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할 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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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73회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회,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진 제73회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박기현)의 국가대표 감독과 코칭스태프 경질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선수들 데리고 해외 대회에 나가 있는 감독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언론은 배드민턴이 40년 만에 아시암게임에서 노메달을 기록한 것에 협회의 책임도 있는데 감독과 코칭 스태프를 해고함으로써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보도를 잇따라 쏟아냈다.

한동안 들끓던 여론이 잠잠해 지나 했는데 국제대회에 나갔던 강경진 감독이 돌아와 SBS와 인터뷰하면서 아시안게임 노메달의 비화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선수단 위에 군림하는 임원들의 행태도 밝혀졌다.

SBS는 20, 21일 이틀에 걸쳐 최근 불거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40년 만의 아시안 게임 노메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된 강경진 감독은 아시안 게임 선수 출전 문제로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아시안게임 노메달에 대한 책임이 협회에 있으면서,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는 얘기다.
강경진 국가대표 감독
강경진 국가대표 감독

SBS는 임원들에게는 펑펑 쓰면서 선수들에게는 인색한 협회의 예산 집행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대회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감독과 선수는 이코노미석에 탑승하고,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비용이 2배 가까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 세계선수권대회에 선수 6명 출전하는데, 임원은 8명이나 따라간 기형적인 형태에 대해서도 보도하는 등 임원들에게만 후하고 선수 지원에는 인색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오던 행태가 언론을 통해 까발려지면서 축구 다음으로 많은 후원금을 받아왔지만 임원들에게만 후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씀씀이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그동안 빅터라는 후원사가 있었기에 돈에 관한한 관대한 편이었다. 물론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선수 지원이나 그런 부분 보다는 임원들에 한해서.

그러나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19일에 열린 제73차 이사회에서 빅터의 계약 해지 요구를 수용하기로 함으로써 새로운 후원사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빅터와 요넥스의 경쟁 구도와 이용대 등의 활약으로 후원금액이 연간 60억(혐금+물품)원에 달했다.
 
그런데 경쟁구도였던 빅터가 아시안게임 노메달 등 선수들의 성적 저하를 이유로 손을 털어버렸으니 이렇게 큰 후원을 또 받을 확률이 거의 없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기현 대한배드민턴협회장
박기현 대한배드민턴협회장

협회는 새로운 후원사를 모집하기 위해 입찰경쟁을 한다. 양대 축이었던 빅터가 사라졌으니 남은 건 요넥스 뿐이다. 요넥스 외에는 경쟁에 참여할 업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배드민턴 용품사 중에서는 중견 규모로 성장했던 업체들이 최근 몇년 사이 위축돼 국가대표를 후원할 여력이 없다.

이미 배드민턴 최고의 스타인 이용대를 영입한 요넥스 마저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후원사 없이 국가대표를 운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니 설령 요넥스를 비롯한 배드민턴 용품 브랜드에서 입찰에 참여한다 해도 후원 금액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입찰이 누가 많이 써 낼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면, 이번 입찰은 그 반대인 누가 적게 낼 것인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협회가 지난 73차 이사회에서 앞으로 국제대회 출전연령 제한을 없애기로 한만큼 성적 좋은 선수들이 계속 국가대표로 활약한다는 보장도 사라지는 셈이다.

그야말로 악재에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보도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위상이 최악이다.

누리꾼들은 임원진이 현 사태에 대해 책임지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감독이나 스태프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에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소나기만 잠시 피해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배드민턴 동호인들은 강경진 감독이 용기를 내 언론에 폭로까지 한만큼 외압을 한 임원에 대해 징계하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또 아시안게임의 성적 저조에 대해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경기력향상위원회에 발 빠르게 책임을 물었듯, 빅터의 후원계약 해지에 대해 회장단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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