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배드민턴도 삶도 핵심은 나를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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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승훈-신태양
사진 상대의 스매시 공격을 수비로 무력화 시키는 장승훈-신태양(김천시청)

만물이 소생하는 봄, 그리고 봄은 꽃이 피어남으로써 절정에 이릅니다. 그야말로 사방이 꽃 천지가 되면 비로소 봄이 완성되는 것이죠. 꽃이 화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결국 피워냈기 때문에 더욱 반가운 게 아닐까요?

어쨌든 꽃의 화려함 때문에 종종 운동 종목의 특정 행위를 이 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농구의 꽃은 덩크슛, 배구의 꽃은 강 스파이크 이렇게 말이죠. 배드민턴의 꽃은 당연이 스매시죠.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공격수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입니다. 대부분 공격 기술이 그 종목의 꽃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진짜 승패를 가르는 건 바로 수비라고 말합니다. 수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화려한 공격 기술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배드민턴도 마찬가지 입니다. 초보일수록 화려한 스매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전광석화(電光石火)의 스매시를 부러워합니다. 마치 스매시만 잘하면 모든 게임을 이길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진짜 고수들은 수비천재들이라는 거,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잖아요. 누차 얘기해도 간과하기 쉬운 비법이죠. 이런 비법을 놔두고 다들 자기 마음에 드는 비법을 찾고들 있죠?

수비가 공격에 비해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잘 받아들이지 않는 비법 중의 비법,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까요. 사람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수비나 해가지고 어떻게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겠냐 이런 생각 때문에 이 비법을 외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진짜 잘하는 선수들의 게임을 곰곰이 살펴보세요. 특히 공격이 아닌 수비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시면 수비 기술이야말로 가장 화려한 기술이란 걸 느끼게 될 겁니다.

특히 현대 배드민턴은 갈수록 공격 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는 거 다 아시죠? 때문에 예전에 비해 볼거리가 줄어들긴 했어요. 가장 화려한 남자복식에서 조차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점프스매시 한번 안 때리고 드라이브나 네트 싸움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진 국제대회 복귀 후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용대(요넥스)-유연성(수원시청), 요넥스 제공
사진 국제대회 복귀 후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용대(요넥스)-유연성(수원시청) 조가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요넥스 제공

배드민턴이 배출한 유일한 국민적인 스타인 이용대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게 화려한 공격 때문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아시죠? 이용대 선수의 최대 무기는 드라이브와 수비잖아요. 최근 국제대회에 복귀해 자꾸 스타일을 공격으로 바꾸려다 결국 한계에 부딪쳤는데, 다시 한 번 수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네요.

배드민턴은 공의 순간 시속이 가장 빠른 만큼 공격과 수비가 빠르게 교차하는 운동입니다. 수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단숨에 공격으로 전환되기도 하죠. 공격의 실마리는 결국 수비에서 시작된다는 얘기에요. 수비가 공격의 시작이라는 건 비단 배드민턴만의 얘기는 아니죠?

수비란 뭘까요? 의미를 보면 외부의 침략이나 공격을 지켜 막는 걸 수비라고 합니다. 수비는 결국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공격이 상대의 수비를 뚫고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그런 행위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 바로 수비잖아요.

천하를 다스리려면 나를 먼저 지키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있죠? 천하를 다스리는 것과 배드민턴 게임을 지배하는 것 모두 자기를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네요. 세상 살아가는 이치나 게임을 하는 이치나 똑 같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현란한 것에만 현혹되다보면 그 끝은 그리 좋지 않다는 거 다들 알고 계시죠? 차근차근 준비하고 한발씩 내딛는 사람이 결국 마지막에 화려한 꽃을 피우잖아요. 재미없는 수비를 꾸준히 연습한 자가 비로소 승리의 보답을 받는다는 걸 잊지 말고, 오늘도 수비 연습으로 구슬땀을 흘려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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