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인생의 동반자(同伴者)가 되어 주는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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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회에 출전한 파트너,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대회에 출전한 파트너, 배드민턴 뉴스 DB

인생의 동반자(同伴者)하면 대부분 배우자를 떠올리게 되죠? 아무리 내것 네것 없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라도 인생의 동반자로 선뜻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동반자는 사전적 의미로 짝이 되어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니 친구도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죠. 그만큼 동반자란 단어는 우리에게 사전적 의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거 같습니다.

생활체육 배드민턴을 하게 되면 파트너가 생기기 마련이죠. 생활체육에서 단식은 거의 없으니 싫어도 게임을 하려면 파트너가 있어야 하잖아요. 대회에 나가려면 연령으로 나뉘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한 또래 끼리 파트너를 하게 되죠? 어쩌면 그래서 더 빨리 친숙해지고 손발이 맞아가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한번 파트너로 맺어지면 시간이 갈수록 파트너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그만큼 서로 손발도 잘 맞고 또 친숙해졌기 때문 아닐까요.

클럽 활동을 하면 대부분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매일 얼굴을 마주하게 되죠? 그래서 아무 말 없이 하루 빠지게 되면 뭔 일 있나 걱정하고 연락하면서 더욱 끈끈하게 맺어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내 파트너가 툴툴거리면 사람들이 당사자를 놔두고 나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때가 있죠? 그러면 왜 내 파트너 심기가 불편한지 설명하고 두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클럽에서부터 시작해 시, 군, 구 대회를 거쳐 시, 도 대회와 전국대회까지 함께 다니다보면 뭣 때문에 파트너 심기가 불편한지 얘기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가 되기 때문이죠.

이 정도면 배드민턴에서 파트너는 게임 파트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다보니 어떨 때는 좀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좀 쉬고 싶은데 파트너는 대회에 꼭 나가고 싶어 할 때 같은 경우 말이에요. 단순히 게임 파트너라면 다른 파트너를 구해 나가면 되니까 굳이 이런 부담 가질 필요 없겠죠? 요즘에 전국대회에 보면 이렇게 게임 파트너로만 출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그 대회만을 위한 1회성 파트너다보니 앞에 얘기한 끈끈한 유대감을 바랄 수 없겠죠?
 
물론 파트너라고 해서 매일 같이 좋을 때만 있는 건 아니죠. 컨디션에 따라서 게임이 영 안 되는 날에는 기분까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서로 다독여 가며 맞춰가는 게 바로 배드민턴 복식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기 종목에서 파트너가 있는 건 배드민턴을 비롯해서 탁구, 정구, 테니스, 스쿼시 등 여러 종목이 있죠. 이 종목 모두 파트너십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밀접한 파트너십이 요구되는 게 바로 배드민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경기에 출전한 파트너,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경기에 출전한 파트너, 배드민턴 뉴스 DB

왜냐하면 일단 셔틀콕의 순간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여기에 서브와 서브리시브를 빼면 공을 칠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공이 네트를 넘어올 때 누가 처리해야 할 공인지를 두 사람 다 알고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리고 다른 종목들은 상대가 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앞뒤로 움직이는데, 배드민턴은 내 파트너가 공을 넘길 때부터 전후좌우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파트너와 호흡이 조금만 어긋나도 쉽게 점수를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파트너가 셔틀콕을 칠 때부터 ‘아 내 파트너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구나’를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움직여줘야만 하는 게 배드민턴입니다. 그러니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한쪽으로 엉키고 말겠죠? 눈감고도 칠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한 국가대표 선수들도 파트너가 바뀌었을 때 가끔 서로 자리를 잡지 못해 헤매잖아요. 그만큼 배드민턴 복식에서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파트너십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닙니다. 꾸준히 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알게 되고 가능하면 파트너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서로에게 젖어가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에는 배드민턴을 하면서 천생연분을 만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일명 배드민턴 커플로 불리는데 서로 파트너십을 쌓다 생각지 못한 애정이 쌓인 경우죠. 그 덕에 김동문-라경민 부부가 혼합복식에서 14개 국제대회 연속 우승에 70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건지도 모르죠. 물론 파트너십만 쌓아야 하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애정을 쌓은 바람에 종종 인상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어쨌든 배드민턴은 파트너십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점을 내고, 아니면 1점을 주고 하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는 게 곧 파트너입니다. 그래서인지 한 파트너와 오래 한 사람들은 종종 파트너를 가리켜 거리낌 없이 동반자(同伴者)라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혼복에서 그런 경우는 못 봤지만 남복과 여복에서는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아내 외에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잘 사용하지 않는 동반자란 단어를 서슴없이 꺼내더란 말입니다. 그만큼 파트너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고, 또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아왔단 얘기겠죠? 지금 여러분은 어떤가요? 현재의 파트너를 동반자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나요? 조금 꺼려지신다고요? 그럼 좀 더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 깊은 파트너십을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동반자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올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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