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드민턴을 세계최강으로 이끈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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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주봉 감독
사진 박주봉 감독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55).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과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을 포함해 국제대회 72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기며 1991년에는 최다 우승자로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배드민턴 황제의 반열에 올랐다. 2004년 일본 국가대표 팀을 맡고는 중하위권에 쳐져 있던 일본 배드민턴을 일약 세계 최강으로 끌어 올리며 역시 박주봉이란 칭호를 받고 있다. 일본 배드민턴을 최강으로 끌어올린 박주봉 감독을 코리아오픈이 한창이던 9월 28일 인천공항 스카이돔에서 만났다.

Q 일본 배드민턴이 최강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뭔가?
 
“옛날에 비해서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일본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따로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각자 소속팀에서 훈련하다 국제대회 있으면 모여서 잠깐 맞춰보고 가는 식이었다. 2008년부터 우리나라 선수촌 같은 트레이닝 센터가 생겨서 합숙훈련을 하고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상비군제도를 두어 60명의 국가대표를 A팀, B팀으로 나눠 훈련을 하는데 대표 팀이나 상비군 모두 각 종목별로 담당 코치를 두고 있다. 이 시스템이 정착이 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 전에는 일본이 대표 팀 위주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일본 배드민턴협회도 대표 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여기까지 올라왔다.”
 
Q 한 두 선수가 아니라 골고루 잘하는 이유가 있나?
 
“옛날에 비해 선수들이 목표 의식이 달라졌다. 전에는 여자복식만 성적이 났었다. 그러다 여자단식과 남자단식 이렇게 성적이 나기 시작하니까 각 종목별 담당 코치들이 자기 종목에서도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또 다른 종목에서 우승하고 그러니까 자기 종목에서도 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씩 성적이 나면서 힘은 들어도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해야 하나. 자기 스스로 한 만큼 성과가 조금씩 나오니까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스스로 해아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기고 힘든 훈련도 견뎌내면서 오늘까지 왔다.”
 
Q 일본 선수들은 타고난 자질하고 노력하고 어느 쪽인가?

“노력이다. 남자단식의 켄토 모모타 선수 같은 경우는 특별하게 배드민턴에 대한 센스나 이런 게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본 선수들은 훈련으로 노력해서 발전해 왔다.”
 
Q 훈련은 어느 정도 하나?
 
“합숙훈련은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이렇게 6시간 한다. 일본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뛰는 걸 많이 해야 한다. 알다시피 여자단식 선수들은 키가 작다. 전체적으로 신체 조건이 다른 나라 선수에 비해 불리하니까 그것을 커버 하려면 코트 체력도 길러야 하고 코트 외 체력도 길러야 한다. 그런 걸 선수들 스스로가 알고 있다. 또 일본 선수들이 몇몇을 제외하면 공격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비적인 스타일이다. 수비적으로 하려면 많이 뛸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그걸 알고 훈련하는 거하고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Q 단신을 극복하는 훈련은 어떻게 하나?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하고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자기들이 신체적인 조건이 불리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체력훈련 하고, 이걸 안하면 안 된다는 걸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알고 있다. 그걸 극복하려면 코트에서 쓰는 체력이나 코트 외에서 쓰는 체력이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훈련했다. 훈련과 노력으로 결국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Q 여단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가 최근 안 좋은데
 
“일본오픈 우승 후 허리가 안 좋았다. 지금은 조절해서 부상에서 회복하는 중이다. 국제대회에 의무적으로 출전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하고 있는 거다. 경기를 뛰기 보다는 참가하고 계속 회복하는 중이다. 덴마크오픈부터는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봉 감독은 2004년 일본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해 올림픽에서 금1, 은1, 동1를, 세계선수권에서 금 5개를 획득했다. 그야말로 일본 배드민턴을 박주봉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눠놓았다 할 정도로 획기적인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승산이 없다고 자포자기 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으며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을 심어 놓았다. 정신적인 무장은 선수들에게 불굴의 의지를 갖게 하였고, 156cm의 단신임에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박주봉 감독이 불러일으킨 기적이다.

특히 일본은 박주봉 감독으로 인해 국가대표 시스템을 구축하며 계속해서 좋은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5종목 모두에서 톱 5에 드는 선수를 배출했고,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은 세계랭킹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여자복식은 랭킹 1, 2, 3위를 휩쓸며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자국 선수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일본 선수들 특유의 안정적인 기질에 공격성을 가미해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배드민턴의 신(神) 박주봉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다.
 
Q 일본이 수비가 강한 이유가 뭔가?
 
“원래 일본은 수비 스타일이었다. 내가 처음에 일본에 갔을 때도 수비 위주였다. 그런데 전에는 받아내는 수비, 말 그대로 수비를 위한 수비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해주는 수비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받는 수비에서 공격적인 수비로 바뀌었다.”
 
Q 배드민턴 키우려면 몇 년 정도 걸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끌어올리느냐가 문젠데. 일본은 옛날에 중간보다 약간 약했다. 중간으로 올라가는 게 3, 4년 걸렸고, 우승까지 하는데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렸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단정 지을 순 없다. 마침 주니어에서 좋은 인재들이 나와서 가능했다. 켄토 모모타나 노조미 오쿠하라, 아카네 야마구치 등이 주니어에서 대표 팀으로 넘어올 때 대표 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 팀에 합류했고, 이게 잘 맞아 떨어졌다. 주어진 환경, 여건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Q 일본 여자복식 올림픽 출전은 선발인가 성적순인가?
 
“랭킹 순으로 2팀이 올림픽에 출전한다. 소속팀도 다 다르기 때문에 상대를 봐서 유리한 팀을 내보내고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무조건 성적순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Q 일본에서 배드민턴 위상이 달라졌다고 하던데
 
“일본오픈 할 때 7000석 규모의 체육관이 준결승과 결승 모두 매진됐다. 배드민턴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엄청 늘었다. 기자회견을 하면 100명 정도가 취재하러 온다. 8월에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TV아사히’ 중계 팀만 20여 명이 따라가 결승전을 밤 9시에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기자들도 30여 명이 같이 갔다. 공항에서 환영식도 하고 배드민턴이 엄청난 인기다.”
 

Q 2020 도쿄올림픽의 목표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홈에서 하는 거고 하니까 4년 전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Q 일본 대표 팀을 지도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고 대부분 다 이뤘다. 하지만 혼합단체전인 수디르만컵만 우승을 못해봤다. 올해 한번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결승에서 너무 쉽게 패하는 바람에 아쉬웠다.”
 
Q 최근 한국 배드민턴은 어떻게 보시는지
 
“한국선수들도 올해부터 많이 좋아졌다. 여자복식은 그 전부터 일본하고 라이벌이라고 할 정도로 잘 했고, 남자복식도 서승재(원광대)-최솔규(요넥스) 선수가 많이 좋아졌다. 여자단식이랑 혼합복식도 올라오는 상황이라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거 같다.”
 
Q 도쿄올림픽 이후의 거취는 어떻게 되나?
 
“일본 쪽에서는 계속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는데 아직 답은 안 줬다. 지금은 도쿄올림픽만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할지는 올림픽이 끝나고 생각하고 싶다.”
 
박주봉 감독은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일단 2020 도쿄올림픽까지만 설계를 해 놓은 탓에 그 이후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박 감독이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에 따라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박주봉 감독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도쿄올림픽 이후가 더 궁금해진다.
 
<배드민턴 매거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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