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손완호 부상은 선수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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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완호
사진 손완호

지난 8일 동안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이 열렸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선수들과 부모들 외에는 관중석이 썰렁하더군요.

밀양에서 너무 대회가 잦아 이제 선수들 경기도 식상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씁쓸합니다. 어쨌든 봄철종별에서 간만에 우승한 팀도 나오고 이런저런 얘기 거리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야깃거리는 남자단식 손완호(인천국제공항) 선수의 부상이 아닌가 싶네요. 올해 말레이시아마스터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출발이 좋았는데, 3월 초에 열린 전영오픈에서 첫 경기 중 부상으로 기권했었죠? 그런 손완호가 지난 23일 이현일(밀양시청) 선수와 경기 도중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배드민턴이 순간 동작이 많고, 전후좌우 위아래 할 것 없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운동이라 선수들은 물론이고 동호인들도 심심치 않게 부상을 당하곤 합니다. 선수들은 운동 전후로 몸을 풀어주는데도 부상을 당하는 걸 보면 배드민턴이 그만큼 격렬한 운동이란 얘기겠죠.

부상으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중심축이었던 선수들이 은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자단식 전재연 선수가 그랬고, 슈퍼단 린단(중국)의 천적으로 불렸던 남자단식 박성환 선수가 잘 나가던 시기에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거나 코치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다행히 손완호 선수는 아킬레스건 파열 수술도 잘 됐고, 몇 개월 회복과 재활을 거치면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문제는 5월부터 올림픽 포인트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복식에 비해 단식 잘하는 선수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 현재 세계랭킹 6위인 손완호의 부상은 한마디로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배드민턴은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이어지는 대회에서 축적된 포인트를 기준으로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16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사진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한 손완호, 손완호 인스타그램
사진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한 손완호, 손완호 인스타그램

물론 손완호 선수는 빠르면 9월, 늦으면 10월정도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충분히 16위 안에는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높은 순위에 들어야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시드 배정을 받고 1, 2회전을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파워풀한 공격 보다는 정교한 수비가 장기인 손완호 선수는 초반에 체력을 비축하는 게 유리하겠죠? 그러니 좋은 시드를 배정받는 게 중요합니다. 손완호 선수가 재활을 잘 하고 빨리 복귀하기만 바랄 뿐입니다.

배드민턴 선수들의 1년은 숨 쉴 틈 없이 이어집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침체한 대표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맏형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손완호의 심적인 부담도 상당했겠죠? 아마 병상에 누워있는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무리해서라도 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위치일 겁니다. 부상이 없었다면 손완호 선수는 봄철종별이 끝나고 곧바로 4월 2일부터 열리는 말레이시아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날아가야 합니다.

손완호를 비롯해서 올 초부터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리우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캐롤리나 마린(스페인 현재 랭킹 5위)이 인도네시아마스터즈 결승에서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여자단식 랭킹 10위 진입을 노리던 가오팡지에(중국)도 재활중입니다.

지난해부터 세계배드민턴연맹은 상금 규모를 늘리고, 대회 레벨을 조정해 오픈 카테고리로 열리는 레벨6 대회까지 총 37개 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과 단체전 그리고 국내대회까지 포함하면 선수들은 그야말로 쉴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하는 실정이죠.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부상이 잇따랗고, 그럴 때마다 돈벌이에 눈이 먼 세계배드민턴연맹 때문에 선수들이 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져 왔습니다. 매일 훈련하는 선수들이라도 기계가 아닌 이상 무리하면 결국 부상이 따를 수밖에 없겠죠.

호이야라센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은 대회 레벨을 변경하면서 "배드민턴은 성장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기대 받고 있는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대회 수준과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개혁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몸 관리는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해야겠지만 그럴만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대회 일정을 기획할 때 선수들의 국내외 일정까지 고려한 것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배드민턴의 성장도, 각국의 기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경기력 향상도 결국 선수들이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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