뭔가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도록 얘기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뭔가를 깨면서까지 하지는 않는다. 대신 어린 선수나 잘 모르는 선수들은 거기에 맞춰서 제공해주기는 한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경기 전에는 누구나 다 긴장된다. 긴장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길지 질지 모르는 경기에서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지면 어떡하지, 실수하면 어떡하지 등 보통 잘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서 긴장한다. 그런 생각을 기대감이나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꿔주기만 하더라도 덜 불안해한다. 불안해도 조금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괜찮아진다. 생각을 이렇게 하는 걸 저렇게 하도록 바꿔주기만 해도 되는데 그런 걸 교육을 하면서 설득한다. 실수해서 아웃되면 또 아웃될까 봐 공을 못 친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데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잘못된 신념이 있기 때문인데 실수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바꿔주거나, 실수했을 때 그다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면 실수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생각을 바꿔주는 거, 실수하고 나서의 대처방법들 이런 거를 가르쳐 준다.”

Q. 선수들이 공통으로 힘들어하는 게 있나?
“선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중 하나가 이기고 있다 잡혀서 지고 나면 한참 뇌리에 남는다. 반대인 경우도 있는데 전자가 오래 남아서 다음 경기에 또, 그다음에 또 그렇게 세 번 정도 반복되면 트라우마처럼 각인돼서 그 점수만 되면 긴장을 한다. 처음에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는데 두세 번 그게 반복되면 각인이 돼서 심리적인 이유가 돼 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돼 버리는 것이다. 선수들 상대로 강의 할 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경기 중에 가장 안 좋은 생각 중 하나는 ‘실수하지 마’라고 얘기한다. 지도자를 상대로 강의할 때도 ‘실수만 하지 마’라는 말이 가장 안 좋은 말이라고 얘기한다. 이미 포커스가 실수에 맞춰져 있어서 실수하게 된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뭘 해야 하냐면 안으로 쳐야지 라거나 스윙을 짧게 하자 등 해야 하는 걸 생각해야 한다.”

Q. 후배들에게 어떤 얘기를 많이 하나
“선수들 만날 때마다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은퇴 준비를 하라고 한다. 언제 어떤 순간에 은퇴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최소한의 준비를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그 은퇴 준비가 영어공부하고, 학교 수업을 준비하는 건 아니고, 운동을 최대한 잘, 오랫동안 하는 게 첫 번째 은퇴 준비다. 운동을 그만두고 사회생활 하다 보니 전혀 다른 일을 하더라도 뒤에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라는 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첫 번째 은퇴 준비는 잘 운동을 하는 것, 두 번째는 세상에 대한 관심, 다양한 경험이나 관심을 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할 수 있는 태도를 키웠으면 좋겠다. 제가 이렇게 오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걸 운동할 때부터 잘했다. 비행기 타고 유럽에 가면 화장실도 안 가고 9시간 10시간 안 일어났다. 그게 공부할 때 보니까 도움이 되더라. 어려서부터 편지 쓰고, 글씨 쓰고 그런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운동하면서는 일지 쓰고 그랬는데 그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처음 대표단에 들어가니 성한국 감독님이 책을 선물해 주셨다. 그때부터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 보는 습관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하고 그런 게 아니라 읽고, 쓰고 하는 그런 태도만 갖고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 나에게 연락해서 나를 바쁘게 해야 한다. 지도자가 전화로 이런 애가 있는데 상담해야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화하고 찾아와주면 좋겠다. 심리 상담을 받고 그러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냥 얘기할 데 없거나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배드민턴에 관해 얘기한다는 생각으로 오면 그래도 나름 전문가니 조금은 나은 팁들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찾아와주기 바란다. 교육하다 보면 관심이 많은데 실제로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를 바쁘게 해주면 좋겠다.”

전재연 프로필

포천초-포천여중-포천고-한국체대-대교 눈높이

2004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 1위
2004 아테네올림픽 출전
2005 코리아오픈 우승
2007 싱가포르세트라잇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 1위
2007 미국오픈배드민턴그랑프리 여자단식 1위
2008 독일배드민턴그랑프리 여자단식 1위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

2007 한국체대 일반대학원 체육학과 석사
2009 한국체대 일반대학원 스포츠심리학 박사과정

네이버카페 네이버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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