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배드민턴 코트를 빛낸 선수의 은퇴식 챙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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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도네시아배드민턴협회
사진 릴리야나 나시르(인도네시아) 은퇴식, 인도네시아배드민턴협회

지난 1월 27일 인도네시아마스터즈 월드투어 슈퍼 500대회 결승전이 열리기 1시간 전에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인도네시아 혼합복식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릴리야나 나시르의 은퇴식이었다. 영상을 통해 릴리야나 나시르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은퇴 소감을 전했고, 특별히 제작한 패를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9살에 라켓을 잡기 시작해 24년 동안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하다 마침내 은퇴를 하던 날 릴리야나 나시르는 혼합복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선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릴리야나 나시르는 4번의 세계선수권(2005, 2007, 2013, 2017)과 3번의 전영오픈(2012, 2013, 2014) 그리고 2016 리우올림픽을 제패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기억할만한 기록을 남긴 선수입니다.

오랫동안 혼합복식 상위권을 유지하며 국경을 떠나 많은 배드민턴 팬들의 뇌뢰에 그녀를 각인시켰죠. 그녀는 "패배는 수치가 아니고, 포기하는 것이 수치다"라는 말로 후배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은퇴 소식을 접하고 배드민턴 선수들의 은퇴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국제대회에서 특별히 은퇴를 축하해 주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선수들의 은퇴는 소속팀에서나 챙겨주는 행사일 뿐이죠. 그러다보니 언제 은퇴했는지 모르게 사라지는 선수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한때는 국가를 대표해 구슬땀을 흘려가며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 아닌가요.

아낌없이 청춘을 불살라 선수생활을 했고,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운동선수들의 은퇴입니다. 그런 만큼 그의 경기를 보며 기뻐하고 아쉬워했던 팬들과 함께 선수의 은퇴를 축하해주면 어떨까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선수들을 관리하긴 하지만 모든 선수의 은퇴를 다 챙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나 몰라라 하기 보다는 일정 요건을 정해서 그 요건에 충족되는 선수들은 코리아오픈이나, 코리아마스터즈대회에서 은퇴식을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릴리야나 나시르의 은퇴식이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은퇴 얘기가 나왔던 만큼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 몇 개 나라와 협의해 은퇴식을 순회하며 치러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에서 이승엽 선수가 타 구장을 돌며 은퇴 경기를 했던 것처럼 말이죠.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에 대한 예우이자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에 걸 맞는 은퇴식이자 이벤트였잖아요.

배드민턴은 거의 1년 내내 세계를 순회하며 대회가 열립니다. 상위 레벨 대회를 기준으로 은퇴를 앞둔 선수와 몇 개 대회를 정해 각 나라를 돌며 은퇴경기를 치르고 은퇴식을 해주면 어떨까요? 그동안 배드민턴을 위해 헌신한 선수에게 이보다 더 값진 보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회를 만들고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대회를 가능하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한 스타의 은퇴를 전 세계의 배드민턴 팬들이 함께 축하하며 기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그 선수들에게 그만한 자격 정도는 있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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