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배드민턴칼럼] 배드민턴 동호인을 쥐락펴락하는 급수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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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배드민턴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배드민턴에 푹 빠진 주위 사람을 보면 이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합니다. 한번 빠져들면 친척도 친구도 멀리하고 배드민턴에 매달리기 때문이죠.

도대체 그놈의 배드민턴이 뭐길래 밤낮으로 하고도 모자라 주말까지 라켓을 잡느냐고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그건 배드민턴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씀입니다.

생활체육 배드민턴은 대부분 집 근처에서 하기 때문에 매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번 시작하면 처음에는 주위에서 함께 가자고 부추겨 따라다니다 조금 지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서 가자고 부추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렇게 시작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질법도 하건만, 1년이 가고, 5년이 가고, 10년이 가도 열성적으로 체육관을 찾는게 배드민턴 동호인입니다.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십상이고, 듣기 좋은 소리도 세번이면 질린다는 데 이 놈의 배드민턴을 향한 사랑은 10년이 가도 그칠지 모르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 하나를 급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면 잘하든 못하든 다 같이 D급입니다. 그런데 대회에 나가면서 C급이 되고, B급을 거쳐 최고봉인 A급에 이르게 되죠.

이 급수야말로 배드민턴을 오래 즐기는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라켓을 처음 잡았든, 입문 1년이 됐든 대회에서 입상 못하면 모두 D급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빽이 좋아도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지 못하면 영원한 D급이니 벗어나고 싶겠죠?
 

D급에서 승급하면 C급, 여기에서 또 B, A급으로 한 계단씩 밟아 나가는 게 배드민턴 급수인데요, 이 급수가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발을 잡고 놔주지 않으니 어쩌겠습니까.

돈, 명예, 직업 앞에서 평등한 배드민턴이 오직 하나 급수 앞에서 만큼은 위아래 구분이 확실합니다. 그야말로 어깨에 빵빵하게 힘들어가는 게 하수 앞의 상급자입니다.

어떻게든 상급자와 게임 한번 해볼까 하고 기회를 엿보기도 하고, 때로는 뇌물(음료)을 받쳐가며 고수의 스킬을 전수받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상급자라면 대부분 눈물젖은 빵을 먹어가며 승급을 위해 몸부림 친 사연들 하나씩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승급은 그야말로 배드민턴을 열심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함께 시작했는데 매일 파트너 했던 친구가 먼저 승급하는 순간 분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급수는 반복적으로 레슨을 받게도 합니다. 배드민턴은 스매시, 드롭, 드라이브, 헤어핀, 클리어 등의 기술을 익히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급수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고급기술이 따로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배드민턴은 입문 초기에 레슨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간간히 기술 연마를 해줘야 합니다. 아마 이 급수 체계가 없었다면 많은 코치들이 다른 일을 찾아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급수가 있다보니 대회가 활성화 됩니다. 대회를 통해야만 승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결과 2018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1000여 개의 생활체육배드민턴대회가 열렸더군요. 각종 대회에 출전하다보면 자주 마주친 게 인연이 되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배드민턴을 통해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지역을 넘나들며 클럽 간 교류를 하는 곳도 상당합니다.

초보 때는 급수 때문에 설움을 받기도 하지만 이처럼 급수는 배드민턴을 활성화 시킨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A급이 쌓이다보니 서서히 고민이 쌓여가는 곳이 한 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A플러스 급수를 두는 곳도 있고, 같은 파트너와 세 번 우승하면 갈라서야 하는 곳도 있더군요. 급수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겠죠. 급수의 묘미를 더욱더 살릴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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