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배드민턴이나 인생이나 걸음마를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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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드민턴 동호인의 경기모습, 배드민턴 뉴스 DB

아이를 키우다보면 다들 희열을 느끼는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죠. 처음 태어났을 때의 울음소리로 시작해서 뒤집기를 했을 때 그리고 첫 걸음마를 뗐을 때 순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이 첫 걸음마는 방바닥을 기어다니던 평면적인 이동에서 밥상과 서랍장, 책상 위까지 말썽을 부릴 수 있는 공간적인 이동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직립보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걸음마가 한 인간에는 물론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걸음마는 배드민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른바 배드민턴 스텝이라 할 수 있는 풋워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과 배드민턴 동호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바로 배드민턴 풋워크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이른바 똑딱이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도 정확하진 않지만 스매시, 클리어, 드롭, 드라이브, 헤어핀을 자기도 모르게 구사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똑딱이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 중 배드민턴 풋워크를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간혹 배드민턴에 어떻게 입문했냐고 물어보면 우습게 알았던 아주머니나 할머니한테 져서 오기로 시작했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20, 30대인 젊은 남자가 50, 60대인 여자한테 설마 지겠냐 싶어 용을 쓰고 뛰었는데 졌다는 거죠. 자기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입에 개 거품을 무는 데도 상대 아줌마는 얼굴에 땀 하나 없더라며 당시를 회상하고 웃던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과연 그 비결이 뭘까요? 힘 좋고 빠른 젊은 사람과 할머니의 대결이라 누가 봐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잖아요. 그런데 왜 할머니에게 꼼작 못하고 졌을까요? 그건 바로 배드민턴 풋워크 때문입니다. 풋워크만 익히면 그렇게 빨리 뛰지 않아도 코트를 커버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그러니 배드민턴 풋워크를 익혀야 비로소 배드민턴 동호인이라 인정할 수 있겠죠?

한마디로 배드민턴 풋워크를 익히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 오아시스 없는 사막인 셈입니다. 허벌나게 뛰어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는 것하고 점수하고는 별개의 것이란 얘기죠. 특히 옛날에 랠리 포인트가 아니라 서비스권이 있었을 때 비동호인이 동호인을 상대로 1점 뽑으려면 정말 개 발에 땀 날 정도로 뛰어야 했겠죠? 그만큼 배드민턴에서 풋워크는 중요한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풋워크를 알아야 배드민턴 동호인이 되듯 온전히 나의 삶이 시작된 건 걸음마를 시작하고부터 아닐까요? 그래서 이 걸음이 한 개인의 인생을 망라하는 의미를 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흔히 '발자취'라고 하잖아요. 그 사람이 걸어온 걸음 속에 그의 삶이 담겨 있다는 얘기겠죠. 어떤 이는 배드민턴이 인생의 전부라고 얘기할 수 있을 테고, 또 어떤 이는 그냥 단순한 오락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든, 오락이든 그 역시 삶의 일부분이란 걸 잊어선 안 되겠죠.

세상을 살아가며 내딛는 걸음도, 배드민턴을 하며 내딛는 걸음도 결국 우리의 발자취로 기록될 것입니다. 아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드민턴을 하면서 여기저기 많은 발자취를 남겨 놓았을 것입니다. 이왕 남겨놓을 발자취라면 좋은 자국을 남겨 놓는 게 좋겠죠. 배드민턴으로 여러분의 삶에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계신지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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