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여자고등학교 코치, 아빠는 여자고등학교 감독, 세 딸은 실업팀과 고등학교 선수로, 그야말로 진정한 배드민턴 가족이 최근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각자 소속이 다르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다는 이 가족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한창이던 10월 9일 경기도 수원시 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김범식 성지여자고등학교 감독과 정소영 성지여자고등학교 코치 가족의 이야기다.

지도자와 부모로 세 자매의 꿈을 응원하고 지도하는 김범식-정소영 배드민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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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소영 코치와 김범식 감독 가족. 김유정-김혜정-김소정-정소영 코치-김범식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부모 쫓아 세 자매가 배드민턴 선수로 성장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부모 쫓아 같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가족이 많다. 그중에서도 배드민턴은 부모 따라 자식까지 선수로 성장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동호인인 부모의 영향으로 배드민턴 선수가 되는 추세일 정도로 최근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배드민턴 성골 가족이 나타나 시선을 끌고 있다. 엄마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정소영 코치(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이고, 아빠는 성지여자고등학교 김범식 감독, 첫째 딸은 MG새마을금고의 김혜정 선수, 둘째 딸은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소정 선수, 셋째 딸은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 1학년인 김유정 선수다.
부모 중 한 명이 선수이고 아이들이 배드민턴 선수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부모와 아이들 모두 배드민턴 선수 출신인 건 드문 경우다. 현재 다섯 가족 모두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에 온 가족이 만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니. 이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범식 감독과 정소영 코치를 만났다.
 
Q 세 딸 모두 배드민턴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김 - “환경적인 요인이 많이 따른 거 같다. 제가 성지여고 지도하고 있고, 아내가 생활체육 지도하면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보고 배웠다. 큰 애가 접근을 하고 그러다 선수 하고 싶다고 해서 놔뒀더니 재능이 괜찮은 거 같더라. 그래서 선수를 하면서 전국대회 가서 우승도 하고 그러니까 둘째도 따라 하더라. 언니가 스포트라이트 많이 받으니 저도 하면 될 거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셋째는 안 하면 안 될 거 같으니까 언니들 따라서 했다고 하더라. 다행스럽게도 애들이 전국체전에 나와서 모두 입상했다. 나왔는데 모두 입상했다. 의미가 있는 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분이 좋다.”
 
정 – “셋째는 자기는 안 하면 외톨이가 될 거 같았다고 하더라. 언니들 다 하고 엄마, 아빠가 운동했으니 집 안에서 주로 배드민턴 얘기를 하는데 자기는 배드민턴 모르니까 외톨이가 되는 거 같아서 배드민턴 하려고 했다더라.”
 
Q 가족이 다 같이 마산에 살다 전주로 온 이유는
 
정 - “마산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생활체육 동호인만 지도하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지도해 보고 싶었다. 전라북도가 고향이기도 해서 그쪽에서 선수들 지도하고 싶어서 남편하고 상의해서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로 가게 됐다.”
 
Q 첫째 김혜정 선수가 최고의 한 해를 보내 올림픽 기대도 했을 텐데
 
김 – 엄마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고, 제가 맡고 있는 성지여고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혜정이가 제가 있는 성지여중과 성지여고를 나왔는데 올해 싱가포르오픈에서 준우승하고, 국내 개인전 여자복식을 모두 석권했다. 엄마 뒤를 이어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쉽다. 이번 올림픽은 포인트가 부족해서 힘들고 다음 올림픽이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정 – “운동선수니까 잘하는 거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공부든, 운동이든 잘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 아닌가. 혜정이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해줘서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뿌듯하다. 본인은 좀 서운하기는 한 모양이더라. 자기가 못하면 포기하는데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고 있고 잘하고 있으니까. 본인 상황이 포인트를 많이 못 따서 못 나가는 상황이라 이해하고 나름대로 잘 견뎌내고 있는 거 같다.”
 
사진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 정소영 코치(왼쪽)와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김범식 감독 부부

Q 둘째 소정이와 셋째 유정이는 어떤가?

김 – “둘째 소정이는 복식 경기에 주력하는 복식 전문선수다. 셋째 유정이는 단식과 복식 다 뛴다. 유정이가 전국체전에서 단식과 복식 다 잡아주고 있다. 막낸데도 운동 기능이 조금 나은 거 같다.”
 
Q 셋 중 누가 배드민턴 끼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나
 
김 – “셋이 장단점이 있다. 혜정이는 드라이브와 볼을 앞에서 빨리 잡는 능력이 좋다. 소정이는 파워가 좋지만 수비가 부족하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유정이는 지능적이라고 할까 기술적으로만 하고 그런다. 유정이는 다방면으로 괜찮은데 체력이 약해 파워가 좀 떨어져서 앞으로 힘 좀 붙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 – “유정이가 재능을 좀 타고난 것도 있고 야무지다. 대범하기도 하고 지능적인 게임을 한다.”
 
Q 세 딸 모두 배드민턴 선수인데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은 뭔가
 
김 -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면에서는 좋고, 애들이 아플 때가 제일 힘들다. 대회는 다가오고 있고 운동은 해야 하는데 아파서 운동을 못 해 팀에 피해를 줄 때 그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 아마 운동선수 부모는 대부분 같을 것이다. 아이가 아픈 것도 있지만 팀도 생각해야 하니까.”
 
