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얼굴 이용대 활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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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용대, 배드민턴 뉴스 DB

2008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이후 이용대(요넥스)는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얼굴이 되었다. 선수를 보기위해 동호인 아닌 일반 관중이 체육관을 찾게 한 유일한 배드민턴 스타다. 배드민턴 체육관에서도 구름관중을 몰고 다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남자 선수로는 파워가 약하다는 이유로 실력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남자복식에서 정재성, 고성현(김천시청), 유연성(수원시청)으로 파트너가 교체될 때마다 세계랭킹 1위를 달성하면서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후배들의 성적이 좋지 않자 솔솔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2018년 9월 스페인마스터즈를 통해 국제대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이었다.

2년여 만에 국제대회에 김기정(삼성전기)과 파트너로 복귀한 이용대는 복귀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했다. 코리아오픈에서는 세계랭킹 4위를 꺾으며 8강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마카오오픈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이용대에 대한 기대를 한껏 올려 놓았다.

그러나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실업팀 감독은 코리아오픈 당시 "아직 다른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안 해봐서 그렇지, 몇 번만 더 대회에 나가 상대 선수들이 분석을 마치면 어렵다"고 이용대의 미래를 불안하게 내다봤다. 그 이유로 훈련량의 절대적인 부족을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예상은 서서히 맞아 들어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이혼 소식이 더해졌고, 이용대는 인도프리미어대회와 인도네시아 자룸슈퍼리가 등 해외 리그에 참가하며 겨울을 보냈다. 이 즈음 국가대표가 새롭게 구성되며 도쿄올림픽을 위해 이용대의 국가대표 복귀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용대도 국가대표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해외리그에 나가느라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아 복귀는 무산됐다. 하지만 이용대가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높은 랭킹을 유지하다 내년 1월에 국가대표에 복귀한다는 시나리오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2019년을 출발했지만 현재로서는 이용대의 랭킹이 기대만큼 높아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용대는 국제대회에 복귀해서 슈퍼 300대회에서는 두 번의 우승과 3위를 한 번 기록하며 괜찮았지만, 톱 랭커들이 출전하는 500대회 이상에서는 8강에 오른 게 전부다. 1, 2회전에서 탈락한 경우가 더 많았다.

전력 분석을 마친 상대 팀들은 수비가 상대적으로 약한 김기정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이용대도 한 경기에서 몇 개의 서비스 실수를 범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용대의 경기를 본 배드민턴 관계자는 "훈련부족 때문이다"며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범실을 줄인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올림픽 포인트가 시작되는 5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5월이면 이용대가 국가대표로 복귀할거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남자복식에 복귀해 후배들을 이끌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나 생각했는데, 그건 바람일 뿐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한일국가대항경기에서 만난 안재창 국가대표 감독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랭킹이 높아지기만 바랄 뿐이다"라며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안 감독도 지금 이대로 놔두기보다는 이용대를 좀더 강하게 훈련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배드민턴 복식에서 5월은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분수령이다. 이때부터 한 팀을 이루는 복식조가 올림픽까지 그대로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용대의 5월 국가대표 복귀설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배드민턴 관계자 대부분은 개인훈련만으로 이용대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8위까지 오르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점은 누구보다 이용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사진 이용대-김기정, 배드민턴 뉴스 DB
사진 이용대-김기정, 배드민턴 뉴스 DB

이용대는 세계배드민턴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체력으로 젊은 선수들을 따라갈 순 없겠지만 노련한 기술이 있기에 톱10 진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면서도 김기정 선수와 국내에 있으면서도 서로 팀이 달라 함께 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대로는 이용대 스스로도 힘들다는 걸 실토한 셈이다. 때마침 이용대가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정복했던 유연성과 다시 파트너를 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약한 파워를 보강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외부에서의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훈련할 때도 강한 상대가 있어야 갈수록 좋아지는데 그런 상황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이용대의 국가대표 복귀에 걸림돌이 되는 건 두 가지 상황이다. 하나는 역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를 은퇴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이용대의 국가대표 복귀 논의가 있었을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았기에 안 된다고 결론이 났지만, 독자적인 은퇴에 대한 괘심죄는 없었을까? 국가대표를 은퇴했던 남자단식 이현일을 불러들여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우승을 일궈낸 전례가 있기 때문에 선발전 불참 때문이라는 이유가 옹색해진다.

물론 다른 종목처럼 국가대표 선발이나 국내 선발전이 곧 올림픽 출전행 티켓이라면 이런 논의는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배드민턴은 오는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쌓은 포인트 중 상위 10개 대회의 합계순으로 복식은 8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우리나라 남자복식은 2016 리우올림픽 이후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작년 5월 김원호·서승재 조가 19위에 오른게 최고의 성적이다. 물론 이때 이미 두 선수는 다른 선수를 파트너로 활약 중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남자복식 세계랭킹에서 가장 앞서 있는게 31위인 이용대·김기정 조다. 그만큼 남자복식 후배들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으니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할 때다.

이용대는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큰 자산이다. 국가대표를 은퇴했지만 여전히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여전히 국내에서도 그만한 재목을 찾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어떻게든 이용대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선발전에 불참한 이용대의 국가대표 발탁은 특혜다. 하지만 이용대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책임과 역할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그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올림픽 출전권도 출전권이지만 끊어진 남자복식의 맥을 후배들에게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이 더 시급한게 현재 대한민국 배드민턴이다. 이용대가 복귀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부분도 해결되고, 답이 없는 남자복식에서 2020 도쿄올림픽도 노려볼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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