정 – “역시 말이 다 통하니까 좋다. 배드민턴에 관해서 서로 통하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좋다. 단점은 가족이 다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 아빠는 마산에 있고, 나랑 둘째 셋째는 전주 그리고 혜정이는 서울에 있으니까 모이기 쉽지 않다. 서로 대회 스케줄이 다르니까 얼굴 마주칠 시간이 많이 없다. 다 같이 놀러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작년에 세 번 모였고, 올해는 네 번 정도 모인 거 같다.”
 
Q 한 명은 평범한 학생으로 키워볼 생각은 안 했나
 
김 – “셋째는 절대 운동 안 시키려고 했다. 둘째도 중간에 부상이 많이 있어서 공부를 시키려고 애썼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내가 교직에 있다 보니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안 되면 큰 무대에서 활동하기 힘들 거 같아서 어렸을 때 학원도 많이 보내고 공부도 많이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더라. 지금도 외국어 공부를 더 시켰어야 하는데 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정소영 코치-김소정-김혜정-김유정-김범식 감독(왼쪽부터)

대한민국 배드민턴 중심을 향해 한발씩 내딛는 가족

첫째 딸인 김혜정은 올해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싱가포르오픈 여자복식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여름철종별 여자복식, 실업대항전 여자복식과 혼합복식, 가을철종별 여자복식, 전국체육대회 여자복식까지 올해 국내대회 일반부 여자복식 경기를 모두 석권했다. 셋째 딸 김유정은 인도네시아주니어대회에서 여자복식 3위에 올랐고, 중고연맹회장기 여고 1학년 단식과 복식 1위에 올랐다. 또 엄마인 정소영 코치는 두 딸과 함께 전주성심여고를 봄철종별과 중고연맹회장기 정상에 올려놓았고, 가을철종별과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빠 김범식 감독이 이끄는 성지여자고등학교는 중고연맹회장기 3위, 봄철종별과 학교대항전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온 가족이 밀고 끌어주며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중심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셈이다. 정소영 코치는 뒤늦게 아이들 지도에 뛰어들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자신보다 아이들이 서야 할 자리를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대한민국의 배드민턴 발전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Q 딸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얘기는
 
정 – “딸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항상 연습할 때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내가 한만큼 시합장에서 실력이 나오니까 연습할 때 시합같이 하고, 시합은 연습같이 하라고. 연습할 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시합은 편안하게 게임에 임하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항상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연습에 충실하게 임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네가 땀 흘린 만큼 결과는 돌아온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제가 겪어왔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엄마 입장에서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하라고 그런다.”
 
김 – “먹는 걸 잘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Q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특별히 전수하는 것도 있나
 
정 - “기술적인 부분도 전수하긴 하는데 가르치는 지도자들의 기술이 다 비슷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기술은 없다. 아이들이 얼마나 따라 하느냐 정교하게 따라 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가르치면서 처음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을 알았어야 하는데 그걸 몰랐다. 처음 성심여고 와서 고등학생은 이 정도 하겠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대표팀이나 제가 잘했을 때 수준이지 아이들이 할 수준이 아니더라. 그래서 지금은 고등학생 수준에 맞춰서 나름대로 전수를 하고 있다.
 
Q 부모이면서 지도자인데 어려운 점은
 
정 – 솔직히 저희 딸들 외의 다른 선수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거나 지시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제 딸이 뭐가 잘 안되는 거에 대해서 지시하면 아이들은 엄마라고 먼저 생각하는 바람에 어떤 때는 그냥 쳐다보고 있다. 지도자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엄마라고 먼저 생각하니까 그런 부분이 많이 힘들다. 직접 딸을 가르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있더라.
 
사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정소영

Q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면 어떤 얘기하나

김 – “애들 편하게 긴장 풀어주려고 한다. 대회 중에 만나면 안 되는 부분이나 잘 되는 부분에 대해서 한 번씩 얘기해주고 편하게 뛸 수 있게 마음을 다스려주는 편이다.”
 
Q 부모로서 바라는 게 있다면
 
김 – “어차피 나이 먹으면 운동 그만둘 때가 오는데 그때 배드민턴에 연관 짓지 말고 체육 지도자로서 또는 배드민턴의 발전을 위해서 애들이 더 큰 무대에서 꿈을 펼치면 좋겠다. 그러려면 공부도 하고 그래야 할 텐데 그게 아직 안 갖춰져 있어서 많이 아쉽기는 하다. 지금은 운동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니 팀에서나 전국에서 일등이 됐으면 하는 게 아빠의 바람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게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회하지 않는 성적을 내고, 성적을 못 냈더라도 이 정도 했으면 후회 없어 이런 마음으로 운동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정 – “일단 지금 하는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목표나 꿈이 있으면 그걸 이루기 바란다. 그리고 차후에 배드민턴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때 자기들이 잘하고 좋아할 수 있는 거 그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Q 김제시협회에서 작년부터 정소영 배드민턴대회를 하던데
 
정 – “제가 직접 참여해서 개회식도 하고 대회 참가자들하고 하루를 같이 보낸다. 그런 게 배드민턴 활성화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또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거라서 많이들 참여해서 잘 되면 좋겠다.”
 
Q 김범식과 정소영의 남은 목표는 뭔가
 
김 – “정년퇴임이 4년 정도 남았다. 온 가족이 배드민턴 하고 그러다 보니 정소영 배드민턴 체육관을 하나 운영하고 싶다. 딸들도 같이 운동하니 다 같이 그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꿈을 꾸고 있다.”
 
정 – “신랑이 그런 얘기를 해서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이들 잘 자라고 아이들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는 걸 보면서 같이 잘 늙어가는 게 남은 목표다.”
 
<배드민턴 매거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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